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동의보감, 현대 과학에 맞게 재조명중"

동의보감1 KBS 스페셜 ‘세계가 탐낸 조선의 의학, 동의보감’ 방송 캡처.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세계 유수의 현대 서양의학자가 동의보감 내 당뇨의 진단·치료를 인정하고 나섰다.
로이드 폴 아이엘로 하버드 의과대학 안과 부학장은 지난 22일 오후 KBS 스페셜에서 방영된 '세계가 탐낸 조선의 의학, 동의보감'에 출연, 동의보감에 기록된 소갈(당뇨) 진단에 대해 "그 당시로는 매우 놀라운 성과로 보인다. 서양의학에서 인지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고, 확진 전이라도 누군가 이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당뇨일 가능성이 높다. 아주 정확한 병증"이라고 말했다.
동의보감의 현대화는 동의보감이 해부학적 지식에 따라 편찬된 사실과 무관치 않다. 소갈(당뇨)에 대한 진단이 대표적이다. "담에 병이 들면 입이 쓰며 쓴 즙을 통하고 좌측 다섯 번째 늑골 속이 아프다(동의보감 내경편)", "(눈의) 검은자위에 하나의 원이 있는데, 햇빛 속에서는 약간 작으나 그늘에서 보면 커지며 사물이 분명하게보이지 않고 검은 꽃이 나타난다. 간신이 모두 허해서 생긴 것이다(동의보감 외형편)."
동의보감엔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알 수 있는 '신형장부도'가 있다. 인체의 각 장기 위치가 표시된 그림으로, 피와 맥, 육, 근, 골 등 인체 조직에 영향을 받은 질병 양상을 알 수 있다. "심장에 사기가 있어 앓을 때에는 가슴이 아프고 잘 슬퍼하며 때로 어지럼증이 나서 넘어진다.","신장은 두 개로 강낭콩처럼 생겼고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등에 붙어 있다." 이 외에도 간이 약하면 당뇨나 황달이 잘 걸린다거나, 간이 피를 저장한다고 본 기록 역시 양의학의 관점과 일치한다.
동의보감의 현대성에 대해 김남일 경희대 한의과대 학장은 "'동의보감'은 최신의 의학 지견, 침과 뜸의 방법과 약물에 대한 지식, 예방의학적인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다"며 "이는 당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건강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의학 현대화 가능성 '무궁무진'
한편 '세계가 탐낸 조선의 의학, 동의보감'에선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이 십전대보탕을 활용해 기억력 개선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흠모했던 한의학은 현대의학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십전대보탕 등 한의학에서 유용한 한약제제에서 기억력 개선 물질을 추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다.
한의학연은 지난 1월 발효시킨 십전대보탕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과 노화에 따라 감퇴되는 학습 및 기억력을 개선시키는 물질을 개발했다.
십전대보탕은 인삼, 백출, 복령, 감초, 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 황기, 육계로 구성된 전통 한약처방으로 기억력, 판단력, 주의력, 계산능력, 언어 능력 등의 지적 능력에 관여하는 한약제제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정상군과 기억력 손상을 유발한 유도군, 기억력 손상 유발 후 발효십전대보탕을 먹인 실험군으로 나눠 각각의 차이를 14일동안 관찰했다. 측정 방법으로는 실험쥐가 수중에 숨겨진 섬에 찾아가는 데 걸린 시간을 관찰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연구 결과, 실험 6일차만에 정상군이 섬에 찾아가는 시간은 20.8초, 기억력 손상을 유발한 유도군은 52.4초, 발효십전대보탕을 먹인 실험군은 26.6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십전대보탕을 먹은 실험쥐에게선 새로운 신경세포가 발견됐다.
마진열 한의학연 한의기술응용센터장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동의보감을 현대 과학에 맞게 재조명해 여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있다"며 "기존의 치료 효능을 대폭 상승시키는 등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