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은 지난달 25일부터 한국리서치에 의뢰,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인식 관련 2차 설문조사를 진행한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원활한 사회적 위기 소통을 촉진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는 △인구사회·건강 변수 △시민·사회의 코로나19 경험과 평가 △사회·심리방역의 5개 요소의 세 가지 차원에서 응답자의 인식·기대·정보와 소통 현황 등을 파악토록 설계됐다.
이 중 ‘시민·사회의 경험과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우선 일상 변화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차의 10.2%에서 4.2%로 줄었고, 일상의 완전한 정지(=0)와 변화 없음(=100) 사이에서 절반 이상의 일상 정지를 시사하는 50점 이하 응답자가 1차 조사 때 48.0%에서 59.8%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변화는 여성이, 보수가, 대구·경북 지역이, 또한 판매·영업·서비스 직이 상대적으로 크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는 1차 조사 때는 불안(60.2%)이 압도적이었고 공포(16.7%), 충격(10.9%), 분노(6.8%)가 뒤를 이은 것에 반해 이번 조사에서는 불안(48.8%)과 분노(21.6%)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충격(12.6%) △공포(11.6%) △슬픔(3.7%) △혐오(1.7%)가 뒤를 이었다. 분노를 느꼈다는 응답은 20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전체에서의 비율은 낮지만 ‘슬픔’을 느낀다는 응답이 1차 1.6%에서 3.7%로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난 후 불안이 늘었는지, 줄었는지’에는 ‘커진 편’, ‘매우 커졌다’가 각각 44.3%, 40.8%로 무려 85.1%가 불안이 더 커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이런 결과들은 위기소통에 시사점이 큰 데, 전염병 출몰 초기와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국민감정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며 “즉 사망자가 늘고, 중요한 예방수단으로 권고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지키지 않는 다른 시민의 소식을 접하며 느끼는 불안은 불만 및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기에 초기 불안에 대응하는 소통과 차별화된 더욱 세심하고 특히 책무성이 강화된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신종감염병이 초래하는 위기상황에 맞춰진 스트레스의 측정도구가 단기에 개발되기 어렵다고 보고, 대안으로 최근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가 제시한 ‘감염병 스트레스’ 요소(무기력, 의심/경계심, 정보집착)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울분감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경험 수준(0∼4점)과 관련한 질문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의 스트레스 경험 수준이 전 문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은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일(그렇다 65%, 전체 58.1%) △직업이나 가정에서 이전처럼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일(그렇다 63.9%, 전체 51.5%) △내 정신건강에 지속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55.6 %, 전체49 %)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일(76.3% 전체 67.4%)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하는 일(71.2%, 전체 60.5%)이었다.
또한 정보집착은 “최근 1주일 동안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뉴스를 얼마나 자주, ‘직접’ 찾아봤는가”를 묻는 정보탐색 행위를 다루는 문항를 활용했다. 조사결과 1차 평균이 3.34점인데 반해 3.70점으로 증가했으며, 분포별로는 ‘자주 찾아봤다’는 응답 비율이 1차 49.5%에서 74.8%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한편 의심/경계심에서는 “내 주변에 증상이 의심되는데도 자가신고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두려움을 느낀다”를 통해서 본 결과, 1차 평균 3.1에서 이번 조사에서 3.47로 증가했다.
유 교수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측정, 대책과 위기소통에 반영하는 노력이 지금부터 필요하다”며 “표면적인 점검이기는 하나, 이번 조사로 일상깨짐을 경험하고 있는 일반국민들, 특히 대구·경북 주민들의 정신·심리 건강 위협 수준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미루면 안 될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와 관련 행동변화 양상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마스크를 ‘가끔’, ‘자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가 97.7%로 1차 조사 때 81.2%보다 16.5%p 늘어났고, ‘비누로 꼼꼼하게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100%에 가까운 99.3%를 기록했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 자제’ 75.4%, ‘도서관·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 78.3%를 기록했으며, ‘모임 취소, 종교행사 등 불참’ 88.9%, ‘외출 자제’ 93%가 ‘가끔’, ‘자주’, ‘항상’ 해당 행동을 했다고 답하는 등 개인 수준의 예방행동은 거의 완벽한 준수율을 보이고, 사회적 접촉을 자제하는 행동 또한 높게 나타나 현재 국민은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실천 중인 것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나(개인)·사회·정부의 코로나19 위기대응 평가와 관련 연구진은 위기대응은 언제나 상호적이고, 사회적이란 점을 강조하고자 했으며, 이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수준 평가를 ‘나 자신’, ‘정부’ ‘우리 사회(일반국민)’로 나누어 동일 척도(4점)로 질문했다.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나 자신>우리 사회(일반국민)> 정부 순으로 긍정 평가가 많았다. ‘잘하고 있다’의 응답이 가장 높은 것은 ‘나 자신’으로, 72.7%가 “어느 정도 잘 대응”, 12.7%가 “아주 잘 대응”한다고 응답, 전체 85.4%가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또 정부 당국의 대응은 57%가 잘 대응한다고 답했고 43%가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우리 사회’는 긍·부정 반응이 각각 62.7%, 37.3%에 달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위기대응을 영역별로 평가하도록 질문한 결과 공항·항구 등의 검역을 ‘잘 하고 있다’가 49.2%로 1차 조사 때의 41.1%보다 8.1%p 증가했으며, 방역은 1차조사 때의 43.8%보다 14.1%p나 증가한 57.9%가 긍정 평가를 했다.
1차 조사 때는 못한다(37.9%)는 의견이 잘한다(29.9%)는 응답보다 많았던 ‘정부부처간 의견 조정’도 잘한다가 39.4%, 못한다가 30.6%로 역전된 모습을 보였고, 중앙정부-지자체간 조정도 긍·부정 의견이 각각 30.0%, 36.7%에서 39.8%, 29.4%로 변화돼 여론이 호전된 양상을 보였다. 반면 ‘국제외교적 조정’은 긍·부정 의견이 각각 25.5, 48.6%로, 1차 조사 때의 26.9, 42.6%보다 소폭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코로나19는 문제의 주 경계가 국내 병원에 그어져 있던 메르스 사례와 달리, 발원지 이슈 등 시작부터 코로나19는 탈경계/초국가(transboundary crisis) 위기의 속성을 보였고, ‘자국민 보호’를 둘러싼 정치-외교적 책무성(accountability) 발휘가 정부당국 및 사회의 위기대응 평가에서 중요한 기준점을 형성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정부가 국제외교적으로 코로나19를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과정과 성과가 국민 여론과 신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민의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논란이 있는 대책들을 각각 손실과 편익을 비교해 보도록 질문한 뒤 확인한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중국 전역의 입국 제한’에 대해서는 ‘편익이 크다’는 쪽이 44.2%로 가장 많았고 ‘반반’이 31.4%, ‘손실이 크다’가 24.4%를 차지했다.
이 질문에는 ‘손실이 크다’에는 진보성향의 응답자가 가장 많은 지지 의견(39.5%)을 비쳤고 보수(19.4%), 중도(17.4%) 성향 응답자는 낮은 지지의견을 보인 반면 ‘편익이 크다’에는 보수(53.4%) 성향 응답자들이 가장 동조했고, 중도(45.3%), 진보(31.9%) 성향 응답자 순으로 지지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1차 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위험성 인식 외 감염병 대응 대책에서도 정치성향이 개입하는 지점이 드러났다.
그 외 대학들이 자체로 유학생을 격리토록 강제하자는 ‘국내 중국유학생의 강제 자율격리’ 역시 ‘편익이 크다’가 58.9%로 가장 많았고 ‘반반’ 30.2%, ‘손실이 크다’가 10.9%순이었다.
또한 최근 ‘의사나 보건당국의 권고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시민 처벌’, ‘확진 지역 일괄 학교 휴업’, ‘현재의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 수준’을 둘러싼 공론 또한 활발하다고 보고 질문을 제시한 결과 해당 대응법에는 ‘편익이 크다’는 의견이 각각 77.3%, 70.7%, 78.9%로 손실이 크다를 앞질렀다.
유 교수는 “일부는 정부의 행보와 같은 방향에서, 일부는 반대의 방향에서 국민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보인다”며 “큰 위협, 긴급성,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만들어진 위기상황에서 대응법을 둘러싸고 이견과 논쟁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조건에서 협력을 끌어내는 위기 리더십과 협력적인 위기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