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2 (월)
강희정 대요메디(주) 대표
맥상의 4대 요소인 위수형세 중 가장 복잡한 모양(形)과 관련해 3차원 맥영상 검사기의 측정파라미터를 통해 살펴보고 기초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맥의 모양은 혈압을 타고 전달되는 피부·혈관·혈액의 합작품
맥상 분류를 위한 주요 요소에 대한 아래의 표는 맥진용어 국제표준인 ISO 23961-2에 정의된 내용으로, 국제적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된 표에, 필자가 위수형세의 큰 맥락으로 다시 색깔별로 구분한 것이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맥의 모양을 구분하는 요소는 전편에서 살펴본 맥의 굵기와 길이, 맥의 유창도(流暢度·smoothness), 맥의 긴장도(緊張度·tension)에 의해 구분된다고 정의돼 있다. 굵기와 길이는 다채널 압력센서를 통해 측정이 가능한데, 유창도와 긴장도는 어떠한 파라미터를 이용해야 할까?
맥의 긴장도(tension)
의료기기로 맥을 측정하는 측정 원리를 ‘토노메트리’라고 한다. 이 방법은 혈관 부위를 직접 가압함으로써 측정 부위의 피부와 혈관의 물리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특징을 활용하면 맥의 기본 요소 중의 하나인 긴장도 정도를 획득하는데 도움이 된다. 3차원 맥영상 검사기를 이용해 확인할 수 있는 긴장도에 대한 정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방법은 일정한 속도로 가압을 변화하면서 이때 맥관의 반응(Pressure vs. Pulse Height)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이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하는 측정법이다. 이렇게 관찰된 정보는 우리가 지난편에서 이미 살펴봤던 가압-맥압 그래프가 된다. 아래의 가압-맥압 그래프 유형을 살펴보면 x축이 가압력이며, y축이 맥압으로 가압의 변화에 대한 맥압의 변화임을 알 수 있는데 가압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맥압은 버티면서 줄어들지 않는 경우(다섯 번째 예시)에 대해 긴장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맥관의 두께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 긴장되고 두꺼운 맥관일 경우 긴맥, 긴장은 되었으나 맥관이 얇은 경우에는 현맥과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위의 방법에는 한계가 있는데, 부현맥과 같이 사람은 맥 부위에 살짝 손을 얹은 상태에서도 긴장도가 높은 맥을 바로 잡아내는 것에 비해, 가압-맥압 비교방법은 일정 시간 동안 가압을 하면서 정보를 얻는다. 이 때문에 3차원 맥영상 검사기에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번째, 일정 정도만 접촉하더라도 피부와 맥관의 긴장도 정도를 바로 확인하기 위해 아래의 그림과 같이 접촉시 당겨지는 힘을 접촉면과 맥관 부위에 대해 분석하고 세 번째, 맥파형 분석으로 긴장도정보를 제공한다.
맥의 유창도(smoothness)
피부에 존재하는 마이어스 소체와 같은 감각세포의 활약으로 사람은 자연스럽게 접촉대상의 질감(울퉁불퉁함, 부드러움, 꺼끄러움 등)을 감지할 수 있으나,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는 측정된 신호를 바로 질감으로 변환하기 어렵다. 아직은 수직적으로 접촉만 한 상태에서 맥의 질감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맥에 대한 시공간적 정보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아래의 3차원 맥영상으로 측정된 시공간 영상을 보면 하나의 박동이 지나갈 때 맥이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면서 동시에 맥이 튀어 오르는 위치와 모양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혈관 부위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혈관, 혈액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맥진을 위해서는 이를 감지하는 측정기술이 수반돼야 한다. 맥진이 능동적 검사방법인 이유는 유체역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한데 초음파나 PPG처럼 혈관의 움직임을 수동적으로 관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안심 기법을 통해 맥상이 나타나는 조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혈액 흐름의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로 난류를 설명할 수 있다. 혈액의 밀도(ρ)와 점도(μ)가 동일하더라도 가압에 의해 혈관반경(D)이 작아지면서 베르누이 방정식에 의해 혈류속도(V)가 빨라지는데, 이때 점성력(viscous forces)에 대한 관성력(inertia forces)을 나타내는 비례값인 Reynolds number(Re)가 증가해 혈액 흐름이 층류(laminar flow)에서 난류(turbulent flow)로 변화한다. 이렇게 난류로 변한 혈액 흐름은 아래의 그림처럼 혈관벽에 부딪히면서 맥의 질감(유창도)과 관련한 느낌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살펴본 바와 같이 맥의 모양을 구성하는 요소는 가압하는 동작에 반응하는 피부, 혈관, 혈액 흐름에 의해 나타나는 복잡한 파라미터라서 본 글에서는 지면관계상 간략하게 소개만 했다.
한의진단기술의 현대적 발전·객관화 통해 한의치료기술의 발전 ‘기대’
3차원 맥영상 검사가 3년 반 동안의 보험급여를 위한 노력(보험 개선을 위한 첫 시도는 2008년부터이니 장장 13년의 여정이었다) 끝에 지난해 8월부터 행위재분류로 급여 등재된 기념으로 3차원 맥영상 검사의 기초를 살펴봤다. 과학적 방법으로 해석이 가능한 맥 진단기술은 맞춤의학, 예방의학, 원격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훌륭한 치료기술인 한의약이지만 객관적 진단정보를 보여줄 수 있을 때 근거 있는 과학기술로 인정되는 세상이다. 이제부터 한의를 위해 개발된 객관적 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이를 통해 앞으로 한의학이 미래의학을 선도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1) ISO 23961-2:2021 – Vocabulary for diagnostics Part2:Pul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