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구역병원과 철도성병원을 방문한 결과, 고려치료과의 진료기능은 거의 마비되어 있었다. 치료를 위한 베드와 입원실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진료기구라고 할 수 있는 부항이나 뜸은 말할 것도 없고 침 자체도 없었다. 몇몇 물리치료기기와 의료장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고장이 나서 작동되지 않았다.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평양에 있는 인민병원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지방 시·군 인민병원 그리고 진료소는 더욱 상황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측 고려치료과 지원은 기본 진료 운영물품과 시설을 전부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려치료 왕진가방, 고려약 투약시설, 인민병원 기본 운영물품은 가안을 만들어 본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리하였지만 실제 북측 고려의학과 부합할지 충분히 검토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고려의사와 계속 대화하면서 수정·보완해야할 것이다.
한편 고려치료 왕진가방은 고려의사들이 직접 주민을 찾아가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물품이다. 고려의학의 특징은 침 등 간단한 치료기구만 있으면 대부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측의 실정에서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의료물품이다. 북측의 고려의사들은 신의학 진료도 같이 하고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여 물품을 구성하였다.
또 시·군·구역 인민병원에 현재 투약시설은 전혀 없다. 북측의 고려약 투약시설은 한약재를 산제로 만들거나 탕전하는 시설과 포장하여 약봉투에 넣어서 주는 시설이 필요하다. 철도성병원의 탕전시설은 1~2첩이 들어가는 옹기에 한약을 넣고 여러 개의 옹기를 한꺼번에 큰 전기 가마에 다시 넣은 다음 달이는 방식이었다. 주로 입원 환자를 다루어야 하는 병원의 특성상 그럴 것이고 한국의 한방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하지만 옹기를 일일이 하나씩 달인다는 점이 다르다.
이제까지 북측 고려의학의 현황 및 협력 표준 지침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북측의 고려의학은 보건성 내에 고려의학 관리국과 고려약 생산관리국, 치료예방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고려의학을 아주 중시하고 있는데 인민보건법과 의료법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으며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일 교시, 노동신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려의학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북측이 고려의학을 중시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주체의학’ 때문이었다. 민족적 전통성과 독창성, 예방의학적 관점 등이 고려의학과 정치적으로 맞았다.
고려의사는 13개 의학대학 고려의학부와 1개 군의대학 고려의학부에서 양성되고 있으며 학년 정원은 100명 내외이고 예비과 1년을 포함하여 7년6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교육 후 시험을 거쳐 6급에서 1급까지 단계가 있다. 또 의학대학 약학부에 고려약제과, 약학대학 내에 고려제약과가 있어 고려약제사와 제약사를 양성하고 있다.
중앙병원, 시(군)·구역 인민병원, 리인민병원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 고려치료과가 설치되어 고려치료를 하고 있다. 그러나 리인민병원이나 진료소에는 아직도 고려의사가 배치되지 않은 상태로 추측된다. 철도성, 인민무력성, 국가보위부 산하 병원 등에도 고려치료과가 설치되어 있다.
북측은 고려약을 전 군중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국가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다. 모든 시·군에 고려약 생산관리소와 제약시설이 있어 재배·채취된 고려약을 제약하여 의료기관에 전달하고 있다. 1차 의료에서 고려약을 사용하는 비율이 60~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의 의료현실을 감안하면 지원이 1차적 활동 내용이지만 점차적으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도적 지원과 상호 교류, 상호 이익실현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의계는 북측과 교류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으나 성과가 미비하였다. 앞으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려치료과 표준진료 지침은 고려치료 왕진가방, 시(군·구역) 인민병원 기본 진료 물품과 고려약 투약 시설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하나의 가안일 뿐이고 좀더 수정 보완이 필요하리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