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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7일 (화)

“한약 안전성 연구는 간계내과 교수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연구’”

“한약 안전성 연구는 간계내과 교수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연구’”

2127-05-1

























한국에서 약인성 간손상의 주범이 ‘한약’이라는 주장은 분명 잘못된 것

이번 연구 계기로 앞으로 과학적·체계적으로 한약 안전성 문제 풀어나갈 것

약인성 간손상 환자, 조기 발견 및 조치 중요…한의의료기관에서도 이화학적 검사 활용 ‘필요’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Q.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과거 한약은 몸에 좋고 안전한 것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한약의 부작용, 특히 간독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독성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의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방어적이기만 하고 무기력한 한의학계가 안타깝게 느껴졌고, 당연히 간계내과 교수로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Q. 연구 계획 수립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A. 한약을 사용하는 주체는 한의사들인데 그동안의 한약과 관련된 간독성 연구는 주로 양의학계에서 이뤄져 왔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치 않은 것이고, 우리 한의학계의 책임 또한 크다고 생각된다. 한약의 간손상과 관련된 안전성 이슈들 중에서 풀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은 대략적으로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의 위험도의 크기는? △한국에서는 얼마나 발생하는가? △주로 어떤 한약물이 간손상을 일으키는가? △주로 어떤 임상적 패턴을 보이는가? △주로 어떤 환자에게서 간손상의 감소성이 높은가? △어떻게 간손상의 위험을 줄이거나 예방할 것인가? 등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능하면 많은 대상자를 전국에서 관찰해 간손상의 위험도의 크기와 임상적인 특성 등을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Q. 3년 가까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A. 처음에는 이러한 연구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해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기관이 없어 연구 시작이 불가능했었다. 다행히 당시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등의 공감 아래 한의학연구원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 이번 연구가 시작될 수 있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10개의 한의대 부속한방병원에서 다기관 임상연구를 동일한 프로토콜에 따라 전향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각 한방병원의 입장과 참여교수들의 조건에 따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한의대 간계내과 교실의 모든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 이번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Q.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의의는?

A. 사실 약인성 간손상은 약물 자체와 함께 복용자의 유전적 특성 및 음주 등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번 연구의 주요 목적은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의 위험도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입원환자 중에서 관찰키로 했고, 가능하면 입원 중 양약 사용계획이 없는 대상자를 선정했다. 연구 결과 1001명의 입원환자 중 6명이 한약 복용 중에 간손상이 보고됐으며, 이는 기존 알려진 외국의 양방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연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6명의 모든 간손상 예가 50세 이상의 대상자로 여성에 대한 감수성이 크다는 것과 담즙울체형보다는 간세포손상형이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의 특징을 갖는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한약과 간독성과의 문제를 푸는데 매우 중요한 답의 하나를 한의계가 주도적으로 해결했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Q. 양방의 ‘한약에 간독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A. ‘한약에 간독성이 있다’라는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치 한국에서 약인성 간손상의 주범이 한약인 것처럼 뉘앙스가 전달되는 것은 분명 틀린 것이다. 이제 처음으로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로서 한약의 간손상의 과학적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난해 경희대한방병원에서 1169명의 환자를 후향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5명(0.43%)이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으로 보고돼 이번 연구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국내에서 비교할 수 있는 연구는 없지만, 해외 사례의 경우 스위스 양방병원 4209명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에서는 입원 중 1.4%의 환자가 약인성 간손상이었고, 프랑스에서 발표한 전향적 연구에서는 1.3%라는 보고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로 ‘한약은 간독성이 있다거나 없다’라는 논란은 불필요한 것이고, 또한 연구의 한계상 양약과의 상대적 위험도를 정확히 비교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간 손상이 발생한 6례 모두에서 특별한 임상증상이 없이 모두 회복되었는데, 약인성 간손상을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기에 예측 및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의사들이나 한의의료기관에서의 이화학적 검사 활용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차분하고 과학적이면서 체계적으로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그동안 한약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 및 향후 연구계획은?

A. 한약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하고 싶은 연구’이기에 앞서 한의대 간계내과 교수로서 ‘해야 하는 연구’라고 생각해 왔다. 그동안 한약의 간손상 위험도를 예측하고 주로 고위험 한약물들이나 임상적 특성들을 파악하는 연구들을 해왔다. 주로 한의대생들과 함께 진행했었는데, 학생들에게 문제를 분명히 보고 과학적으로 접근해 답을 찾는 공부를 시키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아직 풀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지만 차분히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향후에 한약 복용이 훨씬 많은 외래환자들에게서의 약인성 간손상의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Q. 한의계에 하고 싶은 말은?

A.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한의계는 너무 변화에 더디거나 간혹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다. 근거중심의학이라는 흐름은 일부 그룹의 주장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소비자들의 요구다. 그런 의미에서 500년 된 동의보감의 근거성이 약해지는 것을 아쉬워만 하지 말고, 전쟁 중에도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선생의 개척정신을 받들어 ‘온고창신(溫故創新)’하는 것이 현시대 우리들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변화 요구나 새로운 사실들의 출현을 두려워 하지 않고, 특히 한의학계가 앞장서서 연구된 근거의 소비자에서 새로운 근거의 생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 혹 한의계에 과거지향적인 유전자가 우리들 몰래 깊이 내재돼 있다면, 이를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Q. 그외 하고 싶은 말은?

A. 한의학을 진료현장에서 매일매일 평가하는 소비자의 소리를 깊이 들어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시골의 어르신들은 잘 이해하고 신세대 젊은이나 과학을 공부한 사람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보다도 더 과학화, 객관화, 현대화, 표준화 및 세계화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구호가 아니라 현시대 소비자들의 목소리라고 여겨진다. 올해부터 대전대 한의과대학 학장을 맡았는데, 한의대의 교육도 기성 한의사 시대의 기준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시대의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교육도 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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