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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3일 (월)

문화 향기 가득한 한의학-16

문화 향기 가득한 한의학-16

우후죽순(雨後竹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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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기 원장

- 그린요양병원

- 다린탕전원 대표

- 대의원총회 부의장



‘그냥 먹으면 안 되야! 아이고 어쩐댜, 집에 가져가 푹 삶아서 무쳐 드셔!’ 신선함에 받자마자 입 속으로 넣어보고 마는 나에게 손사래 친다. 금세 입안이 아리 해진다. 모두가 비웃듯이 놀린다. 암 환우들 몇 명이 모여 앉아 있다가 불렀다. 밭에서 작업하는 듯, 뭔가를 손놀림한다. 대형 비닐봉지에 죽순이 가득하다. 그 자리에서 껍질을 벗기고 속살만 새 비닐봉지에 넣고 있었다. 집에 가져가라며 일부를 건넨다. 생색도 내고 주인(?) 허락도 받을 겸 한 듯하다. 이미 채취 다하고 나서 허락이라니, 헐~! 금요일 저녁, 퇴근하려는 주차장의 풍경이다.  

이리 많은 죽순들이? 나도 놀랬다. 모퉁이 대형 굴뚝아래의 손바닥 만한 대나무 숲이 있다. 병원의 주차장 구석이다. 담벼락 아래로 대나무 군락이 일렬로 심어져 있다. 여기에서 죽순이 올라온 것이다. 환우들은 오지게 채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온 뒤에 죽순을 조상들은 이리 표현했었지? 우후죽순(雨後竹筍)! 


죽순을 활용한 대표적인 처방? 


채취의 달인, 환우들 중에는 많다. 병원생활의 지루함을 달랠 겸 끊임없이 움직인다. 뭐가 없나하고, 다행이도 병원은 구미가 당기는 보물창고이다. 넓은 정원과 텃밭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방직공장의 기숙사 터였었다. 중앙 정원에는 과실나무들이 그득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앵두, 자두, 매실, 모과, 비파, 개복숭아 등이다. 특히 두릅나무와 대나무, 비파나무는 넘치도록 많다. 철따라 수확의 기쁨이 가득하다. 열매는 풍성하나 한 번 맛보기도 힘들다. 누군가가 먼저 다 따가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불만이다. 관상수로 역할도 있는데 익기도 전에 다 따간다고, 그럼 그러느냐고 한다. 누군가 이런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축복이자 힐링이다.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말이다. 환우들이 오지게 여기면 되었다. 직원들도 분위기 파악하고 대충 모른 체 눈감는다.  

죽순의 인연으로 한약에 대해 묵상한다. 그러고 보니 죽순은 약재보다는 식재료에 가깝다. 죽순은 요리에서 최상급의 식재료에 해당한다. 중국요리나 죽순 무침과 죽순탕과 그 국물 등은 최고의 풍미를 자랑한다. 반면에 한약에서는 익숙하지 않다. 죽순을 활용한 대표적인 처방?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한약재의 효능 등을 요약해서 부른 노래가 있다. 약성가(藥性歌)란 것이다. 여기서 죽순을 언급하고 있다. 


죽여(竹茹), 죽엽(竹葉), 죽력(竹瀝) 


죽순은 맛은 달고 성질은 차가우니 답답하면서 갈증이 나는 것을 해소하고, 수분을 조절하고 기운을 복 돋우나니 과도하게 복용하면 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약성가의 원문은 이렇다. ‘죽순감한번갈성(竹筍甘寒煩渴省) 이수익기과발냉(利水益氣過發冷)’ 한문은 어렵다? 그래도 권위는 선다. 역시 한자로 써야 조금은 폼이 난다. 한의사니까, 으흠. 

반면에 한약의 재료로는 대부분 성장한 대나무를 쓴다. 약재란 것이 하루 이틀 쓸 재료가 아니다. 죽순은 불과 10일 사이에 얻어야 한다. 더불어 보관이나 공급이 쉽지 않다. 그런데 성장한 대나무에서는 약재 확보가 용이하다. 그러니 죽순보다는 대나무에서 약재를 얻었을 터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죽여(竹茹)와 죽엽(竹葉) 및 죽력(竹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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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으로 죽 쑨다


죽여는 대나무의 속껍질이라 불리는 부분을 채취하는 것이다. 대나무의 껍질을 제거하고 나머지 부분이다. 주로 중풍이나 구토를 진정시키고, 불면 등에 안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죽엽은 대나무 잎이다. 열을 내리고 갈증과 불안 등을 치료하며 소변불리 등에 효과가 있다. 죽력은 대나무에서 추출한 수액 또는 진액이라 할 수 있다. 대량으로 얻기 위해 대나무를 가열하여 수액을 채취한다. 중풍 등에서 구급약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도 민간에서는 대나무로 소금을 정제하는 죽염(竹鹽) 등이 있다. 결론은 대나무는 모두가 해열, 진정과 안신, 이뇨와 거담의 효능으로 압축된다.  

아니 이걸 다 어디서 났어요? 그리고 어찌 먹으라고? 집사람에게 전해주는 끝에 추임새가 붙는다, 요즘은 다 익혀서 나오는데…. 좋다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표정이 애매모호하다. 거 참! 알 수가 없다, 그녀의 맘을. 나는 여전히 초짜다. 당장 배워야겠다, 죽순 삶는 방법을, 아니 죽순 요리법을. 초로에 접어드는 이 시대 남자들의 생존법이다. 배워야 산다, 요리도, 그녀도. 죽순으로 죽 쑨다. 이제 점점 더워진다. 한 바탕 비라도 ㅠ,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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