
10년 동안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물리치료를 제공해 오던 한의사가 서울특별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승인 거부로 인해 치료 지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A한의사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교육장을 대상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24조'에 의한 치료지원 제공기관 지정 불승인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 최종 처분 결과를 앞두고 있다.
청구인은 지난 2012년 4월 특수교육대상자 치료지원 제공기관 공모에 참여 신청을 해 그해 5월경 지정 승인을 받았다. 양방의 경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물리치료사 등이 물리치료를 수행하지만, 한의사의 경우 의료법 및 관계법률의 유권해석 등에서 물리치료를 직접 수행 가능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 후 청구인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재지정을 받아 특수교육대상 대상자에게 한의물리치료를 수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7일 치료지원 제공기관 지정 공모 당시, 청구인에 따르면 교육청 직원 2명이 찾아와 “불승인 처분을 할 예정이니 신청하지 말라”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구인은 그럼에도 재지정 신청을 했으나 실제 승인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교육부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의 '치료지원에 필요한 인력'에 '한의사'가 포함되는지 질의한 결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면허 또는 '자격기본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주무부 장관이 공인한 민간자격을 소지한 사람만 해당되며 한의사는 포함될 수 없다고 회신받아 이같이 처분했다"고 답변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이달 24일 최종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청구인으로부터 해당 처분이 부당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절차적 하자 명백"
청구인은 해당 처분이 부당한 이유로 우선 ‘절차적 하자’를 들었다.
행정절차법 제21조(처분의 사전 통지) 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처분의 제목,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과 주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을 미리 통지해야 한다.
2004년 대법원 판례에서도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의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물론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위법하다는 것이다.
청구인은 이와 관련 "특수교육대상자 치료지원 제공기관 지정 취소 처분은 청구인의 권익을 제한하기 때문에 행정절차법에 의거해 처분 전 사전통지를 했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의견제출 기회 및 불복방법에 대해 고지도 하지 않았다"며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있는 만큼 취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선택권 침해
'교육기본법' 제18조(특수교육)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체적·정신적·지적 장애 등으로 특별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학교를 설립·경영해야 하며, 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조(목적)에는 '교육기본법' 제18조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장애유형·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해 이들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위와 같은 법 취지에 비춰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 선택권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물리치료는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들에게 인지 및 정서발달, 근육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양방뿐 아니라 한의 물리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의료기관 접근성이 확보되도록 법령이 구체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보호·평등의 원칙 위반
지난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 10년간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한의 물리치료를 수행해 온 청구인은 "그동안 교육청이 의료법 등에 따라 한의사의 경우 물리치료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유권해석해 왔고, 그 결과 한의 물리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인지, 정서발달 및 근육발달이 상당히 향상됐음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물론 장애아 부모들로부터 호응과 감사의 인사를 받아 왔다"며 "유권해석을 갑자기 바꿔 10년 동안 해 오던 치료를 더 이상 못하게 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물리치료에는 양방 물리치료뿐만 아니라 한의 물리치료도 있는데, 의료기사에게 지시해 물리치료가 가능한 의사만 치료지원 인력대상으로 인정하고 한의 물리치료를 직접 수행가능한 청구인에게 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