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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7일 (화)

“의료의 본질은 서비스이자 경영”

“의료의 본질은 서비스이자 경영”

17-1thum권영규 /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장



‘대국민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한의계의 재도약을 기대



“이 시점에 한의계는 어떤 미래를 가지고 시민들 혹은 전세계 주류의학계에 기여하겠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주류의학의 보완 혹은 대체효과를 가진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우수한 최고의 인력이 유입되었던 한의계의 재도약은 ‘한의학 교육혁신’보다 ‘대국민 의료서비스 개선’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의원 사업자등록증에 ‘의료서비스업’이란 표현에 거부감이 들었던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공공성을 가진 의료의 특성이 있지만 엄연히 의료는 환자를 소비자로 하는 시장이며 국민들의 만족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고전적으로 전문직이자 사명감을 강조하던 명예로운 직업으로서 입지는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생하는 이상적인 모델인 협동조합에서도 ‘가치의 공유’만큼이나 조합의 유지에 있어서 ‘경영’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업종이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최근 한의과대학은 세계의과대학목록(WMDS) 등재가 이슈가 되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실제 임상의 문제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교육혁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협회의 ‘첩약 건보’, ‘추나 급여’, ‘장애인 주치의제’, ‘난임지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개원가에서는 이슈 자체보다 전략 수립과 관련하여 세대간 갈등이 있다. ‘醫’의 ‘(醫)學’, ‘(醫)術’, ‘(醫)療’와 관련된 대학의 교육도 본질적으로는 ‘醫療’와 경영문제로 귀결된다.



한의계 전체는 한약분쟁 이후 ‘과학(지식)’ 논쟁에 몰두



어려운 임상 현실에서 ‘한약분쟁’을 되새겨보게 된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한약분쟁’은 한의사와 (양)약사의 직역간 갈등이라는 측면보다 한의사와 한의계 전체가 ‘의료의 사회화’를 경험한 측면에 주목하게 된다. ‘한약분쟁’은 의료 공급자 중심의 ‘사회의 의료화’에 익숙해 있던 시절, ‘소수와 다수’, ‘전통과 현대’라는 갈등구조 속에서 대학과 협회가 집단적으로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사회를 자각한 소중한 사건이다.

당시 학생들의 ‘국민건강권과 민족의학 사수’라는 구호에서 ‘민족의학’이 전통의 가치로 지지받은 측면도 있지만, 결국 시민들의 중재와 선택은 ‘국민건강권’에 대해 동의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한 국민들의 동의에 그동안 한의계는 어떠한 노력과 보답을 하였는지 반성하는 차원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교육혁신과 협회 추진사업의 가치는 중요하다.

한약분쟁 이전까지 우리 한의계는 ‘醫術(의료기술)’ 중심의 교육이 ‘醫學(과학지식)’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중의학 교과서와 논문의 영향으로 교육이 체계화되었지만 세대간 ‘醫術(기술경험)’의 괴리는 심화되었다. 그동안 ‘내과 중심’, ‘약물 치료(첩약)’ 위주의 세대가 ‘근골격계 중심’, ‘비약물 치료(침구)’ 위주의 세대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경영방식도 ‘비급여 중심’에서 ‘급여 중심’으로 바뀌어 정부사업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의학(지식)’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 ‘의(료기)술’을 익히는 임상실습을 담당하는 부속병원은 새로운 교육으로 선도는 고사하고 적절한 역할 분담이나 효과적인 대응이 미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 스스로 졸업 이후 (대학과 부속병원의) 공교육의 부족함을 (연구회나 임상학회 중심의) 사교육으로 보충하였고, IMF 등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국가경제의 발전과정에서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던 좋은 시절을 보냈다. 지금의 냉혹한 현실은 교육으로 혹은 개인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세계의학교육의 추세에 대응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돌아보면 한의계 전체는 한약분쟁 이후 ‘과학(지식)’ 논쟁에 몰두한 경향이 강하다. 시민을 상대로 합리적인 설득이 필요한 이유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대립관계에 있는 소위 ‘양의약학계’에 대한 대응 때문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한의계가 존립하는 이유는 ‘의학’보다 ‘의술’의 경쟁력이다.

양방으로 일원화된 일본에서조차 (양)의사들이 한약제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양)의사들 입장에서 ‘불가지론’이라고 하는 ‘변증논치’, ‘음양오행’, ‘장부론’ 등 ‘의학(지식)’보다 직접적인 치료경험, 비록 질병명에 대응한 치료경험이지만 검증(무작위임상시험; RCT)을 통해 ‘의(료기)술’의 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대학 부속병원에서 임상경험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체계적인 실습을 통해 경험하거나 효율적으로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교육과정 개발에 소홀하였다. 또한 90%에 가까운 졸업생들이 개원을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수련기회를 가지지 않고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여 기술을 경험하다 보니 ‘의료기술’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개원가의 노력으로 ‘약침’, ‘추나’, ‘난임’이 이슈가 되고 제도권 진입이 논의되고 있음은 천만다행이다. 안타깝지만 ‘의료기술’이 대학이나 대학병원에서 개원가로 확산되는 구조가 아니며, 환자도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개원가에서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지도 않는다.

한의계의 경영이 ‘의학지식’이나 ‘의료기술’에 국한될 수 없다. 시장은 기술 경쟁적이고, 가치 상대적이며, 최근에는 비용대비효과까지 검증받는 경제성평가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급여와 보험으로 시장에 의하여 조정되기 때문에 제도나 법과 관련된 ‘의료’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물론 근거 생산에 있어서 대학이나 부속병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비용대비 상대적인 가치가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첩약건보’와 관련하여 급여 편입방식과 범위에 대한 정부와 협회의 입장이 다르고, 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세대와 기술에 따라 입장 차이가 현저하다. 정부는 저비용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객관적인 근거를 이유로 급여를 최소화하려는 입장이고, 협회는 국민들의 직접부담을 줄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최대한의 급여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대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내과 중심’, ‘약물요법’ 위주로 경영하는 세대와 ‘근골격계 중심’, ‘비약물요법’ 위주로 경영하는 세대는 급여방식에 이견이 있다. 한때 소비자의 한약 복용 불편과 관련된 ‘제형’ 변화가 중요하다고 논의된 적도 있지만, 지금은 편리성보다 ‘약의 효과’, ‘비용대비효과’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IBM Watson이 처방하는 효과가 탁월한 ‘신약항암제’도 급여가 되지 않으면 환자들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첩약 건보’ 뿐만 아니라, ‘추나 급여’, ‘난임 지원사업’도 ‘비용대비효과’ 특히 양방치료와 비교한 ‘상대적 가치’, 기존치료법과 관련하여 ‘보완 혹은 대체효과와 가능성’에 따라 정부선택이 달라지고 있다.

‘추나 급여’도 협회의 전체 한의사 진료 인정에 대하여 전문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인데, 사실은 급여비용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정부예산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난임 지원사업’도 정부의 저출산 대비정책에 부응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대비 효과, 기존 치료법과 보완적인지 대체가능한지 그리고 비용대비 상대적인 가치가 확실한 근거가 있는지 따지고 있다.

물론 경제성보다 의료의 공공성은 비용문제를 극복할 가치를 가진다. 약자에 대한 보호는 정부의 일차적인 책무이다. ‘장애인 주치의제’, ‘일차진료 강화’, ‘고혈압 ·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등의 사업에 한의사가 참여하고 한의계가 협조하면서 정부정책에 적극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경제성보다 앞서는 헌법적 시민의 권리와 관련된 ‘국민건강권’을 지지해야 할 의료인으로서 사명 때문이다.



비유의 한계가 있겠지만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돌이켜 보기 위해 운전면허에 비유해 보면 운전학원 교육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은 면허를 취득하는 순간 해소된다. 왜냐하면 면허를 취득하고 나면 위험 부담을 보험으로 해결하면서 스스로 운전을 경험할 수 있고 대부분 오래지 않아 능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분야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의학지식에 대한 지식교육이 대학이나 부속병원에서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면허 취득 이후 임상기술 습득도 체계적인 시스템에서만 가능하고, 경영과 관련된 보험급여, 보수교육, 학회활동 등도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이다.

특히, 근대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 핵심인 ‘체계적인 교육체계’와 함께 ‘윤리적인 자정능력’도 동료들과 함께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깜빡이를 켜지 않는 운전자를 동료 운전자들의 교통질서 윤리의식으로 강제하거나 자율적으로 조절되지 않고 강요할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에게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한 만큼 비윤리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정능력까지 시민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정도 받으면 어찌될지 몰라도 동료들의 인정을 받지 않으면 자신만의 비방으로 독불장군처럼 진료할 수 없는 것이다.



의료 분야는 결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상대인 (양)약사는 ‘한약분쟁’에 패하였다고 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 설치를 비롯하여 한국한의학연구원 건립 및 한의약기술개발사업 전개, 한의 공중보건의제도 및 군의관제도 도입,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에 이르기까지 정책, 제도, 연구, 교육에 이르기까지 한의계가 요구한 모든 것이 실현되었다고 평가한다. ‘국민건강권’을 지켜주겠다던 구호에 호응하였던 시민들에게 우리 한의계는 무엇으로 보답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경영의 어려움이나 한의대 인기 하락을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불평불만하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한의계는 어떤 미래를 가지고 시민들 혹은 전세계 주류의학계에 기여하겠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한약분쟁’ 때처럼 단지 ‘민족의학’이라는 전통에 기대거나 막연한 ‘국민건강권’이라는 상징적 구호가 아니라,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주류의학의 보완 혹은 대체효과를 가진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선택을 받고 전세계 주류의학계의 주목을 받아야 재도약이 가능하다. 우수한 최고의 인력이 유입되었던 한의계의 재도약은 ‘한의학 교육혁신’보다 ‘대국민 의료서비스 개선’이 중요한 시점이다.

의학과 기술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 부속병원)’, 의학지식과 기술경험의 선순환을 담당하는 ‘학회’, ‘의료’와 관련된 정책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상력을 구사하는 ‘협회’가 함께 미래를 고심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한의계의 정책 제안은 ‘진보성향’ 정부에서 더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문재인정부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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