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2021전국한의학학술대회’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강의를 선보여 제20회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시상식에서 우수강연상을 수상한 신선미 세명대 교수에게 수상 소감과 강연 주제 선정 배경, 현대 진단기기 활용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소변, 신기능검사를 활용한 비뇨기 및 신장질환 진료’를 주제로 강연한 신 교수는 현재 세명대 한의대에서 신계내과학 분야를 가르치며 세명대 부속한방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Q. 수상 소감은?
보수교육 등의 강의를 몇 차례 했었음에도 학회 발표나 동영상 강의 등은 늘 부담이 된다. 그래서 준비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상을 받게 돼 정말 기뻤고, 다음엔 또 어떤 강의를 준비해야 하나 하는 걱정도 생겼다.
Q. 강연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임상에서 진료한지 15년이 넘었고,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래서인지 실제 임상 진료 현장에서 유용한 강의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일차 진료 현장에 계시는 개원의 분들에게 유용한 강의가 없을까 싶어 소변, 신기능검사를 활용한 비뇨기 및 신장질환 진료라는 주제로 실제 임상 사례를 소개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았다.
또한 한약 투약이나 진료 시 이슈가 되는 것이 안전성 문제인데 이에 따른 신독성 관련 내용을 공유해서 주의해야 할 한약 및 본초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평소 같이 스터디를 하고 있는 본초 전문가이신 윤성중 원장께 자문을 통해 신독성 관련 한약 자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도 한약 관련 신독성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
Q. 현대 진단기기 활용에 대한 견해는?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망문문절’에 해당하는 ‘사진’(四診)은 진단 기기가 없던 시절에 필요한 진단법이었다. 현재 AI(인공지능)를 통한 정밀의료, 유전체 분석 등 여러 인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기나 방법들이 무수히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의계도 이러한 현대 진단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인체와 질환의 상태 파악을 더 쉽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도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진료도 훨씬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법과 제도적인 제약이 있어서 어려운 부분은 많지만 협회와 학계, 개원가가 힘을 합쳐 하나하나씩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말을 빌어서 말씀드리자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표현이 있다. 철저한 플랜을 통한 시도도 필요하지만 AI, 딥러닝, 실험적 방법 등 여러 발전된 기술을 통해 한의학과 관련된 본초, 소재, 진단법, 치료법 등을 융합·접목시키다 보면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의료,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한의학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한의학 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최신의 한의학 관련 근거를 반영한 새로운 치료법 내지 이론을 교육 내용에 추가해야 한다. 정밀의료를 표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체와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근거와 유효성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 제도화하여 향후 빅데이터를 이용해 한의학 연구에 접목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CPX(임상술기시험), OSCE(객관구조화진료시험), 표준화 환자 등 학교 교육이 많이 체계화되었다.
체계화된 교육 콘텐츠 등이 더 다양해지고, 다루는 질환군도 더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를 포함한 교수진들이 많은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늘 하던 대로 진료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다. 10년 넘게 학계에 있으면서 연구하고, 논문 쓰면서 느낀 점은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은 연구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연구팀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개인적으로 작은 연구는 일차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치료법이나 처방에 대한 유효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려고 한다. 대규모의 연구는 아니지만, 작게는 임상 증례 연구에서 크게는 RCT(무작위 대조연구)와 같은 임상연구 등 한의학적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와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처방이나 본초 또는 본초 유래 소재가 될 것이다. 제가 많이 보는 환자군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질환 환자들인데, 이러한 대사질환에 대한 한약 처방 또는 본초 소재 연구 또는 임상연구가 될 것이다.
주로 진료 현장에 있지만 실험 연구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기에 다른 실험 전문가 분들과 협업 연구를 하고 있는데, 현재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과 골다공증 관련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산·학·연 연계를 통해 기존 한약제제나 본초에서 유효성 있는 것들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통한 소재 개발을 하고 있는데, 현재 비만, 면역 증진 관련 기능성 소재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밀의료로서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제가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고, 한의학연구원의 주도 하에 공동 연구로 참여하고 있다. 한의학 검진 기기 또는 검사법을 통해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 데이터를 모으는 실무를 하고 있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신문에서 다른 분의 기사만 보다가 제가 직접 인사드리게 되어서 매우 어색하지만 영광이다. 학부 때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의 기사를 많이 접했었는데, 제가 이렇게 신문에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한의대에 입학할 때만 해도 한의학의 호감도가 상당히 높았었는데, 현재는 한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이는 학계에 있는 저 같은 사람의 잘못(?) 또는 노력의 부족 때문인 것 같다.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서 그리고 유효성 있는 의학으로서 대중에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연구 데이터를 모아서 논문으로 발표해야 하는 것 또한 제 역할이다. 학생이나 개원의 분들도 좋은 아이디어나 훌륭한 치료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나 처방에 대해 활발히 발표해 주시면 좋겠고, 어려울 수 있지만 학계의 교수님들과 연구자들의 협업을 통해 함께 나가길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한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만 한의학의 우수성을 아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포장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좀 더 검증된 연구 발표를 통해서 다양한 객관적 근거로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한의학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