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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8일 (화)

[인터뷰]"한의계 존폐, 의료기기 사용과 직결…모든 걸 걸었다"

[인터뷰]"한의계 존폐, 의료기기 사용과 직결…모든 걸 걸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 인터뷰

8부 능선 넘은 의료기기 사용, 법안 발의로 결실

“‘양진한치’ 사라져야…객관적 진단만 있을 뿐”

천연물신약 일단락…“과제는 한약제제 시장 확대”



2131-06-1





[한의신문=김대영·윤영혜 기자] “진단권이 박탈된 한의사가 과연 의료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의료인으로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기형적인 상태…바로 지금 한의사가 처한 현실입니다.”



작금의 한의계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는 김필건 한의협회장의 시각은 냉정하고 차분했다. 그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이야말로 한의계의 존폐와 직결돼 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양진한치(洋診韓治)’라는 단어야말로 사라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단에는 객관적, 주관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양의학적 진단, 한의학적 진단은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기를 사용해 정확한 질환을 파악한 뒤 치료 후 상태를 계량화, 수치화 해 환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한의계의 미래는 없다”며 “협회장 취임 이후 4년 반 동안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자는 게 목표였고 감히 말씀드리는 데 8부 능선은 넘었다”는 그의 말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다만 내부 소통 부재와 관련해 “구체적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희망고문이 될 수 있고 추진 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양의사라는 이익단체에 부딪혀 직능 갈등으로 엮일 수 있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상세히 얘기를 못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4년 반 동안 그가 흘린 땀방울에 보답이라도 하듯 마침 인터뷰가 진행된 6일 오후 늦게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못 박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명문화된 법안 발의라는 결실을 맺기까지 취임 이후 협회장직은 그에게 어떤 자리였을까.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한의계와의 인연, 한의사가 된 이유.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어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당시 부산대 병원에 이송돼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요즘은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지만 당시만 해도 집에서 상을 치르라고 보냈다. 마침 한의대를 졸업한 먼 친척이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분한테 살아 계시는 동안만이라도 침을 놔달라 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차도를 보이신 게 아닌가. 신기하게도 내가 고3이 됐을 무렵엔 회복된 어머니께서 후유장애가 남아있긴 했지만 새벽밥을 지어주실 정도가 됐다. 그때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한의대에 가기로 결심했다.



◇협회장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81학번으로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했는데 80년대 초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시국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대학시절이 거의 학생운동과 연결되다보니 사람에 대해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가장 순수해야 하는 학생집단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 없는 말을 만들어 내고 뒤통수를 치고 동료를 궁지에 모는 상황을 보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아무도 연락이 안 될 만한, 인적이 드문 탄광촌을 찾아가 개원했다.



그런데 천연물신약 문제가 터지면서 시선이 서울로 향하게 됐다. 천연물신약은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한약제제를 양방에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난 2012년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 수석부회장을 맡았는데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됐다. 매듭을 짓고 싶어 협회장까지 출마하게 됐다.



천연물신약이 일단락된 건 지난해 10월이다. 무려 비대위 발족 이후 4년하고도 한 달, 10일 남짓이 지났다.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 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서 천연물신약에 관한 조항이 통으로 삭제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사실 이때 협회장직을 관둘까도 많이 고민했다. 고통스러운 짐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관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의료기기 문제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풀릴 것 같았다.



◇천연물신약은 고시에서 삭제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천연물신약은 없어진 게 아니고 지금도 개발되고 있단다.



천연물신약 고시 삭제를 두고 옳았나를 따지고 든다면 기껏 기를 쓰고 잃어버린 땅덩어리를 찾아왔는데 왜 찾아왔냐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불필요한 논의를 확대 재생산해 동력을 깎아내려는 시도로밖에 안 보인다.



일각에서는 천연물신약을 우리도 쓸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천연물신약은 생약제제 고시에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됐다. 우리나라에서 현행법상 전문의약품은 의사, 치과의사만 처방할 수 있게 돼 있다. 약사법 관련고시에 ‘한의사가 처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는 당시 시대적 흐름도 읽지 못했다. 1990년대 초 미국 FDA가 신약 허가 트랙을 강화하는 고시를 발표하면서 임상연구가 강화됐다. 당시 미국에서 이 같은 임상연구를 배운 양의사와 약사들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귀국하면서 천연물신약과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게 됐다.



설사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있다고 해도 멀쩡한 우리 한약을 의사나 약사하고 같이 써서 도대체 한의사들한테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고시를 삭제했으면 한약제제 관련 시장을 키우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물론 92년도에 생약제제 관련 고시가 만들어질 당시 ‘생약제제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으로 시작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못하게 했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의계는 한약분쟁 운동을 하면서 이 부분을 놓쳤다. 식약처는 지금까지도 ‘서양의학적 입장’이란 게 뭔지 답을 못한다.



굳이 ‘서양의학적 입장’을 찾아본다면 단서 조항에 나와 있는 ‘천연물을 기원으로 하되 특정 성분을 추출·정제하여 제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당시 공무원들이 한약을 생약제제로 둔갑시키고 약사들한테 사용 권한을 주기 위해 고시를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진실을 외면한 채 무턱대고 천연물신약을 한의사도 같이 쓰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거다.



김필건 회장, 한의계 악성 루머 직접 해명

“딸 결혼 계획 없다…룸싸롱 가본 적 없다” 일축

“인민재판·흑색선전, 내부 동력 갉아먹어서는 안 돼”

“공시지가보다 2.5배 비싸게 판 상수동 땅…손해 아냐”

“한의계 중요한 시기, 소모적 논쟁으로 실기 말아야”




[caption id="attachment_385969" align="aligncenter" width="591"] 지난 2015년 2월 김명연 의원이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의 단식 투쟁 현장인 협회관을 방문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김명연 의원이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의 단식 투쟁 현장인 협회관을 방문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caption]



◇한의계 내부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딸 결혼설 등 루머가 나돌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실인가?



한의계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본다. 가뭄에 인심날 수 없는 것 아닌가. 회원들의 비난을 받는 것 또한 회장으로서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딸에 대해 얘기하자면 지금 대학생이다.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결혼한다는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다면 재산 중 10억 정도를 내놓겠다.(웃음)



◇협회비를 이용해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다니는 등 평소 유흥을 즐긴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속 시원하게 답해 달라.



협회장에 취임한 지난 2013년 4월1일부터 인터뷰를 하는 지금까지 맹세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씀드린다.

협회 회비는 회원들의 피다. 개인 돈을 쓰면 썼지 협회 돈 1원 한 푼 허투루 써본 적 없다. 이사들이랑 기껏 가는 곳이 칼국수, 보리밥 먹는 곳 정도다. 나랑 그런 곳에서 술 먹은 사람 있다면 나와 달라.



◇비용 관련한 몇 가지 이슈들을 짚어보자. 상근이다 보니 매달 5~6000씩 꼬박꼬박 챙겨간단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씀드리겠다. 월급은 세전으로 따지면 800만원, 세후로 통장에 들어오는 비용이 정확히 650만원이다. 그 외 판공비가 1200만원인데 협회 이사만 26명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50여명이다. 모두 챙겨야 하는데 개인 비용이 들어가면 들어갔지 지금 받는 판공비가 결코 큰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외협력비의 경우 20억 원을 전국구에 출마하기 위해 횡령하고 모아놨다는 얘기까지 떠도는데 협회 대외협력비는 1년에 고작 6억원 내외다. 3년이라 쳐도 20억 원이 채 안 된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관련 감사, 예결산 위원장 등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취임 이후 일반 회계와 동일하게 대외협력비를 써왔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최근에는 상수동 대지를 매각하면서 비싼 땅을 싸게 팔아 이면 거래로 뒷돈을 챙긴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회원들이 확인해 보려면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354-21번지다. 세로로 길쭉하게 생긴 20여 평 되는 땅이다.



상수동 땅은 현재 역사·문화 미관지구로 지정돼서 인도를 기준으로 3미터 들어가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이다. 심지어 옆 동네 주인과 길을 내 달라고 소송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소송에서 지게 되면 공시지가도 못 받고 땅을 내줘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 매각한 것이다.



그나마 빨리 대응해 공시지가의 2.5배로 땅을 팔 수 있었다. 정확하게 감정 평가에 따라 처리했고 판매 과정에서 어떠한 개입도 안했다. 회관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최종 결정만 했을 뿐이지 직접 누구를 만나거나 한 적이 없다.



◇현재 생활하고 있는 협회 관사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사용료는 지불하고 있나?



관사는 협회 회관관리기금으로 빌렸다. 처음에는 지방에 거주하는 한의사 한명의 능력이 탐나 이사로 스카웃하는 과정에서 관사를 마련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협회 인근에 그닥 좋지도 않은 작은 아파트다. 전세금은 3억 1000만원이었고 그냥 얻어준 것도 아니다. 전세금에 준하는 이자를 매달 협회에 지불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상근이사를 관두게 됐고 계약이 종료되지 않아 집을 비우기 그렇다보니 직접 사용하게 됐다. 그만큼의 이자를 협회에 납부하고 전기세를 포함한 공과금 등 모든 비용을 사용자부담 원칙 하에 지불하고 있다.



◇말 나온 김에 병원 치료비에 대한 부분도 짚고 넘어 가보자.



의료기기 문제가 불거질 당시 보름간 단식을 했는데 그 당시에도 협회 돈 1원 한 푼 안 썼다. 협회 일 하면서 심근경색이 생겨 병원을 다니게 됐다. 당연히 직접 비용 처리하려고 했는데 협회는 임직원이 단체로 배상보험에 들어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협회 비용으로 정산하는 게 절차가 더 번거롭지 않다고 보고를 받아서 그대로 처리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후 대의원총회에서 횡령으로 문제를 삼길래 총회를 마치자마자 사비로 모두 정산했다.



◇최근 이슈들에 대한 견해, 회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2013년 4월에 회장직에 취임하고 제일 처음 한 일이 한의대 졸업생들의 취업 상태 조사다. 전 직원을 동원해 리서치를 시켰다.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 1000명이 넘더라. 2013년부터 1년에 졸업생이 약 870명이 배출됐다. 그렇다면 회장직을 맡았던 기간 동안 약 3200명 이상의 졸업생이 나왔다는 건데 직장을 구하지 못한 한의사의 숫자가 지금은 2000~3000명에 육박하지 않을까.



어떤 날은 일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면 눈을 감아도 이런 생각들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았다. 실업 한의사가 이렇게나 증가하고 한의원이 점점 힘들어지는데 협회장이 좌불안석이지 어떻게 피 같은 회원들의 돈으로 딴짓을 하겠나. 힘들수록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의료기기 사용에 있다고 생각하고 매진해 왔다.



혹자는 ‘의료일원화’가 해결책이라고들 한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양방은 일원화의 전제조건으로 ‘한의대 폐지’를 내걸고 있다. 낭만적으로 접근하면 절대 안 된다. 급여화가 한의계의 궁극적 문제 해결이란 분들도 있지만 준비없이 보험에 들어가면 한의계는 오히려 어려운 길에 처한다. 우리가 가진 걸 정부에 파는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 최근 복지부가 양방만을 위한 노인정액제 개선책을 내놨는데 이 문제 해결의 단초 역시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동안 쌓인 불신과 내부의 적이다. 우리끼리도 의견 통일이 안 되는데 이런 한의계를 누가 도와주겠나.



지금 이 시간에도 음해와 인민재판에 몰두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의계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의료기기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외부와 부딪쳐 싸워봤는지 묻고 싶다. 외부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짝 엎드려 몸을 숨기면서 왜 내부 공격에 몰두하고 있는 것인가. 인민재판, 흑색선전 등이 더 이상 우리의 동력을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 잊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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