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한의대 신설 움직임을 지켜보며(上)

해마한의원 백은경 원장



정부, 한의계·국민 의견 폭넓게 수렴해야

대학 선정과정 공정성·투명성 보장을



최근 한의신문, 꼬마통신, 민족의학신문에서 국립대 한의대 설립에 대한 여러 견해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에는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지나치게 우려하는 관점도 볼 수 있다.



국립 한의대 90년 중반부터 거론

국립대 한의대 설치는 1990년 중반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의학에 대한 정부의 육성의지를 천명하는 차원에서 2001년 교육부의 대학원 정원조정계획에 의해 국립대학 중 1개를 선정하여 한의과대학 설치가 신청되었던 일이다. 이후 2003년 보건복지부는 서울대학교에 국립한의과대학 설치를 위한 협의를 추진하였으나 서울대의 공식입장은 의료일원화를 전제로 한 연구기관이나 대학원과정만을 언급했으며 한의과대학 신설과 관련한 일체의 논의를 금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사실상 서울대내 신설이 불가능해지자 한의협은 매우 아쉬워하면서도 다른 한곳이라도 국립대내 한의대 신설을 희망한다고 밝혔다(2003년 3월17일자 민족의학신문). 이후 국립의료원내 한의대 설치를 검토하고 있었으나 이를 포괄하는 국가중앙의료원의 계획이 국무총리의 지시에 의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이 대안마저 불투명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2003년 3월 복지부의 국립대 한의대 신설에 대한 발표가 있었을 때 의협에서는 의료일원화를 역행하는 처사이며 의료인력을 과잉배출한다는 등의 몇 가지 이유로 국립한의대를 반대했고, 한의협은 언제 의협이 한의사 과잉배출을 걱정해줬냐며 더이상 국립대 한의대 신설을 늦출 수 없다는 논지로 즉각 설치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노 대통령 공약사항 이행 가능한가

국립대 한의대를 공약사항으로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1년 7개월가량 남았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의사협회는 자신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서 곤경에 처해 북풍한설을 견뎌야 한다는 와신상담격의 기사를 썼다. 시간은 흘렀고, 한의계는 국립대 한의대 신설이라는 대통령 공약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감에 대한 기사를 매일 읽게 되는 시기에 들어섰다.



국립 한의대 신설이 항간에 회자되다가 정부발표에 의해 표면위로 부상한지 5년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겠으나 서둘렀다고 볼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고, 사실상 여유가 넉넉하지가 않을뿐더러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차후로는 기대를 않는 편이 나을지 모르는 기로에 서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립대 한의대 설립이라는 공약사항을 전승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의사협회가 좋은 선택을 해야함은 물론 회원들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 긍정적으로 신속하게 풀어가기를 바란다.



회원들 의견수렴 창구 부족

국립대 한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한의계 외에도 교육부나 복지부, 기존 사립대의 입장 및 국민들의 입장까지 다양하게 검토해야 하는 일이다. 다행히 2004년에 나온 보고서 2권에는 국민들, 한의대 교수들, 의대생이나 의사들, 한방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등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어 각층의 견해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공청회를 통해 한의계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가지기를 제안했던 필자로서는 그렇지 못했던 과정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두 번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공청회가 생략된 결과, 중앙회와 지부 사이에, 또는 한의대학장들과 중앙회 사이에 서로 다른 견해들이 불협화음 그대로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보건복지부나 청와대 등으로 전달되었는데 제3자가 보면 한의계가 당나라 군사 같지 않을 것인가?



돌아보면 공청회는 2001년 교육부의 입장표명 이후로 어느 회장단에서도 없었다. 그나마 협회통신망을 통한 설문조사조차 현 집행진에 의해 2005년 가을경에 실시되었을 따름이다. 급조된 감이 없지 않지만 아쉬운대로 회원들의 뜻을 물어봐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반회원들은 국립대 한의대와 관련해서 깊이 있게 논의하기에는 가진 정보가 적었다. 최근의 모 신문 기사에 따르면 ‘국립대 한의대 신설을 한의계의 명운을 가르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역대로 이와 관련한 연구보고서가 단 2권이 전부이며 2004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제출된 사실을 볼 때 한의계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자연히 각론은 엄두도 못내고 총론이 반복되면서 어디에다 설치할 것인가가 논의의 초점이 되어 있었다.



현재 시도지부장을 중심으로 한 추진위원회의 논의들과 6월19일로 예정된 한의학미래포럼을 통해 각론에 대한 얼마간의 논의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한의계가 담아내고자 하는 실제적인 내용물에 대해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대학이 선택되느냐하는 것은 전문가집단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함으로써 한의계의 염원에 최대한 가깝게 선택을 하리라 예상되며 이 과정이 연착륙을 위한 최소한의 일정이라고 본다. 중앙회가 급가속을 하여 국립대 한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이 시기에 엉중겅중하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