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정수경 회장은 달서구한의사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분회장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에 일선 회원들을 마주하는 일이 어려웠다는 그가 이제는 회원들의 한의원 문턱을 넘어 그들의 고충을 듣고, 조언을 주고자 한다. 정 회장으로부터 달서구한의사회의 현주소와 추진 사업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분회장을 맡은 지 4개월이 흘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분회활동이 많이 위축된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분회장을 맡았다.
분회 운영을 위해 임원을 선발해야 했지만 2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한의대에 진학해 동기들이 아직은 젊다. 이러한 이유로 인맥이 넓지 않아 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큰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어려운 시기에 분회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회원들이 있어 하루 만에 임원단을 꾸릴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전임 회장이신 노희목 현 대구지부 회장께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회무를 개척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여러 차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기라성 같던 역대 분회장들에 비해 난쟁이 별처럼 작을지는 모르나 회원과 가장 가깝고, 따뜻한 분회장이 되고자 노력하고자 한다. 태양도 알고 보면 작은 난쟁이 별인 것처럼.
Q. 달서구한의사회만의 특이점은?
달서구분회는 회원이 약 260명에 달하는 대형 분회로 작은 시의 회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달서구는 성서지역과 월배지역 등을 포괄해 대구에서 매우 넓은 지역에 걸쳐 있으며, 인구로도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회원들 간의 소통이 잦았고, 좋은 자리를 만들어가는 전통이 이어져왔다. 이는 지역의 발전과 회원의 단합에 그치지 않고 많은 봉사활동으로 구민에게 다가가는 등 한의학의 이로움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대대로 대구시한의사회 회장을 배출하기도 했을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한의계에 이슈가 생기면 제일 먼저 상경해 목소리를 낼만큼 뜨거운 분회라고 자부한다. 그 중에 가장 뜨거운 사람이 분회장으로 선출된다는 것이 달서구한의사회의 정설이다.
Q. 회원들과의 소통 방법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렵기 때문에 단체 톡방을 만들어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있다. 분회 활동의 경우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야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지난 봄 부터 달서구한의사회 자전거 라이딩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 인원이 많지는 않으나 지속적으로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 임기 중 30명이 넘는 회원들이 라이딩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보겠다.
Q. 라이딩을 취미로 하고 있다.
내겐 사랑스런 딸이 둘 있다. 아무래도 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조부모께서 육아를 많이 도와주셨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조부모가 아닌 부모의 관심과 케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가’, ‘당장 내일 한의원 문을 열고 운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에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 때 만나게 된 것이 자전거였다. 오르막을 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고통이 느껴질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롯이 자전거와 길만 남는 그 순간을 만나는 내가 좋았다. 라이딩을 통해 체력과 건강한 몸매를 얻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는 동안 시·공간이 사라지고, 내면의 나를 더욱 깊게 만나게 됐다. 내게 자전거는 일종의 고행이고, 명상이다.
Q. 라이딩 외에도 여러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요가와 필라테스 그리고 명상을 주로 한다. 요가는 십 수년을 해오던 운동이고, 필라테스는 지난해 민간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애정하는 취미다. 달서구 한의사를 대상으로 필라테스를 이용한 소아추나 강의도 한 적이 있었는데, 소아추나를 배우고자 자녀분을 대동하고 오시는 회원들도 종종 있었다.
올해 목표는 요가강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이었는데 분회장을 맡게 돼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대신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호전된다면 회원들과 함께 싱잉볼 명상을 해보고자 지도자 과정에 도전 중에 있다.

Q. ‘우리 동네 한의주치의 사업’ 등 대구시와의 연계사업도 눈에 띈다.
구청장께 들은 바로는 구민들이 한의학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긍정적이다. 해당 주민들이 본인의 차례가 오기를 고대하고 있고, 한의학 관련 사업이 언제 시작하는지 문의가 폭주한다고 들었다.
특히 ‘우리 동네 한의주치의 사업’은 한약을 짓기 망설이는 취약계층에게 한의원의 문턱을 낮추고 한약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많은 격려와 호응을 받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소외계층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의원이나 복지관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고립계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달서구한의사회는 1대 다수로 진행하던 복지관 침 봉사를 대신해서 일대일로 찾아가는 독거노인 왕진봉사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결식아동이나 방황하는 청소년과 회원들이 결연해 인생의 멘토가 돼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Q. 일선 회원과 분회장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일선 회원일 때는 ‘나는 잘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컸다.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내 일만 제대로 하면 됐고, 어떻게 더 잘 운영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분회장을 맡고 나서는 자연스레 고민이 달라지더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한의계와 한의원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원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개인을 위한 광고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한의계가 제로섬 게임에 빠져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의계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자 노력해야 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회원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야 한다. 결국 회원 다수의 이익을 위한 회무를 운영하고자 한다.
두려움에 매몰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자 하며, 머무르지 말고 끊임없이 나아가길 당부한다. 어떤 학문도 심지어 종교조차 태초의 모습으로 머무르진 않는다. ‘한의학은 이렇다 저렇다’ 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건강한 한의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우리의 한계를 남이 정할 틈이 없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