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는 정치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기초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자신의 여러 여건을 놓고 어떤 분야에 진출할지 과감하게 선택하라. 떨어지고 다시 도전하면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빛을 발할 수 있다.”
기초의회 의원인 문규준 순천시의원(무소속)은 지난 18일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가 주최한 ‘제1기 정치아카데미’ 열 번째 순서에서 이 같이 밝히며, 많은 한의사 회원들이 정치 진출을 통해 한의계 의권 신장의 디딤돌이 되기를 당부했다.
이날 ‘한의사 출신 현역 지방의회 의원으로부터 듣는다’를 주제로 열린 강의에서 한의사인 문규준 의원과 광역의회 조옥현 전라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의사로서 정계에 진출하게 된 과정과 고려해야 할 점을 설명했다.
먼저 문 의원은 정계 진출까지의 과정과 진출시 주의해야 할 점, 정치인으로서 갖추면 좋은 점 등을 소개했다.
그는 “한의계에 첩약, 현대의료기기 사용, 국립한방병원 신설 등 현안은 많은데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한의약 관련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며 “회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국회의원 한 명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정치에 뜻을 품어온 그는 경희대 한의대에 83학번으로 입학한 뒤 학생회 임원을 하며 침구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힘썼다. 수련의를 마친 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순천시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문규준한의원’을 개원했다. 간판에 보이는 자신의 이름이 표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2006년 순천시의회에 입성한 문 의원은 현재까지 4선의 중진 의원이 됐다.
현재 전라남도한의사회장을 맡고 있기도한 문 의원은 목포시 의·약·정 등 직역간 협력기구를 구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보건복지 전문가로서 추모공원과 순천만국가정원 조성에도 앞장섰다. 정원문화, 생태문화가 시의 살길이라고 생각해서다.
특히 문 의원은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주의할 점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것 △평소 행동에 실수가 적을 것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리할 것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수의 ‘내 사람’을 만들 것 △명함 주고받는 습관을 인지도 향상에 이용할 것 △애경사를 챙길 것 △불법행위에 연루되지 않을 것 △공식 행사에서 인사말에 신경 쓸 것 △지역 여건에 맞는 발전 현황 계획을 숙지할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활용해 자신의 활동을 알릴 것 등을 제안했다.
또한 정치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로 체력, 주량, 재력, 실력 등을 꼽기도 했다.
그는 “누가 언제 자신을 필요로 해서 부를지 모른다. 어떤 경우에는 밤에 집을 나가서 새벽에 들어와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요청에 응하려면 체력이 필수”라며 “적당한 음주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데 도움을 주지만 실수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생활을 하면서 ‘청렴’을 모토로 삼다보니 재산이 늘지 않는데, 떳떳하게 정치하려면 여윳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헛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아울러 한의사 공부를 했다는 것만으로 능력은 입증됐으므로, 주눅 들지 않을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욕을 할 때도 있고 욕을 먹을 때도 있지만 정치는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면서도 “다만 가장 먼저 가족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한 쪽을 얻으면 한 쪽은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의협 회무 참여하며 예산 보는 눈 길러

이어 강의를 맡은 조옥현 의원은 정치에 뜻을 두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보건복지 정치인으로서 전문성을 쌓기 위해 밟아온 이력을 소개했다.
조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 정치인이지만 대학 진학 당시 경제적 안정을 위해 한의대에 진학했다. 막상 공부하고 보니 적성에 잘 맞아 대학원까지 마쳤지만 정치인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한의원을 개원하면서도 환자들에게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제11대 전라남도의회 의원으로 처음 선출됐다.
그는 현재 전라남도의회에서 경제관광문화위원회 위원, 지역경제활성화특위 부위원장, 자치분권특위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신안에 해상풍력단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민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노력한 결과 동료 의원들도 만장일치로 찬성하는 조례를 만들 수 있었다.
조 의원은 한의사로서 보건복지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연구 등을 통해 의권 신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경험을 소개했다.
조 의원은 “한의사 등 보건의료인은 제척 사유로 광역의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대신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하는 연구회를 만들어서 간담회, 토론회 등을 주최해 보건복지 분야에도 관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어 광역단체 예산을 분석하는 눈을 기르기 위해 대한한의사협회 정관심의위원회 등의 활동을 통해 예산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쌓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이 되면 예산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깊이 있게 예산을 분석하지 않으면 유권자에게 실례일 것 같아 예산을 분석하는 경험을 쌓고 싶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예·결산심의위원회 위원으로 6년 정도 활동했다”며 “자구 하나만으로 몇 시간씩 논의하는 정관심의위원회 활동을 통해 조항을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하게 만드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에 대해 그는 “늦은 시각까지 불 켜진 의원실 사진을 시설 관리하시는 분이 찍어 보내주신 적이 있다”며 “낮에 진료하다보면 자료를 볼 시간이 없어 밤에 의정활동을 하는데, 의정활동에 회의가 들 때면 이 사진을 꺼내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지녀야 할 자세로 ‘대우받지 않으려는 태도’를 꼽은 그는 “의원이 됐을 때 사람들의 눈이 달라지는데, 이런 대우에 익숙해지면 배지를 내려놓은 이후의 삶이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자세가 주민들에게도 더욱 친근하고 공손한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정치를 하면 직접 세상의 규칙을 개선해 지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뿌듯함이 있다”며 “여러분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준비해서 더 이상 한의사가 정치적으로 변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