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프로포폴 투여 후 식물인간된 환자에게 1억 9000만원 배상하라’ 판시
지난해 사망사고 2건 등 잇달아 발생…병의원들의 프로포폴 관리 부실도 언론서 질타
감사원, 지난해 마취시술 실태 파악 및 안전기준·진료지침 등 마련 권고키도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흔히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중앙지법) 민사합의 18부는 수술 전 마취를 위해 투여받은 프로포폴의 부작용으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60대 남성 A씨의 가족에게 병원측이 1억 9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7월 초 김포에 소재한 한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기 위해 마취과 전문의에게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후 5분 뒤 산소포화도와 혈압, 심박수가 정상수치 아래로 떨어지자 의료진들은 약물을 주사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상태가 안정적으로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10분 뒤 A씨는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고 기도 압력까지 높아져 수술을 중단하고 기관 삽관을 한 뒤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끝내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사지 마비에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중앙지법은 “프로포폴 투여로 인한 부작용인 저혈압, 호흡 및 심박수 저하 등이 발생한 후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수술을 진행했다”며 “수술 과정에서 저산소증이 발생했는데도 환자의 상태 관찰을 다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해 6월과 8월에도 중앙지법은 종아리 근육을 가늘게 하는 시술을 하면서 프로포폴로 수면마취를 했다가 숨진 경우 및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한 후 숨진 골프선수에 대해서도 해당 병원측에 각각 3억 5000여만원과 3억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처럼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프로포폴이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미흡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와 KBS 9뉴스 등에서는 무료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 수면마취를 권장하는 병원의 행태와 함께 대형병원 종합검진센터 간호사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자신의 방에 40병이 넘는 프로포폴이 발견되는 등을 보도하면서 프로포폴의 위험성 및 부실한 관리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4월 감사원은 ‘의료서비스 관리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라고 불리는 ‘감시하 마취관리’에 대한 현황을 보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기간(2014년 4월9일~6월27일) 중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의 마취 관련 의학적 자문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실질적인 자문 105건 중 부작용 유형별로 사망 82건(78.1%), 심각한 뇌손상 17건(16.2%) 등으로, 또한 마취 유형별로는 전신마취 50건(47.6%), 진정요법(이하 수면마취) 38건(36.2%)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면마취 38건 중 사고유형별로 보면 사망이 29건(76.3%)이고, 수술 종류별로는 미용성형이 21건(55.3%), 사용약제 유형별로는 프로포폴 단독 투여가 22건(57.9%),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건이 30건(78.9%)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미용성형의 수면마취 등과 관련해 성형외과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12조의 규정에 따라 심평원에 신고한 응급의료장비 보유현황을 확인한 결과 827개 의원급 성형외과 중 심장충격기를 구비한 것으로 신고한 곳이 1개, 인공호흡기를 구비한 것으로 신고한 곳이 3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의원급 성형외과에서 마취 등의 시술과 관련한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서는 “유럽 전문의연합의 마취과위원회와 유럽 마취학회는 지난 2010년 헬싱키선언을 통해 마취환자의 안전을 위한 기본원칙과 주요한 요건을 제시한 바 있으며,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도 마취 관련 부작용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임상진료지침 개발, 마취인력의 수급 불균형 개선 등 국가별로 마취시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보건복지부는 마취사고로 인한 사망 등의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빈도 마취시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취시술 실태를 파악하고 마취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위해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인력, 시설, 장비 등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마취 안전성 강화를 위한 진료지침, 사고 예방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고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등 안전한 마취시술을 담보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