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정 단장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20여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보건복지부 한의약 연구개발사업의 끈을 이어나갈 새로운 사업으로서 10년 1,576억원 예산의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이 출범한지 어느새 만 2년을 향해 가고 있다. 한의약 R&D 사업으로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 평가를 처음으로 통과한 본 사업은 다른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과 마찬가지로 ‘경제성’ 확보 여부를 주요하게 평가받은 바 있다.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투입될 국가 예산 대비 사업이 창출할 사회적·경제적 편익의 비(Benefit/Cost ratio)를 추정하게 되는데, 사업성과를 활용할 산업 기반·시장이 열악하고 협소하다면 연구성과를 활용할 기업 및 국민들이 적기 때문에 도출되는 경제적 편익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역시 낮은 산업화 정도, 좁은 한의약 서비스 시장 때문에 예비타당성 평가 통과를 위해 예산 투입 대비 충분한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는 것이 넘어야할 큰 장벽 중 하나였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업에서 하고자 하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 이하 CPG)과 표준임상경로(Critical Pathway, 이하 CP) 개발이 한의약 의료서비스의 표준화로 이어져 사회적·경제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의료인 개개인의 지식과 경험에만 의존한 진료에서 벗어나, 기존 근거와 전문가들의 합의를 토대로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고 이를 확산하는 것이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임상경로 확산의 본질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별거 아닌 또 하나의 연구결과, 한의사의 임상 현실과는 관계없는 또 하나의 ‘책’일 뿐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임상진료지침 76종의 개발·개정이 10년간 1,576억원 예산 투입의 경제적 가치를 입증하는 동력으로 작동했다는 것이 놀랍게도 2019년 우리가 겪었던 현실이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은 총 10년간 51종의 새로운 질환에 대한 임상진료지침과 임상경로를 개발하는 한편, 기존 개발된 25종 임상진료지침의 임상시험을 통해 지침을 고도화하는 연구 과제를 지원한다.
지침의 신규 개발로 한의약 의료서비스의 새로운 영역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개발된 지침을 시의적절하게 업데이트하기 위한 투 트랙(two track)전략으로서, 특히 올해부터는 한국한의약진흥원 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센터(Guideline center for Korean medicine)’를 개소해 지침의 개발 과정부터 교육, 인증, 출판, 확산 및 업데이트까지 지침 관련 전 주기 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사업단 업무를 전문화하고자 한다.
의학계에서도 진료지침이 ‘임상 현실을 다 담지 못한다’거나 ‘의료진을 옥죄는 규제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라는 식의 뿌리 깊은 불만과 반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최소 400종에 이르는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거나 한국 현실에 맞게 수용개작했고, 이 지침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가모형이 만들어져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 반영됨은 물론, 새로운 연구개발 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
따라서 한의학처럼 근거가 매우 부족한 희귀질환이나 난치성 질환까지도 ‘전문가 합의’를 통해서 반드시 임상진료지침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임상진료지침은 활용의 문제 이전에 존재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개발 이후의 임상진료지침 가치는 확산을 통해 입증된다. 개발된 임상진료지침을 잘 활용하는 것은 1,576억원 이상의 한의학 연구개발의 가치를 입증하는 첫걸음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임상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개발자들의 노력이다. 진료에 임하는 한의사에게 꼭 필요한 임상질문을 설정하고, 근거를 모아 분석하는 한편,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의사들이 개발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최적의 권고문을 도출하는 과정이야말로 임상진료지침의 활용성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개발자들이 수집할 수 있는 한의약 진단·치료에 대한 임상 근거가 부족하여 임상현장을 모두 담지 못할 경우에는, 공인된 전문가 합의 과정을 통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지침에 최대한 담기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2022년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은 51종의 신규 지침 개발 계획 중 첫 결과물로서 과민대장증후군, 골다공증, 소아·청소년 성장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3종을 출판한다.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한의학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더불어 한의약 산업이 점점 커져 한의계와 얽히고 설키며 공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 한의학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입증하는 방식이다. 개발된 지침이 그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국민과 한의계 전체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지를 기대해본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은 전국 유관기관 및 대학교, 전문가, 한의사는 물론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발송 이벤트를 진행한다. 새로 출간된 3종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한의학에 관심 있는 누구나 온라인 참여 가능하다. 이벤트는 4월 25일부터 진행되며, 한국한의약진흥원, 대한한의사협회,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NCKM, http://nckm.or.kr),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 SNS 계정 등을 통해 200부 한정 선착순으로 참여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에서도 누구나 무료로 지침을 다운로드하여 열람 가능하다.
(문의: choish@nikom.or.kr)
* 온라인 참여링크 : https://forms.gle/WQaJVN9Euyc2bAHc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