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의학은 기존의학을 대체하는 것도 아니며, 전통의학의 영역을 침해하려는 것도 아니다. 통합의학의 본질은 모든 의학의 공통점을 찾아 하나로 묶어 의료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 글로벌 전통의약 협력을 위한 국제 학술회의(이하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통합의학센터장 앤드류 웨일(Andrew Weil) 박사가 8일 이같이 밝혔다.
앤드류 웨일 박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질병들은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기존 의학들로 이러한 상황들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통합의학을 꼽았다. 기존 과학의학과 서양의학 최고의 아이디어 및 관행을 전통의학과 결합시키고, 자연치료와 함께 덜 해로운 치료방법을 통합의학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학에서 자주 간과되는 전통의학의 여러 측면들을 연구해 보완해야 한다는 것.
특히 그는 전통의학의 강점으로 자연요법과 신체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식물학자이자 의사로서 약용식물과 식물치료법 등에 대한 수련을 받아온 그는 다양한 질병에 효과적인 약용식물인 버섯을 예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약용버섯은 최근까지 서양 약리학자들에게는 완전히 간과돼 왔지만 아시아 전통의학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면역조절, 바이러스 감염, 나아가 암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감염병과 기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약용버섯은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바이러스 감염을 낮추는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이라며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미국에서는 종양학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이제 북미에는 통합종양의학자들이 양성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점점 갖춰지고 있는데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돼 버섯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약재 치료 요법이 병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체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관련해 그는 “서양의학에서는 신체에너지를 믿지 않기 때문에 기, 활력 등 전통한의학에서 주장하는 신체에너지의 순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하지만 이미 세계의학체계에서는 신체 에너지순환의 불균형이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고체계 덕에 전통의학은 초기단계 즉, 조기단계에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이는 질병 예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학을 포함하지 않는 서양의료체계로는 현재 우리사회를 괴롭히는 생활방식과 질병이 만연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고령화사회를 비롯한 고혈압, 비만, 제2형 당뇨 등이 발병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의학은 이런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아울러 과도하게 비용이 높은 선진국의 의료시스템 문제도 해결과제로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인당 건강에 쓰는 비용이 가장 높은데 비해 유아 사망률, 만성질환 비율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통합의학이 주는 희망은 의료비를 낮춰주고, 질병관리에서 건강증진과 예방으로 그 중점과 생각을 옮기는 것”이라며 “질병과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게 가장 시급하고, 이런 영역에서는 전통의학의 기여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낮은 치료비와 관련해 침술을 예로 든 그는 “침술은 첨단기술을 요하지 않지만 급성이나 만성질환에 효과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침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전통의학이 포함된 의료시스템 통합이 결국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앤드류 웨일 박사는 “앞으로도 전통의학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고, 최고의 아이디어와 관행들을 기존 시스템에 적용시키고자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통합의학이라는 것이 미래의학이고 이는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라 믿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전문가들과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