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초 지도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러 동서신의학병원을 방문한 날 지도교수님의 소개로 이승현(동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장) 교수님을 뵙게 되었다. 평소 한의원을 내원하는 장애아동들이 음악치료를 많이 받아 남다른 관심이 있었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이승현 교수님은 초면임에도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고 짧은 시간동안에 아동의 발달장애와 한방음악치료에 대한 많은 말씀을 주셨다. 곧 있을 오행음악연주회에 초대를 해 주시며, 자리를 파하기에 앞서 교수님은 ‘한방음악치료는 기존의 음악치료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라는 점만은 꼭 기억해 달라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나는 그 말씀의 의미를 바로 알지 못했다.
연주회 당일 집사람과 함께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공연장 내에서 행사 팸플릿을 펼쳐보며 나는 첫 번째로 놀랐다. 한방음악치료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국악이나 우리 고유의 악기를 연상했으나 구성곡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곡들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 곡을 구성하는 악기와 곡의 특성을 목화토금수라는 오행의 기운으로 나누어 각기 소제목을 붙인 것이다. 내가 이전에 접한 음악치료는 환자가 악기를 직접 다루며 그로부터 감정이 이입되고,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을 통해서 심신의 상태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방음악치료는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 이승현 교수님의 오행음악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으며 말로 형언 못할 전율을 느꼈다. 성악을 전공한 한의학 박사님 정도로만 생각했던 교수님, 그런 교수님이 한의사와 특히 음악 전공자나 관련 환자분들 등 제3자에게 음악을 한의학에 접목하여(아니 한의학을 음악에 접목하여) 설명하시는 것이다. 한 번도 한의사 아닌 분이 한의사를 포함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의학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적지 않은 기쁨의 충격을 받았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이전에 가졌던 나의 오해와 궁금증은 풀려 나갔다. 한방음악치료는 ‘악기와 곡이 가진 특성을 오행으로 구분하고 이 오행에 맞추어 간심비폐신 등 오장의 기운의 성쇠를 회복하는 치료’ 인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 자체에는 동서양이 따로 없고 오로지 오행의 특성만을 살피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악기에도 하나 이상의 기운이 담겨져 있고 이러한 오행의 기운이 곡의 전반에 걸쳐서 적절히 묘사되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경우 수렴의 금기와 격한 화기가 곡의 중간중간에 함께 녹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각각의 곡들의 특성을 규명하고 정의하기 위한 실험들을 계속 진행하신다는 말씀을 들었다. 아쉬움의 시간이 흐르고 한번 생각해 보았다. 경기를 동반한 장애아동의 음악으로는 어떤 곡이 좋을까, 인지와 언어의 발달이 늦는 아이들에겐 또 어떤 음악이 좋을까, 뇌성마비아동의 경우에도 분명 그들의 수족을 발달시킬 음악이 있을텐데…….
공연을 마치고 나오신 교수님의 손을 꼭 잡으며 나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장애아동의 오장육부를 발달시킬 그 답을 꼭 찾아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