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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7일 (토)

우즈베키스탄의 돌팔이들

우즈베키스탄의 돌팔이들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송영일 한국국제협력단 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료진으로부터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의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인식 등을 소개한다.






2119-28-2‘돌팔이’ 혹은 ‘돌팔이 의사’란 단어는 면허 없이 의료를 행하는 가짜의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실력도 없고 자격도 안 되면서 전문가인 척하는 ‘가짜 의사’, 즉 돌팔이들이 한국 내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다.



그 분야와 종류도 다양해 그들만 모아서 따로 돌팔이 종합치료소를 차린다면 가관일 것이다. 한국의 의료환경이 변함에 따라 지능화되고 조직화되는 돌팔이들의 모습에서 수시로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모습까지 떠오른다. 그들은 왜 의료법을 어기면서까지 사람들에게 의료처치를 시행할까?



큰 이유 중 하나가 치료 후에 생기는 세금도 안내는 ‘돈’일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의사님이라고 불러주는 묘한 ‘자아도취의 쾌감’일 것이고, 그리고 기회비용-의료법에 걸려도 패가망신과 같이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이 비교적 낮아서 일 것이다. 한국을 떠나며 잠시라도 돌팔이들과 작별하게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보니 여기서도 그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우즈베키스탄의 의료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국에서 온 한의사라고 소개하면 거의 대부분 ‘수족침’을 언급한다. 심지어 ‘한국 한의학=수족침’이라는 등식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오해에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의사뿐만이 아니고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수족침의 위세는 아직도 남아있다. 수족침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니 러시아어로 ‘Су-Джок терапия - система насекомого(정직하게 번역하자면 ‘수족 치료방법-벌레의 체계’:누군지 모르지만 이름을 잘 지었다)’라고 불리운다.



수족침의 연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일설에 의하면 유태우씨에게 수지침을 배운 박재우(박창완에서 개명)씨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유태우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기를 못 펴다가 소련 해체 시기에 러시아로 와서 활동했다고 한다.



이런 류의 치료방법들에 사람들이 현혹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교육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수료증도 구별 없이 주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올바른 교육인 것 같지만, 내 생각에는 다단계 사기수법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런 교육은 항상 돈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수료증을 받으면 스스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너도 나도 돈을 내고 모두가 수료증을 받아 쥔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들이 아직도 우즈베키스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허탈감도 주지만, 이런 허상들을 깨부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더 많이 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자생적인 돌팔이들도 있다. 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우즈벡 사람들도 여기에 넘쳐난다. 얼마 전에 필자를 방문한 환자는 이런 사람들이 만든 약을 먹고 눈이 실명된 경우였다. 게다가 약을 같이 먹은 엄마와 딸이 동시에 실명이 된 딱한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한국의 큰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도 받긴 했지만 회복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보호자는 도대체 무슨 약을 조제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 사람을 찾았으나, 이미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 뒤였다고 한다. 정규교육을 받은 의사들을 불신하고, 가짜 의사들에게 현혹되어 건강과 돈을 잃는 일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는 것이 무료로 이루어지는 사회주의 의료 체계를 갖춘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2119-28-1필자는 2016년 3월에 우즈베키스탄에 파견된 이후 연 2회, 3개월 과정의 한의학 교육을 실시해 보았다. 이와 더불어 동료 선후배 한의사들의 도움으로 한의학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한의학 지식과 술기들을 우즈베키스탄에 소개하고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이런 교육을 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10년 전쯤에 우즈베키스탄에 온지 얼마 안되서 보았던 황당한 광고지 때문이다.



병원 퇴근 후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본 나무에 붙어있는 티벳의학 교습광고지에는 자신들이 ‘새로운 의학의 패러다임을 알려줄 것이며, 올바른 동양의학을 알려줄 것이다’라고 적혀있었다. 또한 누구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교습비를 내면 수료증도 준다는 내용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울컥하면서 그 광고지를 뜯어버렸다. 치기어린 자존심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올바른 한의학 교육을 내가 해보리라는 다짐도 하게 됐다. 그 광고지를 뜯은 지 10년이 지났고, 지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루어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선뜻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그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그때 다짐했던 목표를 쉽사리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많은 의사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었다. 내가 만나 본 많은 우즈벡 의사들, 특히 내가 한의학을 교육한 의사들은 자기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에 게으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한의학은 그들 스스로가 돌팔이가 아닌 진짜 의사가 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려는 그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많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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