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이형주 원장이 재선했으며, 연구원이 개원 12주년을 맞이 했다.
이에 이형주 원장으로부터 향후 연구원 운영계획과 목표 등을 들어보고 한의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보려한다.
재선과 12주년을 맞아 향후 연구원을 이끌어 갈 중장기 계획은?
지난 12년 동안 한의학연구원이 발전하는데 힘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한의학연구원은 기관 규모 확립을 위해 3단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08년까지는 도약기로 보고 있으며, 이 시기에는 양적 성장을 위한 임계 규모를 확보해야 하는 시기로서 단기적으로는 예산 규모 350억원 확보와 정규인력 150명 확충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2번째 단계는 오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성과 창출기로 그동안의 외형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시기이며, 마지막 3단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연구거점화기를 통해 한의학연구원이 세계 일류 전통의학 연구 전문기관으로 발전하도록 할 계획이다.
연구 분야와 관련해서는 미래 니즈기여도와 경쟁력확보, 고유 임무 부합성에 따라 그동안의 연구 분야를 재편, 진단표준화와 한약 표준화, 침구경락표준화, 한약효능평가 및 안전성, 한의의료정보화, 한약기전, 체질진단연구 등 7대 중점연구를 확정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다.
향후 3년간의 구체적인 운영계획은?
지난 3년간 연구원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3년간 한의학연구원이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중국 중의학을 극복하고 한의학 기반 기술융합형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세계 일류 연구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첫째, 한의학과 IT, BT, NT 등이 융합된 융합기술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둘째, 국가 한의학 연구거점화를 위한 발전기반을 더욱더 확충함으로써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실질적 성장과 함께 균형성장에 힘을 기울이겠다.
셋째, 열심히 일한 사람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성과 중심 종합경영체계를 정착토록 하겠다. 연구기관이 발전하려면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는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넷째, 글로벌 시대를 맞아 대덕특구 등의 국내 기관 및 해외 기관과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생명공학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협력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이제마 프로젝트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창출할 것이다.
다섯째, ‘오픈쓰리 운동’과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주민 친화형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 갈 방침이다.
지금까지 이뤄낸 업적과 이에 대한 자평 그리고 향후 목표는?
우리 한의학연구원은 10여 년 동안의 정체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예산도 182억원으로 지난 2003년 보다 2.8배 성장했으며 정규 인력은 36명에서 90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연구원 시설 역시 서울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이전한 이후 숙원 사업이었던 기숙사동을 올 초 완공했으며, 만성적인 공간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는 3,200평 규모의 연구동 신축 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아울러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의 연구 분야를 7대 중점 연구 분야로 재편, 핵심 역량을 강화했으며 정부출연기관 및 11개 주요 한의대 등 국내 관련기관은 물론 중국 중의과학원 등 해외 관련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성과 창출을 위한 협력 시스템을 마련했다.
앞으로 연구원은 그동안의 외형적인 성장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연구성과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현 한의계가 세계화 과학화를 위해 개선하고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세계는 이제 전통의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던 서양의학은 최근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선진 각국들이 전통의학 연구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 한의계에 커다란 기회이면서 위기라고 여겨진다. 중국의 중의학이 이미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한의학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화 과학화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표준화와 객관화가 중요하다. 한의학이 서양의학계 일각에서 불신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진료나 처방의 편차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의계는 앞으로 우리만의 기준이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와 규정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중국과 경쟁해서 우위에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앞서 있는 경쟁상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의학이 잘하는 것 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최고가 되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내는 노력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의계가 개선해야 할 과제와 정부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한의학은 의료행위 뿐만 아니라 침구나 경혈, 처방, 한약재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표준화와 과학화가 진행되어야 하며, 언어장벽도 걷어내야 한다.
국내외 외국인들이 한의학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고 배우고 싶어 하지만 변변한 외국어 교재가 없는 것이 우리 한의계의 현실이다.
정보 공개도 중요하다. 중국은 이미 모든 중의학 정보를 공개해 오고 있다. 한의계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한의학 정보를 DB화해 한의학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기관에는 과감한 투자를 요청하고 싶다. 한의학연구원은 개원 이후 10여년 동안 정체의 길을 걷다 최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흡하기만 하다.
21세기 전통의학시대가 ‘한의학의 시대’가 되도록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