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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로 가는 길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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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로 가는 길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되길”

최미라.jpg

최미라 학생

(부산대 한의전 한의학과 2년)

 

본란에서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최근 원내 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학적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개최한 ‘동제신춘문예’ 공모전의 수상작(시, 수필)을 소개한다.

 

유난히 새해를 실감하지 못하던 올해의 첫날, 개봉 당시부터 보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미처 보러 가지 못했던 한 영화를 틀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시작한 새해 첫 영화인데 웬걸. 새해를 반갑게 맞이하기에 너무도 안성맞춤인 영화였다.

 

영화의 제목은 <소울>. 오랫동안 재즈 음악가를 꿈꿔온 주인공 ‘조’는 마침내 우상이었던 밴드와 연주하게 된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게 된다. 이곳에서 조는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22’를 만나게 되고, 함께 지구를 방문해 그가 태어나기를 결심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 역시 인생의 큰 반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의 목표였던 재즈 연주자로서의 성공만이 그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줄곧 믿어왔지만, 손에 떨어진 낙엽을 느끼는 순간,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날이 좋은 어느 날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처럼 아주 사소하다 생각했던 시간들 모두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후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온 지구에서 ‘꿈’이라는 목표만을 따라 살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버릴 것 없이 찬란한 인생의 매 순간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라 다짐하는 ‘조’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소울’에서 가장 내 마음을 움직였던 장면은 주인공인 ‘조’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찰나의, 아주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며 문득 두 해 전 연말에 보았던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의 끝 장면이 떠올랐다. 


중요한 건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어가던 주인공 ‘혜자’ 할머니의 마지막 내레이션 –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은 소울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살아나가는 것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답다는, 꿈과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난의 시간도 때때로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오늘의 아주 자그마한 행복을 누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줄곧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어바웃 타임>과 같은 타임슬립 영화, 소설들을 참 좋아했다. 두 작품 모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작품들인데, 다른듯 하면서도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구성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들이 시간을 되돌려 후회하는 순간으로 돌아가지만, 이야기의 마무리에 다다라서는 타임슬립이 결코 행복의 열쇠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은 실수를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꼭 한 번 가져보았으면 하는 타임슬립 능력을 영화 혹은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하며 우리가 얻어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내 옆에 있는 많은 것들이 영원하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소중했던 순간은 언제?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를 한 번 떠올려본다. 그토록 오랜 목표를 이뤄냈던, 떨리는 손으로 한의전 합격 발표를 확인하고 엉엉 울며 가족들과 함께 행복감과 안도를 맞이하던 순간이었을까? 한동안은 그날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한 적도 분명 있는 것 같다. 물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던 날이었지만 막상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되돌아보자면, 오히려 떠오르는 사소한 순간들이 많다. 

 

어릴 적 책상 앞에 커다랗게 인쇄해 놓았던 내 인생 계획을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거창함 그 자체였다. 한의사가 되어 전 세계에 한의원을 차리고, 무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겠다니… 어리기에 가질 수 있었던 참으로 원대한 꿈들이었다. 그 꿈을 지금 와서 터무니없다고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때는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그런 대단한 꿈을 이루지 않으면 인생이 그리 의미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던 한의전에 막상 입학해 보니, 그런 거창한 꿈을 꿀 새가 없다.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걱정은 사라졌지만, 똑 부러지는 동기들 사이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무서운 유급을 피하기 위해 어쩔 땐 수험생 시절보다 더 허덕이느라 그런 어마어마한 꿈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되레 잊고 지낼 때가 많다. 

 

한동안 SNS에서 유명했던 한 한국사 스타 강사의 강의 영상이 있다. 꿈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영상인데, 그분은 꿈은 동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한의사가 꿈이 되어서는 안 되고, 한의사가 되어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동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명사인 꿈을 좇는다면 우리는 목표를 성취해 내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두게 될 것이다. 반면, 동사인 꿈을 좇는다면 우리는 목적지를 설정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삶의 모든 순간들이 소중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살아나감 그 자체로 눈이 부시는…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지만, 처음 한의사를 꿈꾸었던 이유도 그런 동사적인 꿈 - 한의사가 되어 환자들과 교감하고 싶다. 따뜻한 한의사가 되고 싶다. - 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지며 커리어적으로 아주 대단한 성취를 이루게 될 순간, 그리고 환자들을 잘 치료해 내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순간. 과연 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들 중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될까.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생각해 보자면, 그건 후자일 것만 같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영화 <소울> 속 ‘조’가 그랬던 것처럼, 삶은 ‘꿈’이라는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것보다 살아가는 것 그 자체로, 나를 둘러싼 일상 속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걸 아주 조금은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꿈만이 삶의 목적인 줄 알았던 어린 나를 떠올리며, 그래도 스물여덟의 나는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며 나름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던 1월 1일. 새해의 첫날이 퍽 마음에 든다.

 

소울.jpg

 

그저 행복하기만 할 순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겠지만, 그럼에도 살아나감 그 자체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 순간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에 감사하며 나 자신과 내 사람들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삶을 부디 내가 살아 나가기를. 

 

물론 지금껏 그래왔듯 나는 앞으로도 또다시 새로운 꿈들을 찾고 그 꿈들을 이뤄가는 순간들을 바라며 살아가겠지만, 그걸 이뤄내는 순간만이 행복이 아님을 내가 꼭 잊지 않으면 좋겠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으로 내 인생의 이유를 찾지 않기를, 또 혹여 실패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기를. 성취에, 혹은 나의 이익만을 위한 이기적인 꿈에 매몰되어, 주변의 소중함을,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최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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