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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2일 (화)

손끝으로 읽어낸 여성의 건강

손끝으로 읽어낸 여성의 건강

‘한의학이여, 여성의 부름에 답하라’-2026 유관학회 연합세미나 참석기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서포터즈 김소정(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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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서포터즈 김소정(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한의신문] 지난달 21, SETEC 컨벤션센터에서 ‘2026 유관학회 연합세미나가 열렸다.

 

한의학이여, 여성의 부름에 답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척추신경추나의학회·임상약침학회·대한스포츠한의학회·대한침구의학회가 여성 질환을 함께 다룬 자리로, 서로 다른 전문성을 지닌 네 학회가 한 주제 아래 강단을 나눈 것만으로도 한의계가 여성 건강을 얼마나 폭넓게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서포터즈로 학기 중에도 기성훈 원장님의 한의원에서 추나 스터디를 이어온 나에게, 이날은 평소의 배움이 큰 무대에서 하나의 그림으로 모이는 시간이었다. 네 학회의 강의는 다루는 도구도, 출발점도 저마다 달랐지만, 가만히 듣다 보니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모이고 있었다. 여성의 몸을 남성의 축소판이 아니라 그 자체의 언어로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하는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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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첫 강의에서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함유정 이사님은 여성 스포츠인의 상대적 에너지결핍(RED-S)을 다루며, 스포츠의학의 임상 기준 상당수가 남성 데이터 위에 세워져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셨다. 이상섭식·무월경·골다공증을 직선적으로 잇던 1997년의 여성 3증후가 2014IOCRED-S를 거쳐 최근의 개인화된 관리 모델로 발전해 온 흐름은, 여성 건강을 바라보는 의학의 시선이 어떻게 정교해져 왔는지를 보여줬다. 월경을 하나의 활력징후로 보아 생리·배란·황체기를 길게 추적한다는 관점은, 여성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고 읽어내는 출발점처럼 다가왔다. 무엇보다 여성은 작은 남성이 아니다라는 한 문장은, 생리·임신·골반저에 이르는 여성의 건강을 남성의 축소판이 아니라 독립적인 관리 대상으로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로 오래 남았다.

 

이어 대한침구의학회 박연철 학술이사님은 침 치료와 안면 매선을 원리에서 풀어내셨다. 술기를 익히기에 앞서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는 치료의 목표와 경락의 대응 원리를 먼저 세우고, 정경침법·동씨침법·사암침법을 하나의 틀로 꿰는 강의였다. 특히 고전이 말한 천응혈(天應穴)이 오늘날의 근막통증유발점과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신 대목은, 옛 직관이 현대 해부학의 언어로도 설명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진 여성질환 침구 치료에서는 포문(胞門부인문(婦人門)의 관점에서 월경부조를 조혈(調血)로 풀고, 월경의 색과 형태로 몸의 상태를 읽어내는 변증 체계가 소개되어 평소 부인과에서 배우던 내용을 침의 언어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근거를 이해하면 술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이 강의 전체를 관통했다.

 

오후 첫 강의에서 임상약침학회 성혜령 원장님은 미용약침을 활용한 피부·탈모·다이어트 치료를 소개하셨다. 연어와 송어의 정소에서 얻은 성분이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돕는다는 출발점부터, 피부 재상을 위한 미주안약침과 지방 분해를 겨냥한 리포컷약침까지, 본초의 성분을 현대 약리의 언어로 풀어내며 약침이 재생과 대사라는 임상의 수요에 정교하게 응답하는 모습을 보았다. 피부와 모발, 체형처럼 여성의 삶의 질과 직접 맞닿은 영역까지 한의학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사실은 여성 건강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층 넓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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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마지막은 척추신경추나의학회 기성훈 원장님의 부인과 추나요법이었다. 손으로 내부 장기를 직접 다루는 내장기 추나는 장기의 가동성과 고유운동성을 회복시켜 순환과 자연 치유력을 끌어올리는 치료로, 진단은 익숙한 복모혈·배수혈에서 출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해부학과 발생학을 손끝으로 옮겨 오는 관점이었다. 자궁천골인대·원인대·광인대가 자궁과 난소의 위치를 지배한다는 점, 발생 초기 흉강과 골반강이 접히며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슬러 골반강을 준비시킨다는 설명 앞에서, 책에서 외우던 인대와 발생 과정이 손끝에서 살아 움직이는 도구가 되는 순간을 보았다

 

시연은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조직이 스스로 풀리기를 기다리는 방식이어서 내가 알던 추나와는 또 다른 결이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치료적 박동을 기준으로 시술을 마무리한다는 설명은, 추나가 결국 손으로 몸을 읽어 가는 과정임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제왕절개 흉터가 생식기 통증으로 이어진 환자, 골반과 내장기의 긴장을 정리하자 임신에 이른 난임 환자의 증례는 추나가 여성 건강에서 가질 수 있는 폭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측와위처럼 서로 민망하지 않은 자세를 택한 구성에서, 기법의 효과만큼이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치료의 일부임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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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강의를 모두 듣고 나니, 서로 다른 네 분야가 결국 한 사람의 여성을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졌다. 스포츠한의학은 에너지와 회복으로, 침은 원리와 변증으로, 약침은 재생과 대사로, 추나는 구조와 손끝의 감각으로 같은 몸을 저마다의 언어로 읽어내고 있었다. 여성의 부름에 답하는 길은 한 가지 치료법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고유한 텍스트로 읽어내려는 네 갈래의 접근이 만나는 자리에 있었다. 이처럼 각 학회가 임상에서 쌓아 온 지견을 한 주제로 모아 학생과 회원에게 여는 학술 교류는, 한의계가 함께 키워 가는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나학회가 서포터즈 제도를 통해 학생에게 임상 현장의 추나를 직접 잇는 통로를 열어 준 것도 그런 배움의 한 갈래였고, 학기 중 단편적으로 익히던 기법들이 발생학과 인대 생체역학이라는 하나의 틀로 꿰어지는 경험은 추나를 동작의 모음이 아니라 몸을 읽는 언어로 이해하게 해 주었다. 그 배움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사람으로서, 이를 동료 학생들과 나누고 임상 현장으로 이어가는 일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본과3학년으로서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다시 그려보게 한 시간이었다. 좋은 강의를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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