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개원의이면서 연구개발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한가진 경희달콤따뜻한의원장에게 연구개발기업 ‘진리서치’ 설립 배경과 주요 활동,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인턴, 위장소화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펠로우로 임상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연구펠로우를 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동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위원으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국제인증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연구윤리에 대해 깊게 접해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경희대학교 한의약임상시험센터 학술연구교수로서 한의약임상시험센터의 초기 설립과정부터 실제 연구수행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했다. 또한 우석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본과 3학년들에게 비계내과학을 가르쳤다. 소람한방병원 한의약연구소장, 기관생명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의약을 이용한 통합암치료의 근거에 대해 연구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본과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개발기업인 진리서치의 대표를 맡아 연구와 경영을 하고 있다. 경희달콤따뜻한의원을 꾸려가고 있으며 한의증례연구학회의 교육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Q. ‘진리서치’ 설립 배경과 주요 활동, 성과는?
진리서치는 ‘진:리서치’와 ‘진리:서치’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진:리서치’는 저의 이름에서 딴 ‘진’과 함께 증명 가능한 진실을 연구한다는 뜻이고, ‘진리:서치’는 이런 연구를 통해 사람을 치료하는 의미 있는 한의학이라는 진리를 찾고 지향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임상시험, 체계적 문헌고찰, 질적 연구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근거 중심 한의학’을 국내외에 증명하려 노력해 왔다. 이후 학교가 아닌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들의 실제 수요에 부합하는 연구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병원에서 경험한 환자들에 대한 증례연구를 몇 편 펴내면서 진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례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피부로 체감했다.
또한 현재 한의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 놓은 환자들의 소중한 데이터를 연구결과로 정리해서 증례연구 혹은 후향적 차트 리뷰 등으로 논문화하려는 수요가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를 시작하고 싶어도 IRB 승인부터 데이터 수집, 논문 작성까지의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한의사들이 많았다. 이에 제 경험을 이용해 협업으로 수요가 있는 한의사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진료에 힘이 되는 연구파트너, 진리서치’를 설립하게 됐다.
또 다른 이유로는 많은 여한의사들이 경험하는 바일 거라 생각하는데, 출산을 거치면서 환경의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 가운데 연구를 좀 더 창의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진리서치의 시작에 불을 댕겼다.
그간의 성과는 파킨슨 질환에 대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당시 CY 기업부설 연구소장이었던 임정태 교수와 함께 수행했으며, 현재 해당 연구의 논문 출판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가천대 김송이 교수와 함께 발목염좌에 대한 연구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의증례연구를 정성적으로 분석한 논문도 국내학술지에 실었다.
또 2020년도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과제를 학계 연구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근거기반 지침개발 과제로 선정된 ‘과민대장증후군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경희대학교 박재우 교수), 그리고 한의의료기술최적화연구(근거합성연구)인 ‘전국 등록 장애인의 한의치료에 대한 경제성 평가 및 한의의료 이용현황’(연구책임자: 임정태 원광대학교 연구교수), ‘유방암 환자의 수술, 약물치료 후 통증 및 림프부종에 대한 한의치료 효과 및 경제성 평가지표 개발분석’(연구책임자: 이예슬 자생한방병원 연구원장)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KMCRIC 센터장인 경희대학교 이향숙 교수를 도와 한의계 ‘개원의중심 연구망’(Practice-based research network) 구축 연구에 참여해 논문을 출판했다.
Q. 인상 깊었던 도전이나 경험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한 2020 혁신창업리그에 한의약 관련 사업아이템을 선정해 도전했는데, 지역예선의 서면심사를 통과해 구두발표까지 한 경험이 있다. 아쉽게 떨어졌지만 의료계가 아닌 다른 분야의 심사자들이 한의약 관련 사업아이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이 외에도 ‘더한’과 협업해 한의사가 연구개발한 건강기능식품을 진리서치의 온라인 스토어에 런칭, 판매까지 이어지게 한 경험도 있다.
Q. 임상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개원의로서 임상을 하면서 연구개발사업까지 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최근에 개원의가 되어보니 개원가의 임상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현실적인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임상현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연구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를 진료하며 이야기하면서 얻는 경험은 연구의 다양한 주제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정부의 R&D 과제에서 임상의들을 연구원으로 참여시킬 것을 독려하는 것, ‘개원의 중심 연구망’(Practice-based research network)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들도 이런 맥락이다.
Q.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현재 한창 수행 중인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한 표준임상진료지침 및 표준임상경로 개발’ 연구에서 임상진료지침 최종본을 완성하는 작업과 논문 출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임상경로개발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유방암 환자의 수술, 약물치료 후 통증 및 림프부종에 대한 한의치료효과 및 경제성 평가지표 개발분석’ 연구의 일환으로 관련 scoping review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외 파킨슨 질환의 네트워크 메타분석 및 기타 소화기 관련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이와 함께 SNS를 통해 근거중심한의약 관련 정보들을 일반인들에게 노출시키고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거창한 포부를 말하기보다는 일단 현재 상황에 충실하고 싶다. 개원의로서 열심히 진료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한 연구를 차근차근 수행하고 싶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진리서치의 슬로건인 ‘진료에 힘이 되는 연구파트너’처럼 현재 나와 같은 입장의 개원의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또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한의학 큐레이터로서 자리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