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이 최근 ‘KiRi 고령화 리뷰’ 제36호를 발간한 가운데 이 중 국내외동향에 게재된 ‘의료비 지출의 동인과 기술발전의 영향’(정인영 연구원)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의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각국의 보건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인구학적 요인과 비인구학적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민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학적 요인’으로는 인구구조 변화, 건강상태 등이 있으며, 다른 조건이 일정한 경우 의료비는 인구 규모에 비례해 증가하고, 특히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의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압력이 높다. 반면 ‘건강한 고령화’(Healthy Aging) 가설 하에서는 국가 단위로 보았을 때 국민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한 상태로 사는 기간이 늘어 의료비 지출 증가폭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비인구학적 요인’으로는 소득, 생산성, 기술 발전, 정부정책 효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소득의 증가는 의료비 증가를 유발하는데, 의료비의 소득탄력성에 대한 합치된 결론은 도출되고 있지 않으며, 의료산업의 경우에는 자동화가 진행된 제조업 등에 비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집약적이어서 평균 이상의 임금 인상과 지속적인 의료서비스 가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술 발전, 특히 고소득 국가에서 치료 및 진단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기술 발전이 의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으며, 기타 요인으로는 건강보험 적용대상 조정 등 정책 변화가 국민의료비의 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의학기술 발전이 의료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의학기술 발전이 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로는 △신약, 모바일건강어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상품 출현 △현행 치료방식의 대체 △검진방식 개선에 따른 기존 의료서비스의 이용 증가 △수명연장으로 인한 추가적인 의료서비스 이용 효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원격의료와 같은 기술 발전은 치료비용을 잠재적으로 줄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효과를 놓고 볼 때 기술 발전은 의료비 지출 증가를 유발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며, 실제 Chernew et al.(2011)에 따르면 기술 혁신으로 치료 단위당(Per Treatment) 비용은 감소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치료 경로(Treatment Pathways)가 변경돼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총지출은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의학기술의 발전은 소득수준, 인구구조, 건강상태 등 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 요인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의료비 지출 증가에 미치는 순효과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약 25∼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Lornzoni et al.(2019)은 1995년과 2015년 사이 OECD 국가의 연평균 의료비 지출 증가율 3% 중 35%가 기술발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Smith et al.(2009)은 1960년에서 2006년 기간 중 OECD 23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기술 발전이 의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27∼48%를 차지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Willeme and Dumont(2015)는 1981년부터 2012년 사이 OECD 18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의료비 지출 증가 중 1/3 정도가 기술 발전에서 기인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