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뇌질환학회(회장 박성욱)는 지난 27일 온라인을 활용한 실시간 강의를 통해 ‘뇌과학에 대한 통합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 첨단 뇌과학 연구를 통합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박성욱 회장은 “그동안 학회에서는 코로나19의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파킨슨병 통합치료 연수강좌 실시, 2차례에 걸친 학술집담회 등의 학술적인 노력과 더불어 파킨슨병 한의학 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한 파킨슨병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는 뇌과학의 통합의학적 관점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을 위한 내용으로 준비했으며, 앞으로도 한의사들이 뇌질환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전문가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치매 예방과 조기 치료(최낙원 성심당의원한의원장) △뇌과학 관점에서 본 자율신경 조절-미주신경을 중심으로(박문호 박사·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운영자) △기술혁신 관점에서 살펴보는 뇌과학 연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김창업 가천한의대 교수) 등의 주제 발표로 진행됐다.
최낙원 원장은 발표를 통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추정치매 환자수는 75만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인구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오는 2050년이면 세계적으로 1억6000만명의 환자가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최 원장은 치매를 난치성 질환·불치병으로 인식해 발생원인의 명확한 파악 없이 증상에만 매달려 약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치매 역시 발생한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려는 접근이 가장 효율적인 치료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의 종류 및 각 사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인지기능 개선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과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을 소개한 최 원장은 △ReCODE(인지기능환원 프로그램) △줄기세포 치료 △초음파 뇌수술 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치매치료법 개발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최 원장은 “개인적으로 치매도 원인을 찾아 제거·관리하는 치료법이 유용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의학의 변증논치 등과 같은 접근법이 향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한의치료에서는 치매의 종류 및 증상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는 등 실제 임상에서도 치매를 예방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향후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치매와 관련된 침법 및 약제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자공학 전공자이면서 뇌과학 전문가인 박문호 박사는 자율신경계의 조절 시스템에 대한 심도 깊은 강의를 통해 뇌과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강의를 진행했다. 더불어 최근에 제기된 다미주신경이론을 통해 기존 자율신경계 이론(교감-부교감으로 구분)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증상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강의가 됐다.
박 박사는 침 치료의 부교감신경의 기능 조절과 관련한 질문과 관련 “침 치료효과에 대한 기전은 단순히 한 개의 기전에 따라 작용한다기보다는 뇌 전체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작동한다고 생각된다”며 “예를 들면 침 시술시 침이 피부에 꽂히는 시각적인 정보에서부터 뇌는 활동하게 되며, 시술 후의 자극 역시 뇌에 다양한 자극을 준다. 한마디로 침 치료는 뇌에 다양한 자극을 가해 치료효과를 나타낸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창업 교수는 발표를 통해 뇌과학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뇌과학 연구를 소개하는 등 향후 뇌과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에 따르면 뇌과학(신경과학)으로의 접근법은 △생물학적 접근(신경생물학) △의학적 접근(신경과, 정신과, 핵의학과) △심리학 기반의 접근(생물심리학, 인지과학) △계산적·공학적·데이터과학적 접근(뇌공학, 신경데이터과학)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분자생물학이나 전기생리학, 행동실험이 전통적인 접근법이라고 한다면 세포수준 이미징·동물 뇌영역 수준 이미징·선택적 신경회로 조작(광유전학) 등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과거 전통적으로 연구되어온 신경생물학 등과 같은 Microscale의 연구나 90년대 이후 급격히 발전한 뇌영상 연구와 같은 Macroscale 연구에 비해 그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Mesoscale(개별 신경세포 해상도, 수십-수백개의 신경망) 연구는 아직 미약한 실정”이라며 “연구의 부족으로 인해 Mesoscale 수준에서의 이해가 아직까지도 부족한 실정이며, 이에 따라 Microscale와 Macroscale 사이, 즉 미시-거시적 지식 사이에서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뇌과학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뇌의 특정 영역과 네트워크 역할에 대한 이론 대립 양상 △AI와 뇌과학의 접목 등에 대해서도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사안 등을 조명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얼마 전 ‘네이처’에 전침의 기전에 대한 연구가 게재된 바 있는데, 과연 한의학의 수천년의 임상경험이 없었다면 족삼리에 자침하면 항염증반응이 생긴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처럼 한의학의 임상경험은 분명 앞으로 한의학이 발전된 공학적인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 발전하는데 큰 밑바탕이 될 것이며, 한의학이 보다 발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성욱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의 총평에 대해 “한의학의 치료 및 작용원리와 닮은 점이 많은 뇌과학을 현대 한의학에 채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