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경희한방병원 순환기센터 박성욱
동맥경화 최신지견 등 구연발표 12편으로 구성
낙병이론 창시자 오이령 박사와 좌담회 갖기도
지난 10월 중순에 북경의 우의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제 낙병학 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 쯤 북경에서 열린 제3회 국제전통의약학대회에 참가하였는데, 1년 만에 다시 북경을 찾게 된 셈이다.
제1회 국제 낙병학 학술대회는 ‘다양한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과 치료법’이란 주제로 中華中醫藥學會 분과학회인 낙병학회가 주최한 것으로, 중국 국내학회로 개최되어오다 올해 처음으로 국제학회로 열리게 되었다.
필자와 일행은 10월14일에 인천을 출발하여 북경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에서는 학회측에서 학회장까지의 교통편을 미리 준비해 주어 학회장까지 이동하였다. 2008년에 열릴 올림픽 준비로 한창인 북경은 도시 전체에서 공사가 한창인데다, 자동차가 많이 늘어나 여기저기 교통체증이 극심하고, 급격한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 탓인지 공기 또한 탁해서 예전과 같은 매혹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학회장인 우의호텔은 북경 북서쪽의 이화원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넓은 부지에 여러 동으로 구성되어 호텔이라기보다는 대학캠퍼스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호텔 도착 직후 곧바로 등록을 하였는데, 이번 학회는 포스터 발표 없이 구연 12편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등록시에 낙병학에 관해 발표된 논문 100여편이 수록되어 있는(이번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포함해서) 논문집을 배포해주는 것이었다. 수록된 논문들을 살펴보니 낙병학의 이론적 근거에 관한 논문들과 분자생물학 실험을 포함한 기초연구 그리고 임상연구 결과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날 오전 8시40분부터 구연발표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연자는 낙병학 이론의 창시자격인 하북의과대학 의약연구원 오이령 교수로, ‘絡病理論體系·建及其學科價値’라는 제목으로 낙병학의 이론체계와 그 의의에 대해서 발표를 하였다. 그는 혈관질환에 대한 이전의 한의학적 연구들이 혈액만을 치료의 대상으로 하는 活血化瘀 중심이었는데, 혈관질환 특히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혈액은 물론 혈관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며, 혈관의 개념이 이미 황제내경 때부터 ‘絡脈’의 개념으로 존재해 왔음을 강조하였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원인 張群豪 교수는 미국에서의 보완대체의학 현황에 대해서 발표하고, 심장·혈관 질환에 있어서 낙병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연구 및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소개하였다. 텍사스 주립대학 동맥경화연구센터의 耿永健 교수는 동맥경화연구의 최신 경향과 통심락이 실험적으로 보여준 항동맥경화 효과들에 대해 발표하였다. 한국에서는 경희대학교의 고창남 교수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대한 통심락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한국에서 시행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여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오후 섹션에서는 하북의과대학 중서의결합연구소의 李恩 교수가 ‘中醫藥學發展方法論與中西醫結合硏究定位’라는 제목으로 중서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에서의 임상상황과 그에 따른 장점 및 문제점 그리고 향후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하여 발표를 하였는데, 국내의 의료상황에서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는 발표였었다. 그 외에는 주로 실험 결과들에 대한 발표들이었는데, 당뇨병성 신장합병증, 뇌경색, 관상동맥질환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었다.
당일 저녁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에는 한국의 참가자들과 중국 낙병학회 대표들과의 좌담회가 있었다. 중국측에서는 오이령 교수가 대표연자로 나서 낙병의 개념으로 혈관질환에 접근하는 방법론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였으며, 이후에 낙병학 이론 및 낙병학의 대표방제로 소개되고 있는 통심락의 제조과정, 효과, 안전성 등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통심락은 오공, 자충 등의 유독성 동물성 약제들로 구성되어 있는 제제로서 안전성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는데, 중국 측의 주장은 유독하다는 예전 본초서의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실험적 결과가 중요하며, 독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중국에서의 독성실험 결과를 공개하는 것으로 토의가 마무리 되었다.
지나간 학회를 돌이켜 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접할 수 있었고, 한·양방 협진모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