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염 예방 적응증 임상적 유효성 입증 못해… 부당 이익금 환수 조치
14일 건정심 회의 결정… 한의협 천연물신약 정책 근본적 개선 촉구
논란이 됐던 동아ST 스티렌정의 급여가 삭제된다.
14일 국민연금공단 13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임상시험 자료를 지난해 말까지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급여를 승인한 ‘5개 효능군 조건부 급여 평가 결과’를 심의했다.
그 결과 건정심은 임상시험 결과 효능이 확인될 때까지 급여에서 삭제하되 효능이 입증되면 급여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다. 환수 방법과 환수 시기 등은 추후 복지부가 건정심 위원들의 의견을 감안해 결정될 예정이다. 환수 방법 및 금액 등은 3개월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약이 계속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것에 대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5일 발표한 2013년 의약품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에서 스티렌정이 760억원으로 퀸박셈주(1624억원), 녹십자-알부민주20%(780억원)이어 3위를 차지했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약이 천연물신약이라는 허울 아래 무차별적으로 사용된 이번 스티렌정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천연물신약 정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더구나 발암물질이 검출됐던 문제도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제약사의 편의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고쳐진 고시로 얼룩진 천연물신약 정책이 원점부터 재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한편 천연물신약 1호인 스티렌은 애엽 95% 에탄올 추출물로 2002년 ‘위점막 병변의 개선, 급성위염과 만성위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투여로 인한 위염 예방’을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하면서 그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 중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이 낮은 의약품에 대해 약가를 인하하거나 보험적용 대상에 제외하도록 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에 따라 스티렌정은 2013년 12월까지 임상적 유용성 입증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보험급여를 유지했다.
동아ST는 2011년 6월22일에 발효된 조건부급여 세부지침에 따라 조건이행각서를 제출하고 2013년 12월31일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해 임상시험결과를 게재한 학회지 사본이나 게재예정 증명서를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행각서에 따라 급여제한 및 조건부 기간 동안 청구액의 30%를 환수조치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지난달 16일 건정심 서면심의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건정심 위원들은 스티렌 급여제한을 포함한 ‘5개 효능군 조건부 급여 품목 평가결과’ 안건을 서면의결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니 대면심사 때 재상정해 줄 것을 요청,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여 이번 건정심에서 심의하게 된 것이다.
건정심에 앞서 한의협을 비롯한 건강보험가입자포럼 등은 동아ST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원칙과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한의협은 12일 성명서에서 “이번 동아ST 스티렌정의 경우 엄연히 정부와의 약속인 조건부 급여에 대한 의무 불이행으로 즉시 급여가 취소돼야 하며 관련 절차상에서도 이미 모든 문제점이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대면회의를 통해 재논의하자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의약품이 그 적응증에 대한 근거를 통해 허가되고 급여가 결정되는 것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이라며 “동아ST의 스티렌은 이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급여부터 적용된 경우인데 당연히 제출해야 할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고 있음에도 뻔뻔하게 시간을 지연하며 국민건강을 볼모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약품의 유효성이 정확한 데이터 및 임상시험으로 증빙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한 기본임을 정부가 결코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임상시험결과 미제출 등 하자 투성이인 스티렌정에 대해 즉각적인 급여제한 및 약품비 상환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도 건정심이 열린 14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시험시간 종료 후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선처를 요구할 성격도, 건정심 위원들이 제약사의 의견을 들어 선처를 결정할 사안도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한 “최근 세월호 사고에서 보여지듯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면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동아ST의 조건부 급여 의약품에 대한 처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모두가 합의한 기준조차 무시된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며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하겠는가?”라며 원칙과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