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5 (토)
국민건강보험 내에서 한의약의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한의약 품목들이 먼저 선별급여 시장에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예비적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선별급여 품목에서 정부는 요양급여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두보 역할로써 선별급여 진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병길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양지사장은 지난 10일 2021 경기도 한의약 리더십 최고위과정 8번째 강연자로 나서 ‘국민건강보험제도와 함께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의약의 건보 보장성 강화 방법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정별길 전 지사장은 먼저 “한의학은 노인성 질환 치료나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뛰어난 강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한의약의 비중은 매년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그가 제시한 2020 건강보험 요양기관 종별 진료실적에 따르면 한방병원·한의원의 내원 비중은 전체 내원 비중의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진료비용은 3.4%에 그쳤다.
또 정 전 지사장은 “요양기관 현황도 보면 국내 전체 요양기관 중 한의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나 됨에도 그에 따른 급여비가 발생하지 못한 채 비용은 단 3.4%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기본진료료와 진료행위료, 약품비, 치료재료료 등의 항목 중에서 한의원은 주로 진료행위료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진료행위료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비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약품비의 경우 실질적으로 2%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양방의 평균 약품비인 8%에도 미치지도 못하는 수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치료재료료 역시도 한방병원은 0.13%, 한의원은 0.15%에 불과해 진료행위 외에는 한의사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그런 만큼 정 전 지사장은 우선 첫 번째 과제로 한의계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통한 표준화는 물론 한의 의약품·의료기기의 제품화, 산업화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체계에서 한의약의 역할을 확대하려 하고 있고, 한의약 일차의료는 물론 공공의료 영역에서 한의약의 역할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럴 때 한의계가 표준화를 통해 접근하지 않으면 보험요건을 갖추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제시했다.
즉, 한의치료항목에 있어 치료기술과 사용약제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만드는 노력을 통해 건강보험의 보험급여적용 요건을 갖추는 토대를 이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전 지사장은 한의계가 건보에서의 한의약 보장성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별급여에 한의치료항목을 최대한 많이 등록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4에 따라 현재 선별급여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즉 비급여를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인데 경제성, 치료효과가 불확실하더라도 건강회복에 잠재적 이득이 있다면 건보제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선별급여의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방의 경우 이 선별급여를 잘 활용해 요건을 갖추고 보험급여로 넘어가는 반면, 한방은 그런 사례가 많이 없다”고 지적하며 “한의계에서도 다양한 치료방법과 기술을 선별급여에 등재시켜 보험급여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서 해당 치료법에 대한 환자나 국민들의 사회적 요구가 있어야만 선별급여로 확정될 수 있는 만큼, 한의계 구성원 스스로가 표준화 된 치료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보급해나가며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지사장은 마지막으로 “한의계의 집단 지성 연구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인 한의사고, 이를 위해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그 중심축은 분명 한의사와 협회가 돼야 한다. 협회가 이러한 요소들을 잘 모아 아이디어를 내고 중지를 모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현대진단기기의 활용에 대해서도 그는 “예방의학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 현재의 의료 환경 속에서 혈압계나 혈당계 등은 한·양방 따질 것 없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인체의 장기를 들여다보기 위한 진단기기 역시도 검사 도구로서 고유영역을 나누기 보단 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