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환 한의사(주은라파스병원 통합의학암센터장)
필자는 세월호 참사로 실종자들을 찾는 잠수사들의 건강이 상당히 안좋다는 소식을 듣고, 일전에 잠수병 치료경험이 있어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진도 앞바다의 바지선에 승선하여 잠수사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봉사를 했다. 긴급재난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한의약 분야의 응급의료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월호 침몰 장소 바로 위에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바지선이 떠있다. 그곳에 있는 잠수사들의 건강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대한한의사협회에 한의사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 소식을 듣고 협회 의무팀의 협조 아래 의료지원에 나서게 됐다. 동의대 한의대 길경복(본2)·정재한(본2) 한의대생도 함께 했다.
진도 도착 후 협회 의료지원팀과 함께 탕약, 보험약, 환약, 침구 부항기 등을 챙겨 팽목항 복지부 상황실로 갔다. 이미 2주 전부터 바지선의 잠수사들이 여러 번 한의 의료지원을 받은 결과 효과가 좋아 전남도청, 해양경찰 등에 수차례 공식 지원을 요청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의 분야는 의료지원이 안 되고 있었다. 잠수사들이 침 치료 후 물에 들어가면 침 시술을 받은 구멍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한의치료를 거부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도 과연 잠수병에 한의치료가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있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부 관계자와 의료구조단장(의사)에게 ‘잠수병(Decompression Illness:DCI)’을 한약 처방하여 호전시킨 경험이 있고, 젖산으로 인한 근육경련에 한약이 치료와 더불어 예방효과도 있어 잠수부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며, 열악한 환경도 감수하겠다고 설명하여 바지선에 오를 수 있었다.
침 치료받고 물 속에 들어가도 안전하다고 설득
바지선에 도착 후 환경을 둘러보니 정말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잘 곳도 없고, 의료물품을 풀어둘 곳도 없었다. 다행히 두 평 정도의 잠수복을 거는 공간이 나와 서둘러 한의의료지원실을 꾸렸다. 의료지원실을 찾는 환자들은 해경과 잠수사들이었다. 한달 이상 좁은 바지선에 머물다 보니 경항통, 요통, 견갑통, 견비통 등 근골격계 질환을 다수가 앓고 있었다.
이들에게 침 치료 후 물 속에 들어가도 안전하다는 점과 잠수 이후 후유증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득을 했다. 그러고 나서야 환자들이 침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누울 공간이 없기에 의자 위에 앉혀 주로 동씨침법과 사암침법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부항과 가져간 한방파스를 일일이 붙여 드리고, 급히 준비해간 삼합탕 등 탕약과 보험엑기스제를 처방했다.
첫날은 24명(잠수사 10명)을 진료했다. 질환 통계(증상 중복집계)는 △근골격계 21 △호흡기계 2 △소화기계 14 △신경계 8 △정신계(불면, 스트레스) 8 △잠수병(DCI)의증 3례 등으로 나타났다. 잠수사 10명 중 증상별 통계(단위:례/환자 증상별 중복통계)는 근골격계는 경항통(항강) 6/수완통 2/주두통 1/요통 3/견통 4/배통(등) 2/둔부통 1/흉통 1 등으로 나타났고, 신경계는 저림 2/두통 3/현훈 2/건망 1, 정신계는 스트레스 2/신경질 및 짜증 1/심계 및 정충 1/불안 및 초조 1/잘놀람 1/가슴답답 1/잠들기 어려움 2/거의 못잠 1/꿈 자주꿈 2/ 밤새꿈 1/잘깸 1/옅은잠 1, 소화기계는 식욕부진 2/더부룩 1/답답함 1/트림 1/속쓰림 1/가스참 1/대변 불규칙 3/가는 대변 2, 탈진(피로) 증상은 피로 6/무거움 1/기운없음 1, 호흡기계는 몸살형(신체형) 1/호흡기형(콧물 및 기침) 1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잠수병(DCI)의증 환자는 3명으로 그 중 24세인 해군 심해잠수사는 전형적인 증상(두중, 손끝저림, 다발성 저림, 다발성 통증 호소)을 보여 침 치료(대측 소부 노궁)를 하였더니 저림은 많이 호전되었다. 잠수병의증으로 보이므로 신경근전도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하고, 혹 잠수병으로 진단된다 하더라도 한약과 침 치료로 잠수병이 호전될 수 있음을 설명한 후 준비해간 잠수병 치료 한약을 5일분을 처방했다.
이분은 잠수병의증으로 치료를 위해 후송배에 오르게 됐는데 마지막까지 남아 실종자를 찾고 싶다며,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 참 군인이었다.
첫날 진료는 7시에 마치려 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 24시간 진료를 요청했다. 바지선에는 의사 2명과 여러 명의 군의관이 하루씩 교대 근무 중이었다. 물리치료사는 7명이 있어서 하루씩 교대 근무를 해도 24시간 근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한의사는 필자 혼자라 난감한 처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24시간은 할 수 없었고, 오후 10시 30분까지 첫날 진료를 했다.
잠자리는 물리치료사들이 사용하는 컨테이너에 마련돼 다행히 노숙은 면했다. 그곳에서 춥고, 습한 바닷기운과 함께 새우잠을 청했다.
두통·근육통 호소하는 잠수사들 한의치료로 큰 효과
이튿날에도 이른 아침부터 의료지원이 시작됐다. 잠수사들이 20분 간격으로 바다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 분은 두중 저림 근육경련 다발성 근육통이 보여 감압병(DCI)의증 환자셨다.
안정이 필요하며 바지선 외부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으나, 자신이 빠지면 동료 잠수사가 더 힘들어지며, 희생자가 유실되기 전에 찾고 싶다고 하였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실종자 수색 작업이다. 전날 탕약과 침 치료로 다발성 근육통은 호전됐으나 감압병의증 많이 보여 감압병 치료를 위해 탕약을 처방하고, 안정을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급히 밖으로 나가 ‘공진단’을 공수해왔다. 잠수 직전의 잠수부들에게 1개씩 처방하며, 근육의 피로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사에게 한약 치료가 효과가 없다고 믿었던 그들의 마음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또한 전날까지 잘 오지 않던 해군 잠수부(UDT, SEAL, 심해구조사)도 치료를 위해 부쩍 많이 찾았다.
또한 전날 치료받은 많은 잠수사들이 침 및 한약 치료에 효과를 보았다고, 오전부터 바지선 외부 치료실에 줄지어 대기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 부항 치료를 하고 싶다고 하니, 심해 해류를 점검하는 컨테이너에 ‘한의의료지원실’을 마련해주었다.
특히 신경성 두통 환자가 많아 준비해간 청상견통탕을 복용 후 숙면을 취했다는 감사가 이어졌고, 급성비염 환자들도 소청룡탕 엑기스제를 투여하여 증상이 호전됐다. 바지선 행정실무를 맞은 해양경찰교육원 정모 교수도 급체와 급성비염으로 진료실을 찾았는데, 향사평위산, 소청룡탕 등의 엑기스제 처방 후 크게 호전이 됐다고 알려왔다. 환자군 중 잠수사들은 계속된 잠수로 근육피로가 심한 상태라 작약감초탕과 쌍화탕을 주로 처방했다. 둘째 날 진료는 오후 11시경에 마쳤다. 동행한 길경복, 정재한군과 봉사 현장을 정리하며 자정즈음에 잠자리에 들었다.
심해조류 연구실에 꾸린 한의진료실은 잠수부들의 안전을 위한 조류 점검장치가 있는 곳이라 삑삑 거리는 소음이 커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와 바다를 보았다. 유속이 정말 무섭게 빠르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잠수사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 재난시 한의약이 얼마든지 큰 역할 담당 가능
쉼없이 잠수 작업 중이라 혈압이 상승돼 일반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잠수불가 판정이 60%가량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명이 잠수를 못하면 다른 잠수사가 대신 또 들어가야 할 처지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잠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스트레스성(본태성) 고혈압을 완화하기 위해 준비해간 가미소요산, 조등산, 향소산, 방풍통성산 등의 엑기스제를 투약하고, 탕약으로 청상견통탕을 처방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는 천왕보심단을 처방했다. 셋째날에는 19명이 진료를 받았다. 증상으로는 근골격계가 요통 10/수완통 2/근육경련 1/배통(등) 1/항강 1/슬통 2/좌골신경통 1/견통 2/족과통 1/족저통 1/신경계 4/수족저림 2/과련통증 2례이었고, 정신계는 불면 9/옅은잠 4/잠부족 4/스트레스 및 화남 3/가슴답답 1 등이었으며, 탈진은 피로 6례이고, 호흡기계통 증상은 편도염 1/급성 비염 6, 기타로 당뇨 1례가 있었다.
마지막 날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이때 최동현(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 연구본부 초청연구위원, 법학박사)이란 분이 명함을 건네며, 한의진료팀의 모습을 인상깊게 보았다고 인사를 했다. 자신은 현재 정부와 국가긴급재난시 대응매뉴얼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의 분야가 국가 재난사태에도 충분히 양방 및 응급구조와 함께 좋은 역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한의약은 예방의학 및 치료의학이 가능하므로 기존 응급의학과 얼마든지 협조가 가능함으로 국가 재난시 대응매뉴얼에 반드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했으나, 한의 분야가 예방의학으로서 충분히 응급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에 뿌듯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잠수사들에게 한의학이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치험례를 통해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또한 잠수부에게 침 치료를 하면 위험하다는 응급구조사들과 잠수사들의 잘못된 선입관을 실례를 통해 바로 잡아준 것도 성과였다. “진작에 한의사가 투입되었으면 우리가 덜 고생하였을 것”이라는 잠수사들과 해경의 칭찬이 기분을 좋게 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의사, 응급구조사들에게 국가 재난사고에서 한의약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케 한 보람된 경험이었다. 한의사란 직업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