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4 (일)
[편집자주] 한의치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추나, 그 추나의 뿌리인 척추신경추나의학회(회장 양회천, 이하 추나의학회)가 지난해 11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했다. 추나가 제도적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많은 회원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다. 이에 한의신문은 추나의학회의 지난 30년 발자취와 향후 추나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계획 등을 다뤄볼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로 추나의학회 학술위원장 겸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남항우(치유본한방병원) 원장을 만났다.
Q. 척추신경추나의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 했다.
공로패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짧은 시간 동안 30년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의대를 갓 졸업하고 환자를 마주하며, 근골격계에 대한 내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여러 번 선배들을 찾아 참관을 하곤 했다. 당시에는 수기요법 관련 자료들이 많이 부족했지만 열심히 찾은 다음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 아침, 저녁으로 만나 공부를 했다. 이후 추나의학회를 결성해 부족한 자료들은 외국 서적들을 어렵게 구해 번역하고, 한 달에 두 번씩 대전을 오가며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열정을 불태웠다.
그렇게 전국 회원들이 추나의학회에 발을 들여 창립 초기에 대한한의학회 정회원학회로 인정받았고, 전국 한의과대학에서 강의가 이루어지며 교통사고 보험에 포함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추나 급여화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지난 30년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Q. 학회에서 지난 30년 동안 학술위원장을 역임했다.
스스로 힘들게 공부하며 남들보다 먼저 접하고 많은 고민을 했던 만큼 후배들에게는 좀 더 쉽게 접근하게 하고픈 바람이 컸다.
이러한 이상한 의무감에 턱없이 자질이 부족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추나의학회 학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왔던 것 같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이제 비로소 정신이 든다. 이제는 훌륭한 교수님들과 후배들에 의해 추나의학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학술위원장 직책을 내려놓을 때가 된 듯하다.
Q. 타 분과학회와는 다른 추나의학회만의 특징은?
현 추나의학회는 초창기 대학 교육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로컬 임상 한의사들이 수기의학과 관련한 문헌자료들을 토대로 인접의학을 공부하며, 우리 한의학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수용하고 한의학적 철학으로 재해석하는 등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그룹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함께 일궈낸 것에 대한 자부심과 한의사가 한의사를 교육한다는 철학, 선배가 후배에게 손과 손으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후견인 제도까지 마련돼 더욱더 끈끈한 연대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진료를 마치고 학회에 나와 강의를 하는 등 귀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서울·경인 지회에서는 이러한 과정들을 이해해준 가족들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모든 교육위원들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위로와 감사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줬다. 이 시간들은 그간 지부 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추나의학회만의 특별한 전통으로 자리매김 했다.
Q. 추나의학회 회원으로서 힘들었던 기억은?
개원의로서 종일 바쁘게 진료하고 저녁이면 녹초가 됐었다. 특히 1997년 제3회 한·중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논문을 준비했던 때가 정말 힘들었지만 생각이 많이 난다. 1년 동안 요통으로 초진 내원한 환자 514명의 X-ray에 line drawing을 해 자세를 분석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의사로서 국내를 넘어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중국), 전미정골의학회(미국) 등 세계 23개 국가의 학회가 참여하는 세계수기의학연합회(FIMM) 등에 참가해 한의학과 추나의학을 소개할 수 있어 한편으론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이기도 하다.
Q. 2019년 추나급여화 시범사업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추나급여화 시범사업이 결정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난관이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값진 성과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안전성, 유효성 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양방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핑계로 추나요법을 시술할 수 있는 한의사의 자격과 △진료수가 △인원 △횟수 등 여러 가지 제한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대부분의 비급여 진료항목이 그렇듯 회원 상호간에도 많은 진료비 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오랫동안 추나요법을 시술해왔던 동료들에게 급여화는 필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급여화로 인해 진료비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회원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추나급여화의 목적은 전체 한의계와 후배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설명했고, 이후 내부에서 큰 반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추나의학회 회장단은 이러한 모든 상황들을 미리 예측했고, 회원들을 설득했으며 추나요법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근거 논문을 준비했다. 마침내 이 모든 준비성이 추나급여화를 추진하는 추나의학회, 대한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 큰 힘이 됐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에는 과잉진료나 부당청구 등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모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전체 시범사업 기관에서도 동참해줬다.
Q. 추나의학회의 향후 과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수기요법과 결합된 한의학이 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현재 추나요법은 절반의 완성을 거두고 있다. 일부 근골격계 질환에 국한돼 급여행위로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횟수 제한 등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내장기 추나와 두개천골기법, 모든 내과 질환 등 한의진료 전 분야로 추나요법이 확대 적용되어야 할 것이며, 한의진료의 질적향상을 위해 진료표준화 연구와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향후 30년 추나의학회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추나의학회는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할 것을 약속드리며, 모든 한의사 회원이 추나요법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한의학회, 협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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