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간무사제 폐지해야” vs 간무협 “독립적 면허 허용하라”…팽팽한 대립각
간호인력 3단계 개편안을 두고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복지부가 ‘포괄간호서비스의 조기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비에 나선 이번 개편안은 ‘조무사 제도’를 ‘지원사 제도’로 전환하고, 간호 인력을 ‘간호사-1급 간호지원사-2급 간호지원사’ 등 3단계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관계자들의 입장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했음에도 두 단체 모두 개편안을 무효화하자며 날을 세우고 있어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비아냥에 구색갖추기에 불과한 '면피용 법안'이라는 비난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간협과 간무협은 복지부 앞으로 뛰쳐나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간협은 지난 달 26일 오후 2시부터 복지부 앞에서 참가자 전원이 집결해 김옥수 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복지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구호제창과 의료법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였다.
간무협은 오는 3일 오전 11시 복지부 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위헌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간호인력 개편안을 결사 반대한다”는 내용의 민원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간협 “원칙 없는 나눠주기 식 법, 원천 무효”
간협은 간호조무사를 ‘보조 인력’으로 선을 그어 온 만큼 당초 이들이 계획한 개편안은 현재의 간호조무사제도 폐지를 전제로 했다. 1973년부터 의료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간호사의 진료보조업무를 허용해 간호사를 대체 충당하는 인력이 되게 함으로써 비상식적인 상황이 40여년 간 지속돼 간호서비스 질 저하와 환자안전에 위해를 가져왔다는 것. 간호 보조 인력을 위임할 경우 업무가 명확히 구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정 발표된 안은 간호조무사가 간호지원사로 이름만 바뀌는 모양새라는 것. 복지부가 간호인력 개편의 기본원칙을 망각하고 원칙 없는 타협과 나눠주기 식 법 만들기로 논의과정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간협은 특히 “복지부는 기존의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로 자동 전환하고 1급에는 면허까지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해 간호인력개편의 기본원칙을 망각하고 있어 원천무효”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럴 거면 협의체 회의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협의체에서 논의됐던 대다수의 의견조차 이번 개편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간무협 “조무사를 현대판 노예로 종속시키려는 악법”
무엇보다 불만이 큰 쪽은 간무협 측이다. 간무협은 이번 개편안으로 ‘보조 인력’이라는 꼬리표를 떼로 보다 독립적으로 간호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오히려 ‘보조’라는 규정을 추가로 못 박아 이들을 간호사의 보조 인력으로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불만은 크게 조무사 명칭, 1급 전환 경력 제한, 특성화고·방문간호 조무사 등에 불리한 조항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로 명칭을 개정하는 부분과 관련해 간무협은 애당초 ‘간호실무사’ 또는 ‘실무간호사’라는 명칭을 고집해 왔다. 복지부가 내세운 ‘간호지원사’라는 명칭은 기존의 조무사를 여전히 보조 인력으로 규정하려는 간협의 입장인데 복지부가 한쪽 편만 든 개정안을 내놨다는 것.
홍옥녀 회장은 “복지부는 직종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이름으로 변경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포기하고 결국 보조, 조무와 동일한 의미인 간호지원사로 개정안을 내놓았다”며 “간호 인력의 대표 작명소가 간협이고, 복지부는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간무협은 1급 전환 경력 제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조무사를 1급과 2급으로 나눈 뒤 1급 면허 취득 경력 요건을 의료기관 5년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동등한 자격으로 보건기관 및 노인장기요양기관, 보육기관,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에게 1급 면허 취득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차별 규정이라는 것.
이러한 차별 규정은 특화고 출신이나 방문간호 조무사 등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법안으로 추진될 경우 1급 간호지원사는 2018년부터 대학에서 양성되는 학생들로 채워지고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은 2급 간호지원사에 머무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간호보조인력까지 학제로 급수를 나누는 것은 국가를 믿고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또 다시 학력으로 차별받아야 하는 불평등한 사회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방문간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방문간호 간호조무사들의 경우 개정안에 따라 간호사에게 지도감독권을 부여하게 되면 방문간호에서 간호조무사들은 현행과 같은 독립적인 면허행위 수행이 불가능해지고 1급 전환의 기회마저 박탈당한다.
간무협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위헌소송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