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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7일 (토)

“한의학 통한 공적무상원조 사업, 아직은 좀 더 가야할 개척의 길”

“한의학 통한 공적무상원조 사업, 아직은 좀 더 가야할 개척의 길”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송영일 한국국제협력단 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료진으로부터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의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인식 등을 소개한다.


우즈벡 현지주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반드시 가야할 길’이란 확신 생겨

단기간 의료봉사보단 중장기 의료봉사 통한 한의학 진료 추진 ‘바람직’




2130-34-11091km,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 누쿠스까지의 거리다. 실크로드 의료봉사를 준비하면서 구글을 통해 알아보니, 차로는 14시간 2분이 걸리고 걸어서는 219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우르겐치, 누쿠스로 가는 길은 절대 비단길이 아닌 출렁거리는 바다의 파도와 같은 길이었다. 부하라에서 우르겐치로 가는 길이 특히 험했다. 버스로 8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데, 낮 동안에 계속 버스만 탔다. 버스에서 내리고보니 허리를 쭉 펴지 못할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하게 왔다. 의료봉사하러 왔다는 사람이 봉사장소에 오면서 허리병이 생길 정도니 어렵긴 어려운 길이구나 싶었다.



연한 황토색 모래 먼지들이 자욱한 한낮의 도로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요기를 때울 때 드는 생각은 먼저 ‘이 길을 간 한의학 봉사단체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라면 굳이 우리가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란 의구심이었다.



그러나 이 의구심은 우리가 멀리 갈수록 사라져갔다. 가는 도시마다 고려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그리고 우즈벡 시민들이 우리를 다정하게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단순하게 반겨주는 차원을 넘어 봉사활동을 하는 우리들의 서포터가 되어주셨다. 이분들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내년에는 더 길게 봉사활동을 하러 오겠다’라는 약속까지 해버렸다. 우리를 원하는 사람이 우즈벡 전역에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



우즈벡의 국토 면적은 약 45만㎢로 남한의 4배가 넘고 한반도의 2배가량 되는 제법 큰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역간에는 황량한 사막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동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각 지방별로 지방색도 강하고 사투리도 심하다. 게다가 민족간 공용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어가 지방으로 갈수록 점점 통하지 않는다. 우즈벡어보다는 러시아어를 공부한 필자는 통역 없이 러시아어로 환자를 봐오다가 제일 마지막 도시 누쿠스에서는 결국 통역과 같이 진료를 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우즈벡에서도 그 지방 언어를 써주면 지역민들로부터 환심을 얻는다. 꼭 어렵고 긴 문장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인사와 대답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다.



고려인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일단 러시아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분들은 애써 한국어를 말하기도 하고, 부끄러워 하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가로 젓기도 했다.



그분들의 손을 잡고 아파온 이야기를 들으며 이 먼 곳에 뜻있는 한국 한의사가 중장기 의료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의료환경이 충분치 않은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짧은 일정의 단기의료봉사보다는 중장기 의료봉사를 통해 한의학 진료를 해나가는 것이 더 필요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현지의사에게 한의학을 교육해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굳이 한국 한의사의 파견을 고려한 이유는 이와 관련해서 기억해야할 사례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4월29일에 우즈벡 내의 자치공화국 카라칼팍스탄 누쿠스에 한국국제협력단과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이 힘을 합쳐 ‘KOIKOM 한방진료소’를 열었다. 이 진료소는 누쿠스 고려문화협회에 자리잡고 있었다.



필자는 과거 우즈벡에서 근무하던 2009년에 이 병원에 일주일간 출장겸 의료봉사를 간적이 있어 잘 알고 있다. 이 진료소는 고려인 의사가 원장으로 있었다. 그는 한국에 한의학 교육을 받기 위해 몇 차례 오갔으며 매년 봉사물품과 기자재 등을 후원받고, 매달 운영비까지 후원받았다.



필자는 이번 실크로드 의료봉사의 마지막 장소가 이 진료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료소를 담당하던 의사는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를 건너 들었지만, 진료소 장소와 기자재 등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누쿠스 고려문화협회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 고려인 의사는 병원의 모든 기자재를 가져갔고 지금은 자기 집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야 봉사활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돈이고, 돈 앞에서는 선량한 사람이 되기 힘들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외면했었구나라는 자각과 함께 말이다.한의학을 통한 공적무상원조(ODA)사업은 어렵기도 어렵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좋은 선례를 찾아보고 따라서 하고 싶지만 선례조차도 손에 꼽을 정도다.



실크로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우리가 정말 옳은 길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경험으로서의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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