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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한의 건보 확대…한의만의 수가체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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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한의 건보 확대…한의만의 수가체계 만들어야”

“한의 질병분류 정비, 가장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아”
“건보 확대 우선순위, 물리치료 등 보편적 행위부터”
국민훈장 석류장 수훈한 대한한의사협회 김현수 명예회장 인터뷰

 “20년간 협회 일 하면서 너무나 부족했고 아직도 반성할 게 한없이 많은데 훈장까지 받으니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큽니다.”

 

최근 ‘제50회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한 김현수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목동 김현수한의원에서 만난 김 명예회장의 목소리에는 본인이 수상한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더 잘했어야 하는데, 아직 받을 때가 아닌 거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마디로 회한이 남아있는 표정이었다.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한의계의 미래에 대한 걱정부터 앞서는 듯했다.  

 

“우리 후배들은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해도 우리가 대면해야 하는 파트너들이 있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제39대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한 김 명예회장은 한의 건강보험 제도 정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의원 내부에는 그간의 공헌이 담긴 여러 감사패와 한의 건강보험 제도 발전을 위해 전국을 발로 뛴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김현수2.jpg

 

-어떤 부분이 아쉽나?

 

“한의 보험은 아직까지도 갈 길이 멀다. 한의학이 아무리 우수한 학문이라 해도 국민들에게 제공될 때 한의에 맞는 급여체계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아직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첩약이 대표적이다.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 아예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첩약에 맞는 수가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첩약 행위를 행위별 수가로 나눠 산정하는 것은 적절한 보상 시스템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수가 체계가 맞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고, 첩약을 건보제도에 편입시키려면 그에 맞는 고유의 수가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만 한다. 양약 원료는 원산지를 공개하지 않는데 한약 원료만 하라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또 한약은 감모율이 반영돼야 한다.” 


-요즘 근황은?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한의원을 운영했다. 코로나 이후 환자가 20% 정도 감소한 것 같다. 최근 오는 분들은 대부분 코로나 후유증 환자들이다. 100명 정도 본 것 같다. 보통 1~2주 정도 치료하는데 회복이 매우 빠르더라. 기침 계속하던 환자들이 침 맞고 약 먹어 거의 회복 안 된 사람이 없었다.” 


-협회장 시절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를 방문한 적 있다. 한의원에서도 코로나진료가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감염병과 관련해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부 관계자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부분이 있고 반대하는 세력들은 죽자 사자 방해했을 것이다. 이번을 반면교사 삼아 다음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협회가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금방 성과가 안 나는 부분에 대해 조급해 하지 말고 지금 미흡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태세가 필요하다. 처방 매뉴얼, 임상 데이터 구축은 물론이다.”


-한의 건강보험 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소회가 궁금하다. 

 

“96년도부터 협회 보험이사로 활동했다. 당시에는 부회장도 없이 혼자 뛰어다녔다. 당시 한의는 행위 분류조차 안 돼 있어서 지금의 분류 틀을 그때 다 만들었다.

 

힘든 점은 양방의 경우 미국을 참조해 틀을 만들었지만 한의는 미국에도 침과 전기침 뿐이다. 즉 참조할 자료도 없는 상황이었다. 행위의 정의, 행위 과정, 행위의 목표, 행위가 차지하는 비용 분석, 인력 간 역할부터 분류 행위들에 대한 각 가치는 얼마인지를 맨 땅에서 정리해 나간 거다. 예컨대 침이라는 행위의 가격을 100원으로 치면 부항은 얼마쯤 될지, 부항 한 개와 두 개일 때는 어떻게 다른 지 등이다. 

 

상대가치도 개발했다. 표준한의원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한의원 한 곳이 전국 평균 25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면 몇 평의 공간이 필요하고 베드는 몇 개가 필요한지, 한의사 의료 행위의 위험도에 대한 보상, 임차료, 인건비 등이 반영된 경영 수지 원가를 설정하는 작업이었는데 맨 땅에서 이러한 틀을 정립하는 과정이 몹시 캄캄했지만 돌아보면 정말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당시 가장 어려웠던 일은? 

 

“한국 질병분류를 정비한 일이다. 97년도부터 했는데 한의 쪽 병명은 질병분류에 고시가 안 돼 있었다. 그래서 한의 쪽 병명을 양방의 어떤 질병명으로 전환해 써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옛날에는 한의사가 진단서를 끊을 수 없다는 논란까지 있었다.

 

결국 질병분류 정리를 위해 학회 교수들을 불러 모았는데 대학마다 질병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서로 다른 교과서를 사용하는데다 용어를 다르게 표현하고 있으니 이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정말 힘들었고 기억에 남는다. 의협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 쓴 성취였다.”


-건강보험 전문가 입장에서 향후 한의계가 건보에 반드시 진입해야 할 최우선 순위는?

 

“보장성 강화에서 한의가 그동안 외면 받았는데 가장 우선은 물리치료가 아닐까. 경근, 경피치료 등 보편적인 행위부터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 다음이 약침이다. 원래 보험적용 됐다가 2005년도에 빠졌는데 다시 환원시켜야 한다. 주사약 재료값은 한약과 같으니 비급여로 유지하되 시술 행위만 급여화하면 된다. 또 한의원에 발목이 삐어서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부목 처치도 보험이 적용돼야 한다. 급여가 아니라서 못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대기업같은 큰 회사들이 직원들 의료복지에 지급하는 의료비에도 한의가 포함되고 급여약들도 확대되면 좋겠다.”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기여했는데,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 한의학 세계화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우리 옆 나라인 중국을 잘 보면 아프리카에 갈 때 중의약을 갖고 들어간다.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모이면 차이나타운이 생기는데 거기서 침놓고 뜸 뜨고 약 지어주며 중국 의료를 보급한다. 그 중의약 때문에 사람들이 중국을 좋아하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친밀감, 우호감이 생기고 결국 중국 물건을 많이 사게 되는 것이다. 

 

K-POP이 전세계에 진출하면서 한국어가 UN 공식 언어로 등록됐다. 노래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겠냐 생각할 수 있지만 잘 만든 노래 한 곡이 그 나라 부의 근원이 된다. 문화와 전통은 한 나라의 국력을 좌우할 수도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가야할 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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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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