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적 문제 개혁해 새로운 도약 준비해야
임상 현장에서 활용성 높은 연구성과 필요
일선 한의계와 소통 통한 공감대 형성이 관건
1994년 10월 한국한의학연구소로 출발한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한의학연이 걸어온 그동안의 성과와 현실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최근 8년간(2006~2013년)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기관 평가에서 5번(2006년, 2008~ 2011년)이나 ‘미흡’ 등급을 받았다. 이로인해 그동안 총체적 경영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오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2년에 ‘보통’, 2013년에는 ‘우수’ 등급을 받으며 나름의 개혁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의학연을 포함해 6개 기관을 대상으로한 2006년도 기관평가에서 한의학연은 6개 기관 중 가장 낮은 점수(C등급)로 ‘미흡’ 등급을 받았다. 연구부분와 경영부문 모두에서 C 등급 점수였다.
2007년 기관평가에서는 ‘보통’ 등급을 받았다.
‘일회용 침 규격의 표준화’, ‘뇌혈관질환에 대한 위험도 예측 프로그램 개발’, ‘당뇨 합병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한약제제 개발’ 등 한의학을 객관화 시킨 연구성과가 높게 평가됐다.(연구부분 ‘우수’, 경영부문 ‘보통’)
평가단은 이와함께 한의학 전공자들의 연구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기울일 것과 논문 중 단독·주·교신저자점유율 및 총 논문대비 SCI 논문 발표 비율이 낮은 원인을 분석, 적절한 계획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또 산·학·연 협력 연구비 측면에서 볼 때 산학연 협력의 구심체 역할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돼 예산확대가 요망되며 국제협력 연구예산을 과감하게 확대, 국제적 저널을 창출하는 등 한의학의 국제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의학연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속 ‘미흡’ 등급을 받았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는 기관평가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2008년, 2009년) ‘미흡’ 등급을 받은 한의학연의 경영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질타까지 받았음에도 4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은 것이다. 전년도 평가에서 지적받은 사항이 개선되지 않고 재차 지적받은 부분이 많아 경영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2008년 기관평가 평가단은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봤다.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의 사기가 저하돼 있으며 연구과제 표절시비 논란과 경력허위기재 문제로 당사자가 해고되는 등의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기관의 위계질서가 무너진 듯 해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표현까지 남겼을 정도다.
2010년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권영진 의원은 업적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연구원이 승진에 이어 보직까지 맡아 업적평가의 실효성이 없고 출장관리에 있어 다수의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되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마련한 해외출장지침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투명하지 못한 인사 및 규정 관리가 내부 불신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평가단은 ‘책임연구원 자동승진’ 제도 개선과 업적평가에 따른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하며 연구윤리 강화 및 직장 내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라고 제언했다.
평가단은 또 사업규모 면에서 정체돼 있고 한의계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다.
정부출연금은 10% 정도 증가했으나 정부수탁사업과 일반수탁사업이 감소하면서 연구직접비가 25%(30억원)나 감소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연구직접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체수입 초과액의 39.2%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이보다 다른 효율적인 사용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평가단은 한의학, 한약학 분야의 연구개발 기획 및 정책수립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산·학·연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토대로 전략 연구 테마를 도출하고 해당 분야 최고의 연구인력을 유치해 글로벌 연구그룹으로 육성하라고 조언했다.
2009년에는 성과 중심의 연구체제 강화로 연구의 양적, 질적 수준은 개선되고 있으나 우수 인력의 이직 현상이 지속돼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전략과 기관의 경쟁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요구했다.
또한 지적 재산권 관리에 대한 체계화 필요성과 향후 중국의 임상연구에 대한 기술을 파악하고 기술을 교류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접촉 교류할 필요가 있으며 전통 의학의 국제화, 산업화에 더 많은 비중을 두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2011년에는 ‘지식정보 관리수준’ 부문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연 웹사이트의 외부 정보서비스에 대한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의욕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Oasis(전통의학 정보포털) 시스템의 경우에도 사용자 편의성 및 자료의 신속성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2011년에도 고질적인 인력유출 문제를 지적받았다. 인력수급대책 및 이직인력 유지방안과 함께 장애인 고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임상연구 강화와 연구성과 경쟁력 제고 방안 도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또 다기관 네트워크를 통한 임상 DB 구축 및 관리가 중요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사업비 구조 개선도 지속적으로 요구됐다. 출연금만 아니라 정부수탁사업 등 자체연구비 확충에 노력하라는 것이다. 연구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협의해 연구사업비를 다변화하고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 기관평가에서 한의학연은 4년 연속 ‘미흡’ 등급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보통’ 평가를 받았다.
SCI(E) 논문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해 연평균 46.3% 증가했으며 1인당 SCI(E) 논문 편수도 연평균 33% 증가했을 뿐 아니라 Impact factor 평균으로 본 논문의 질적 수준도 향상된 점이 높게 평가됐다.
또 한의학 이론에 근거한 맥진기와 설진기 등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한의학 분야 최초로 일회용 호침, 이침, 피내침, 뜸의 국내 표준을 확보해 국제표준기구에 신규제안서를 제출한 것도 우수한 점으로 꼽혔다.
다만 평가단은 한의학 분야의 대한민국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해 한의학 분야의 현황과 문제점, 국내외 R&D 및 시장동향, 주요이슈 발굴 및 정책대안 제시, 발전전략 등의 주역을 담당할 것을 권고했다.
임상연구의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임상효능 평가를 기전연구와 함께 시행할 수 있는 전략의 필요성과 더불어 한의학 분야의 인력확보 어려움을 감안해 세부 기술 분야별 소요 인력수급을 포함한 기관의 ‘중장기 인력 로드맵’ 마련을 강조했다.
이와함께 정부의 한의학 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한의학의 국제표준 선도국가로서의 위상 정립을 위해 제안된 안건들이 채택되기 위한 기관 역량을 집중, 향후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타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다양한 분야의 국제표준을 창출할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던 기관 내 소통을 통한 조직 문화 개선 및 우수인재 확보, 그리고 연구교류 및 협력활동 측면에서 개선된 성과를 보이면서 한의학연이 2013년 기관평가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다만 특허 활용 건수의 증가에도 특허 출원 건수의 증가율이 더 높아 보유특허의 활용율이 감소 추세를 보임에 따라 특허의 질적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특허 비용 대비 기술료 수입 비율이 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점을 지적받았다.
최근 8년간 한의학연의 기관평가 성적은 우수 1번(2013년), 보통 2번(2007년, 2012년), 미흡 5번이다.
최근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의학연을 평가해 볼 수 있는 또다른 지표인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는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부 청렴도가 매년 최하등급을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한의 의료기관 임상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임상에서의 활용성이 높은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주년을 맞은 한의학연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과 장기 로드맵을 제시, 이에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실행해 나가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