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 학(원)장으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각 대학의 발전 방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서는 동국대 한의과대학 김동일 학장으로부터 앞으로의 한의학 교육 방향 등을 들어봤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병원장 직책에 이어 지난 2019년 12월 2일부터 동국대 한의과대학 학장 보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방부인과학을 전공했고,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에서 여성의학과 진료를 맡으며 주로 △난임 △다낭성난소증후군 △갱년기장애 △월경통, 골반통, 산후풍 등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연구와 관련해선 과거 임상 주제에 대한 연구와 함께 한방부인과 고전문헌을 번역하는 작업을 오래 해왔고, 근래 치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로는 갱년기장애와 난임 분야다. 여성 갱년기장애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을 최근에 마무리한 바 있고, 이에 근거한 진료수행지침도 개발했다. 올해부터는 지난 2010년에 개발했던 여성 난임진료지침을 고도화하는 연구과제를 주관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Q.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동국대 한의대와 깊은 인연이 있다.
1986년 3월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고, 2021년 8월인 현재에는 이곳에서 연구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86년도부터 쭉 이곳에서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짧은 병역의무 수행기간과 개인병원 근무기간을 합친 1년 4개월, 우석대 교수로 근무했던 1년 6개월을 제외하면 그래도 약 32년을 동국대 한의대와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서울, 일산, 경주에 위치한 병원 등지에서 두루 근무했으니 인연이 넓고 깊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기간 함께해서인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내가 속한 조직을 살펴볼 수 있는 능력도 생긴 듯하다.
Q. 동국대 한의대만의 특징이 있다면?
동국대 한의대는 기초분야에서 한의학의 이론 교육에 충실한 전통이 있다. △원전학 및 의사학 △생리학 △병리학 △본초학 등의 교육과정에서 열정적인 강의와 실습이 이뤄지고 있으며, 중개과목적 성격이 강한 △경혈학 △진단학 △방제학 △예방의학 등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임상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과 술기 능력의 함양에 주안을 두고 있다.
한편 원전학 분야에서는 문헌정보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처리하고, 지식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달라진 모습으로 여겨진다. 또한 진단학 분야에서는 의공학 영역을 전공하신 교수님에 의해 현대 기기진단의 활용에 대해 교육이 진행되는 점도 동국대 한의대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함께 본초학교실과 해부학교실에서도 한의사가 아닌 교수님들의 임용을 통해 한의학이라는 학문 공간에서 새로운 연구와 교육의 접점을 이루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또, 임상 분야의 경우 의과대학병원과 일찍이 공존해 협진연구와 진료에 선도적 노력을 했던 전통도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침구의학과, 신경정신과학 분야 등에서 특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실제 임상 상황과 연구 결실들을 모아 근거중심으로 교육하는 동국한의대만의 특이점도 있다.
Q. 학장 취임 후, 교육 관련 이슈 현황은?
제2주기 한의과대학 인증평가를 준비하는 것이 학장으로서 맡은 가장 주요한 업무였다. 동국대 한의대는 제1주기 평가에서 ‘모범’ 인증을 받았지만 교육수요자의 다양한 욕구 반영, 나날이 변화되는 의료환경에 적응, 임상실습교육의 강화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기에 이를 개선해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육 콘텐츠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임상실습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의 논의를 활성화해 집단지성에 근거한 합의안 마련을 위한 첫걸음을 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작은 변화부터 주고자 시도했다. 학점 당 교육시수를 조정하면서 전공 선택제를 도입,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잉여 시간에 설강했다. 한의사 직무역량에 근거한 동국대학의 교육목표를 설정했기에 향후 ‘역량중심의 교육’, ‘임상표현 중심의 교육’을 위한 수직 및 수평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Q.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과정 개편이 큰 이슈다.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서는 다가오는 9월에 있을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하 한평원) 2주기 인증평가를 마치고 새롭게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며, 교육과정개편심의를 위한 기구가 활발히 작동하리라 믿고 있다. 교육소비자들인 학생들도 나름의 개편안을 마련 중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공급자와 소비자가 합의할 수 있고, 미래 의료환경에서도 적응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과정 개편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Q.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점은 없는가?
교수들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학력 저하와 교실 밖 교육프로그램의 단절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있다. 비대면강의 자료 준비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등 작년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는 조금 수월해졌지만 환자를 대면해 진료하는 의료인의 기본적인 직무를 고려할 때,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교육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의 존립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선·후배와 동기간의 교류가 단절되는 것, 사회적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 그리고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Q. 비대면 수업이 많이 늘어났다.
대면과 비대면으로 분반을 해 격주로 강의를 진행하고, 실습과목은 분반 대면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미흡하지만 완전한 비대면은 아니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고양시와 경주시는 코로나가 초기부터 발생한 곳이기에 다른 대학보다 실습을 시작하기 앞서 설득과 지침에 따른 일관된 의사 결정이 필요했고, 다행히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학기 초에 화상으로 신입생 전체 화상회의를 개최했고, 여름방학 중에 총 2회에 걸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비대면 학술토크쇼’를 학생회와 함께 기획하고 있다.
Q.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미래에 한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늘었다. 의학계열 중에서 본인이 선택한 ‘한의학’이라는 이 길이 옳은지에 대한 회의도 순간순간 있을 것이다. 선생(先生)으로서는 이들에게 먼저 길을 열어 보여야 하고, 후생으로서는 청출어람(靑出於藍)해 선생의 외경을 받을 수 있는 후생가외(後生可畏)의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합해서 고민을 풀어가고자 한다.
Q. 임기 내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여름방학 중, 한의대와 의대의 통합 컴퓨터기반평가(CBT)실이 마련되고, 향후 임상술기실도 통합해 활용하게 된다. 이들을 최대한 신속히 도입해보고 싶다. 그리고 교과과정 개편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도 남은 임기에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임상술기시험(CPX) 도입, CBT 시행 등 한평원에서 개발을 마친 ‘임상표현 학습주제 진료수행지침’의 교육현장 반영이라는 과제를 ‘한의학교육 영남 컨소시엄 교육콘텐츠 공동개발 사업’과 연계해 진행코자 한다. 이에 동국대학에서는 침구의학과의 김은정 교수와 한방부인과학의 내가 실무책임자로 교육콘텐츠 개발에 직접 참여하게 돼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