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는 동물이나 식물 등만 하는 게 아니다. 최근까지 한의계에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던 한방네트워크가 새로운 환경 적응을 위한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한방네트워크는 전문화된 한의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힘을 모으고 급변하는 의료환경(의료시장 개방 등)에 대응양식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병원경영의 안정성 등에 염두를 둔 포석이었다. 그럼에도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현재 이들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그리 좋은 편은 못되는 듯 싶다.
많은 네트워크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면서 다양한 의료영역 확산이란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가맹비만 챙기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진료 질의 향상이나 발전된 제형을 생산해 내지 못해 구성원들로부터 불만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많은 네트워크들이 구성원들로부터 받은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세력 확장이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돼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하고, 근본적인 연구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재생산구조 구축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진화해 나가려는 네트워크가 등장해 관심을 끈다. ‘한의학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의문점을 화두로 ‘아토키즈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간 아토키즈한의원 윤원식 원장이 주인공이다.
“현 상황대로라면 한의학이 명맥은 유지할지 모르지만 대중화된 의료체계로서의 존재는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많은 한의사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의원의 주 수입이 탕제와 침 시술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호하는 계층은 줄어들고 통증질환이나 중풍질환은 양방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만 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윤 원장은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제품에 한방은 있지만 한의사 역할이 사라진 현상에 어찌 통탄하지 않겠느냐며 되묻는다. 어떤 제품을 개발한다든가 제형변형을 하는 것은 한의사 혼자의 여력으로는 역부족이고, 개발한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뒤떨어진 제품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윤 원장은 이같은 한계에 대한 해법을 연구인력풀 가동을 통해 재생산구조를 만들어 가는 아토키즈 네트워크 찾는다.
“한방 연구는 연구능력이 있는 한의대 교수들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한의사들이 역할을 맡고, 이를 응용한 제품개발은 첨단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인력과 기초화학, 생활화학, 제약학 등 실용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력들이 공동연구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 전 현직 한의대 교수를 비롯해 KIST, 피코스텍연구소, 일본 우에다연구소, 제약공학과 교수 등 인물들을 영입에 성공하면서 아토키즈연구소 설립에 성큼 다가섰다. 이들 기술진과 1년여의 연구개발로 출신된 제품은 윤 원장이 현재 한의원에서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쓴맛 없는 탕약과 1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증류한약을 들 수 있다.
특히 1년 동안 보관 가능한 1회 복용량 10cc 내외의 농축된 탕제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쓴맛이 없는 한약은 2~3일분 감기약을 처방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린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여러 가지 형태의 한방패치 가운데 고약 형태의 여드름 치료제와 원내에서 한방추출물을 사용해 피부를 청결히 하는 화장수도 있다.
윤 원장은 개발한 제품 가운데 가장 내세우고 싶은 것은 아토피 화장품 4종 세트. 이들 화장품은 현재 초기 아토피 환자이거나 중등도 이하 환자 중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했어도 제한적으로 사용해서 의존성이 생기지 않은 환자에게 탕제를 병행해서 복용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제품이다.
특히 한방화장품의 난제였던 세라마이드가 서로간에 잘 뭉치는 성질이 있는 반면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으면서 괴형태를 띠고 있는 특수한 조건들을 첨단 공학기술을 이용해 50나노 크기로 쪼개고 압력이나 온도의 변화에도 서로 뭉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캡슐화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세라마이드 함량을 원료에 10%, 제품의 1% 포함하는 기술적 안정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아토키즈 화장품의 핵심기술이기도 한 이같은 나노기술은 피부침투를 쉽게 함으로써 유효성분 효과를 극대화 하면서도 자극성분은 최소화에 성공한 것이다.
윤 원장은 “연구인력 풀이 제대로 가동되면 외용제 분야개발은 앞으로 무궁무진한 분야가 될 것이고, 1년 이내에 발효화장품 개발도 할 것”이라며 “개발경쟁이 치열한 관계로 누가 제품화를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미 젤 형태의 화장품이 손으로 ‘톡’치면 물처럼 변한다든가 처음 발랐을 때는 뻑뻑하다가 마사지를 하면 열이 나면서 부드럽게 스며드는 화장품 제형도 이미 개발돼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한방에 적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아토키즈 네트워크는 앞으로 한의원의 브랜드 마케팅관련 제품 홍보에 있어서도 네이버 등 4대 포털 온라인사이트에 스폰서링크, 키워드검색, 블로그 검색 등의 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방송매체를 통한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스타마케팅을 도입하는가 하면 GS·CJ홈쇼핑에 홈쇼핑방송과 오프라인 매장에 전국 이마트·홈플러스의 ‘닥터랩’ 코너에 입점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대전지역 유성구 보건소, 방송사(KBS)와 공동으로 ‘아토피 없는 세상만들기’ 이벤트 프로그램(아토피 무료진료)을 계획하고 있다”는 윤 원장은 “충남 금산군과 공동으로 진산면의 진산 휴양림에서 1년에 1회 아토피 캠프운영(3박4일 일정으로 5차에 진행) 계획이 수립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