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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02일 (목)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5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5

한의학 설명하는 과정서 ‘한의학은 내게 무엇인가?’ 의미 찾아
현장의 문제의식과 대중과의 접점이 생길 때 거시적인 여론과 제도 변화도 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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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세명대 한의대 본과 3학년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경희대 세명대 한의대 본과 3학년 조윤성 학생에게 코로나19 기간 동안 참여했던 교육봉사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필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나’ 와는 또 다른 사람들, 사회, 세상을 알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한의대 입학 후 생각보다 이런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빡빡한 학사일정, 지방 외진 곳에 위치한 학교, 한의대 특유의 폐쇄성 등 구조적인 이유로 일정에 맞는 대외적 활동을 찾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본가가 또 다른 지방이라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해져 그 어려움은 배가되었다. 여담이지만, 대부분 활동은 장소가 서울이어서 본가가 수도권인 동기들이 부럽기도 했다. 여하튼 계속해서 대외활동을 물색하던 중 전국단위로 활동 가능한 교육봉사단체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예과 2학년에 시작한 교육봉사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다행이 유지되어 어느덧 본과 3학년이 된 지금 4년차를 맞았다. 

 

필자가 참여한 교육봉사는 중, 고교를 방문해 자신의 학과 및 전공을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형태이다. 덕분에 다양한 전공과 또래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인문학에서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또 자신의 전공을 통해 다방면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했다. 자칫 정해진 진로로 인한 매너리즘에 대한 성찰도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얻은 값진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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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금 생뚱맞을 수 있지만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기도 했다. 전공 소개를 하려면 필연적으로 한의학을 무엇이라 말하고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 여기에 10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고민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가볍게 “동의보감은 이런 책이에요~” 라는 정도의 소개를 할 때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정기신혈’에 대해 상당한 설명이 필요한 때도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무작정 암기만 했던 한의학의 기초개념들이나 개별 과목의 의의, 목적 등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한의학 밖이 궁금해서 나간 세상에서 한의학과 마주친 아이러니한 깨달음이었다. 


◇MZ가 만난 ‘MZ와 한의학’ 


최근 사회 모든 분야에서 ‘MZ’ 세대가 화두가 되고 이는 한의계도 예외는 아니다. MZ 세대에 속하는 필자는 활동을 하며 MZ 세대인 대학생, 중고등학생과 한의학을 소재로 교류와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10대 학생의 경우 멘토링을 통해서, 20대 대학생의 경우 공식적인 행사나 혹은 ‘뒤풀이’, 사적인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우선 공통적으로 10대는 20대든 한의학의 인지도 자체가 절대적으로 빈약하거나 피상적이었다. 한의학이나 한의대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한의사가 해부를 배우며 생화학을 공부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동의보감만 이용해서 치료하지 않는 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라곤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들에게 한의학이란 ‘동의보감만 공부하는데 신기한 침술(?)이나 맛없는 한약을 만든다.’ 정도다. 물론 모두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한의학에 대한 인식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학군에 따른 차이도 상당했다. 필자는 항상 멘토링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한의학적 경험에 대해 거수로 묻곤 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보통 25~30% 정도의 학생만 ‘있다고’ 답을 하는데, 좋은 학군일수록 ‘있다고’ 답을 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늘어났다. 모 학교의 경우 전원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적도 있었다. 학생 전원이 성장클리닉 한약/보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고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높았다. 

 

후에 알았지만 해당학교는 지역사회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의 학교였다. 같은 세대 내에서도 한의학적 경험에 있어서 경제적인 문턱이 높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필자의 고정관념을 뒤집은 경험도 있었다. 통상 젊은 세대는 과학적 사고와 빠르고 가시적인 효과를 선호해 한의학 선호도가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때로 젊은 세대에게 맞추려면 과학화와 표준화 그리고 전통 한의학과의 극단적인 결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전통 한의학 영역의 치료나 진단을 선호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맥진이나 사상의학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었다. 만성질환이나 미용, 통증에 있어 양방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해결해준다는 견해도 들어볼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뒤집자 한의학의 대한 관점도 조금은 새롭게 정립되었다. 


◇‘현장’과 ‘대중’ 키워드로 접근


한의계의 고민 중 하나는 한방에 대한 대중들의 점차 낮아지는 관심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두드러지는 이러한 경향은 『한방의료이용실태조사』 와 같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누군가는 ‘비교적 건강한 세대고 시간 지나면 결국 한의학을 이용한다.’ 와 같은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전 분야가 소위 ‘MZ 따라잡기’를 위해 분투하는 것을 보면 낙관의 자세로만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 극대화된 개인의 자율과 선택의 시대에 한의학도 미래 세대에게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노력이라고 하면 제도개선이나 정책 신설 등 거시적인 과업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과업은 구조적 문제와 상황의 어려움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는 근본적인 해법의 기저를 ‘현장’과 ‘대중’이라는 키워드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활동 기간 중 MZ 세대와 한의학에 맞닥뜨리며 그 과정에서 객관적 문제의식과 나름의 해결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수백 명의 학생에게 한의학의 인지도를 높인 것은 덤이다. 이러한 현장의 문제의식과 대중과의 접점이 생길 때 거시적인 여론과 제도 변화도 수월해진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학부생 시절부터 외부세계와의 접점이 많아야 한다고 본다. 이때 개개인의 자발적으로 참여도 필요하고 학교나 기관 차원에서의 외부연계 활동 기획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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