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제20회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 시상식에서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챗봇을 통한 진료과 추천 시스템 개발 및 배포’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현훈 대위에게 수상 소감과 학제간 연구에 대한 견해 및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미래인재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먼저 지도교수님이신 이재동 학장님과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준 경희대 한의과대학에 감사드린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예과 2년간 의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읽도록 장려하는 독서프로그램인 ‘독이고’를 통해 과학적 사고의 밑거름을 다졌다.
또한 학부생이 교수님 연구팀의 일원이 되어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고 논문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인 ‘Under graduate Research Program (URP)’ 등을 통해 과학적 연구 설계 및 검증 방법을 배웠다. 나아가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전공의 및 대학원 임상한의학과 석박사 과정 동안 다양한 장학제도를 통해 임상연구 결과를 매년 해외학회에서 발표하거나 SCIE 저널에 게재하여 견문을 더 넓힐 수 있었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늘 한의학이 임상의학으로써 한국을 넘어 전 인류의 건강증진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전 세계적 위기였던 코로나19 다음으로 또 언제, 어떤 형태의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앞으로도 계속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이번 미래인재상 최우수상을 감사히 받겠다.
Q. 챗봇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인공지능 분야 중 하나인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중 2020년 군장병 온라인 해커톤 예선을 통과하였고, 본선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좋은 팀원들을 만나 챗봇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다.
특히 저희 팀의 진료과 분류 챗봇 개발이라는 주제는 평소 군의관으로서 환자 진료와 건강 검진 업무를 하던 중 실제 필요성을 느껴 메모해 두었던 아이디어다. 코로나19로 문진 일정이 지연되어 적절한 시기에 진료 받지 못하는 군장병들을 보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환자들을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꼭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또한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전공의 시절, 병원 로비를 서성이며 빼곡히 적힌 진료과 안내판 앞에서 어디로 접수해야 하는지 헷갈려 하시던 환자분들을 떠올리며, 이러한 챗봇 개발이 군의료시스템 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시스템에도 충분히 도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Q. 챗봇 개발을 통해 느낀 점은?
첫째, 임상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챗봇 개발 아이디어는 군의관이자 임상 한의사로서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마주했기에 발굴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임상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의계에서 많은 분이 실제 임상 현장에 꼭 필요한 연구 및 개발 아이디어들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멋진 분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지난 번 챗봇 개발 관련 기사가 소개된 이후로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챗봇의 고도화 및 상용화를 돕고 싶다고 연락 주셨다. 환자분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를 이해하고 공유한다면, 각자 머릿속에 들어있던 새로운 변화를 우리 눈앞에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Q. 최근 진행 중인 연구가 있다면?
한의학의 발전에 필요한 연구 분야는 다양하고, 각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계신 분들이 많다. 저는 아직 한의계에서는 생소한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을 갖고 연구주제를 고민하고 있다.
연구자는 결국 논문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배웠다. 최근 의료영상, 생체신호, 전자의무기록 등 병원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료행위에 대한 임상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들이 논문으로 세상에 나와 실제 임상현장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는 때가 오길 바란다.
Q. 한의학과 인공지능에 대한 견해는?
의료인공지능 연구들의 대부분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방법 중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에 기반하고 있다. 지도학습이란 말 그대로 정답이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와 정확한 정답이 정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X-ray에서 골절을 구별하려면 각 DICOM( Digital Imaging and Communications in Medicine) 파일에 골절 유무가 정확히 라벨링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데이터 특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법들이 있고 일반적인 지도학습 외에 다양한 알고리즘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고품질의 표준 데이터로 만든 모델의 성능을 쉽게 따라잡을 순 없다.
한의학을 포함한 의료데이터의 표준화는 결코 쉽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을 한의학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의료인공지능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학문을 공부하든 결국 수많은 환자들에게 동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삶의 목적을 잃지 않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