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 관점서 한의약육성 바라봐야
선언적 의미 넘어 실효성 담보할 세부적 내용 담아야
한의사가 제 역할 할 수 있는 한의약 육성책 필요
제정 취지가 관련 법과 제도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의약육성법 시행 10년의 성적은 초라했다.
실효성을 담보할 각론을 마련지 못하고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제정 취지가 의료법과 약사법 등 관련 법령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해 한의약육성법이 시행된지 10년이나 지났지만 한의계가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새누리당 김정록 국회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국회의원, 그리고 대한한의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의약육성법 시행 10년, 평가와 과제 정책토론회 : 한의약 희망의 날개를 펴다’에서는 한의약육성법 시행 10년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어느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강연석 교수는 먼저 다양한 평가 결과들을 제시했다.
지난해 이목희, 최동익 국회의원이 발간한 ‘한의약육성법 제정 10년에 대한 정책평가자료집’에 따르면 한의약육성법 시행 후 한방산업은 외형적으로는 커졌을지 모르나 한방산업의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한의약 의료서비스는 오히려 퇴보했다.
한약사 및 한의약기술 측면에서 한의사나 한약사의 직무와 무관하게 산업화되어 지속적인 발전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이행이 이뤄지지 못했고 한방의료행위 측면에서는 새로운 행위와 기기 개발이 쇠퇴했다.
결국 한의약기술의 과학화, 정보화 사업과 한의약 육성계획, 한약의 품질 향상 사업은 中 등급의 평가를 받았지만 현대서양의학과 한의약의 협력체계 구축, 한의약 기술개발사업의 촉진, 한방산업 기반 조성사업은 下등급으로 평가됐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한의사 3960명을 대상으로 2013년에 실시한 한방의료 실태 및 정책에 관한 한의사 인식조사에서는 정부 당국에서 시행중인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대해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한의사가 72.8%, 한의약 분야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서도 83.6%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주요 정책에서 한의약이 소외됐다고 느끼는 한의사는 67.3%, 한의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족’이 81.4%에 달했다.
한의학미래포럼이 한의사 350명을 대상으로 2009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한약분쟁 이후 한의약분야 국가 정책에 대해 40.3%가 ‘대체로 불만족’, 27.4%가 ‘매우 불만족’이라고 응답했으며 한의약 관련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부기관의 활동에 대해서도 42.0%가 ‘대체로 불만족’, 38.6%가 ‘매우 불만족’이라고 생각했다.
사법 및 행정적 판단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어떨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인 조순열 변호사는 한의약육성법 제정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의사들은 업무범위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한의약육성법 제정 이전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로 여전히 한정 해석하는 사법 및 행정정책으로 인해 신분상, 재산상 손해를 입고 있는 실정에 놓여있다는 것.
연구개발(R&D) 측면에서도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정책부 구기훈 연구정책팀장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의약기술지원팀 정희 팀장에 따르면 여전히 규모가 적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의약이 희망의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강연석 교수는 한의사와 한약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의약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현재 물리적으로 의사와 약사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생약제제, 천연물신약은 약사법상 한약제제이고, 생약제제 또는 천연물신약을 양의사들에게만 건강보험에 적용시켜준 것은 의료법에 비춰볼 때 의사들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무면허의료행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히려 지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이후 양의약 중심의 의료체계가 이어져 오면서 그동안 특혜를 받아온 특정 직역이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 조차 집행단계에서 시행하지 않거나 고시 또는 시행규칙 등에서 소외시켜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한의사와 양의사의 권한에 대한 조항이 52 : 122라는 수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강 교수는 한의약육성법에 국가기구 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산하기관에서 한의약 발전을 저해하는 직군의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선언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의 한방의료행위의 현대적 재해석 항목에 대한 새로운 허가 절차를 마련하고 각종 규정에서 ‘생약’에 대한 항목 삭제 및 한약제제와 관련한 법령 재정비를 통한 천연물신약 정책의 전면 재검토, 한의약 인력 양성과 한양방 간 협진을 장려하는 조항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지호 이사는 한의약육성법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별반 달라진게 없는 이유를 한의약 육성에 관한 논의를 직능간 갈등으로 치부한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이사는 정부에 한의약 육성이 단순히 직능간 갈등이 아닌 국가적 미래 성장동력이자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인한 미래 대한민국의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타개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함께 그는 한의약 육성의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의약의 현대화를 위한 의료기기 활용과 치료기술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보험용 한약제제의 제형 다변화 및 확대는 한의약 육성법 개정을 떠나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임을 강조했다.
조순열 변호사는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한방과 양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기술을 이용하는 분야는 모든 학문적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의약육성법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제정된 것”이라며 향후 사법 및 행정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이러한 한의약육성법의 제정 및 개정 취지를 살펴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까지 폭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기훈 팀장과 정희 팀장은 무엇보다 정부주도의 한의약 관련 R&D 투자 확대와 우수 연구인력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정희 팀장은 한약제제, 생약제제, 천연물신약 등에 대한 명확한 물리적 구분은 없으면서 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나 처방권에 있어서는 관행적인 구분이 있어 제제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연구자와 이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이처럼 법?제도상 모호한 부분들이 해소되기를 희망했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강석환 과장은 한의약육성법이 ‘힘 없는 법’이라는데 동의한데 이어 독립 한의약법 제정이 어려운 만큼 독립 한의약법의 취지와 핵심 내용을 한의약육성법에 반영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양방 균형발전 지원, 정책개발 지원, 한의사의 해외 진출, 해외환자 유치, 보장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아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 좌정호 과장은 천연물신약 문제와 관련해 처방권은 의료법에서 규정돼 있는 것이고 식약처는 제약회사에서 만든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등을 평가해 허가여부를 판단할 공통적인 심사 기준을 만들어 평가할 뿐이기 때문에 한의계가 천연물신약 관련 소송에서 이기면 뭔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있다면 해당 고시 내용을 삭제하면 그만이고 약사법에 처방권에 대한 내용이 없는 만큼 해당 소송으로 천연물신약을 한의사도 쓸 수 있도록 돌리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좌 과장은 의료법과 약사법이 주체지 한의약육성법은 보조적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의료법과 약사법이 있으니 한의약육성법을 보완한들 실효성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어서 제대로된 한의약 육성을 하려면 결국 독립 한의약법을 제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에 앞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한의약육성법은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을 근거로 치료의학으로 존재해 온 한의학이 세계전통의학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의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시행령과 시행세칙이 없는 선언적인 상태로 지난 11년간 ‘박제화’되어 존재해 왔다”며 “한의약육성법 시행 11년의 과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한의약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의약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향후 한의약육성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우리 한의학”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적인 전통의약 발전을 위한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의학계를 비롯한 국가적인 관심을 통해 세계에 당당히 우리 한의약을 자랑할 수 있는 발전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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