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전 대통령은 한의학에 참 관심이 많았었다”
중국재한교민협회장 맡아 중국 교류에도 큰 역할
최근 류봉하 경희대한방병원장이 대통령 한의주치의로 임명된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공식 한의주치의’로 활동했던 한의사가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그는 바로 한성호 전 신동화한의원장(현 중국재한교민협회 회장).
그는 사실 20세에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딛은 화교이다. 길림사범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인민재판을 피해 백두산, 압록강을 거쳐 공산당 당원으로 북한에 위장 입국했다가 38선을 넘어 한국에 들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온 그는 ‘이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한의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26세에 경희대 전신인 동양 한의대에 입학해 공부를 마쳤다. 이후 그는 대만에서 중의사 시험에 합격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55세의 나이로 1979년 한의사 국시에 응시, 당당히 합격해 한의사가 됐다.
한편 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대도통신사 주한특파원’ 즉 종군기자 자격으로 한국에 다시 오게 된 그는 당시 국방부 정훈국장이었던 조선일보 선우휘 국장과 친분을 맺게 됐고, 그 인연으로 1960년대에 조선일보에 ‘식품비방’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식품을 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아 쓴 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고 여기저기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왔었어요. 이를 통해 한의학은 물론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많이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그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에 식품비방을 연재했다. 이후 1000페이지가 넘는 글을 토대로 식물편·동물편·조미료편·질병치료편·미용편으로 구성된 5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조희태 공수부대 소령이 나를 찾아와 당시 공수부대 여단장을 맡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모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니 진료를 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그래서 신경성 만성 위장병이 있던 김 여사에게 찬 음식, 매운 음식 등을 먹지 말라 지도하고 보약을 드시게 했는데 씻은 듯이 나았고 이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을 진료하게 됐지요.”
또한 한성호 원장은 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故박정희·전두환·김영삼·故김대중 전직 대통령을 진료했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수장을 진료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참 영광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늘 긴장 속에서 조심스럽게 진료했어요. 노 전 대통령에게 드물게 한약을 처방한 적도 있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굳이 침을 놓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당히 건강했기에 주로 건강을 체크해주고 식이요법을 알려드렸었죠. 사실 침 치료나 한약 처방은 양방 주치의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한약을 드시게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어요.”
한성호 원장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한의학에 관심이 참 많았었다고 회상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중국군대에는 군인들에게 교육하는 군중 식이요법과 군중 침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군대에 보급할 군중침술 책 집필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한·중수교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과 수교를 맺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노 전 대통령은 그에게 ‘물밑작업’을 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중국에 입국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오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중국 산동성에 밀입국해서 교역의 물꼬를 텄지요. 오히려 민간에서 수교를 맺기를 원했고, 이를 계기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경제시찰단 15명이 함께 중국 산동성에 가서 교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로써 중국과 대한민국이 북경에서 수교를 맺게 된 것이지요.”
한 원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2월19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그는 5년 뒤 발간을 목표로‘중국사람 친구, 노태우’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비공식 한의주치의’로 활동해 온 그의 인생과 노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질 그의 책이 하루 빨리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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