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트라우마 치료법 세미나-브레인스포팅’이 지난 6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2층 스칸디아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동·서양 트라우마 치료 방식을 결합한 ‘브레인스포팅’을 소개하는 자리로, 트라우마 치료에 관심 있는 한의사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대구한의대 한방신경정신과와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재난트라우마에 대한 한의통합진료 프로토콜 고도화 및 자가관리 모바일 앱 개발 연구과제(연구책임자: 대구한의대 김상호 교수)’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심리 치료에 관심 있는 현직 있는 한의사에게 브레인스포팅 기법의 원리를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다.
‘브레인스포팅’은 지난 2003년 데이비드 그랜드 박사가 뇌과학에 기반해 개발한 심리치료기법으로, 환자의 시선 위치를 특정 부분에 고정시켜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선수나 예술가를 비롯해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적이며, 기존의 다양한 심리요법에 더해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도 넓은 편이다.
이번 세미나에 연사로 참여한 리네아 스완슨(Linnea Swanson) 미네소타 임상심리학 박사는 20년 넘게 임상을 이어오며 만나온 환자 사례와 브레인스포팅 활용법을 공유했다. 데이비드 박사와 인연이 깊은 스완슨 박사는 브레인스포팅 치료사, 컨설턴트이자 트레이너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브레인스포팅’은 신경생리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감정 변화를 유도한 결과 사건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는데, 이는 ‘정’(情)을 옮김으로써 감정 변화를 유도하는 한의학 개념인 ‘이정변기’와도 맞닿아 있다.
스완슨 박사는 “이번 세미나를 경험하며 브레인스포팅이 한의학과 매우 잘 맞는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한의학이 브레인스포팅을 접목해 환자를 통합적으로 치료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브레인스포팅이 환자의 트라우마 치료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소식을 듣고 강의에 참석하게 됐다. 기존 상담처럼 언어로 접근하기보다는 신체 반응에 집중하는 것이 한의학의 ‘심신일여’(心身一如) 개념과 관련이 있어 인상 깊었다”며 “특히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무조건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보기보다 몸의 일시적인 대응 방식으로 보고, 자기회복력을 길러주고자 하는 점이 한의학적 관점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음양 균형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치료와도 무관치 않다”며 “한의 임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고인성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이정변기’, ‘오지상승’ 등 한의학의 치유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강의였다”며 “경락기반심리치료(EFT) 기법과 함께 한방신경정신과 영역에서 유용한 치료기법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상호 대구한의대 교수는 “재난 트라우마에 이침, EFT, 호흡명상 등 한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법이 적지 않다”며 “이처럼 브레인스포팅이 재난 현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주희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장은 “오랜만에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어 브레인스포팅을 이용한 치료법을 소개하고, 이를 한의학에서 활용해 새로운 치료기술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동료들과 나눌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브레인스포팅 트레이닝 과정은 내년 초 스완슨 박사를 초빙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의: brainspottingk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