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양의사 간 협진에 대한 '인식 차이'
협의진찰료‧약제 등 급여 청구 문제도 지적
[한의신문=최성훈 기자]한‧양방 협진 활성화를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협진에 대한 한의사와 양의사 간의 인식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협의진찰료나 약제비용과 같이 한‧양방 협진으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만 급여를 청구해야 하는 문제점도 협진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최근 '한‧양방 협진 활성화를 위한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시사점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발간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추진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박지은 선임연구원은 한‧양방 협진 활성화에 대한 향후 과제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회 차원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가 한‧양방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한 후 한의협은 지지 성명을, 의협은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한의협은 서양의학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서의 한‧양방 협진을 주장한 반면, 의협은 비용 및 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임상의의 경우에도 한의사는 대체로 협진을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며, 양의사는 협진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고루 분포했다.
지난 2010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2012년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설문에 따르면 지지 이유로 '상호협력을 통한 높은 치료효과', '불필요한 의료비 감소 및 의료의 공공기능 강화', '상호발전 및 국내 의학계 발전' 등을 꼽았다.
반면 반대 입장의 경우 '치료 효과에 부정적 영향', '현재 진료만으로도 의료서비스는 충분하다', '협진을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 등이 꼽혔다.
한‧양방 협진이 진료와 치료 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편견과 협진을 하지 않아도 현재 진료만으로 충분하다는 근시안적인 입장을 보인 것.
또 의료진과 관리자, 병원행정 업무수행자가 의료현장에 근무하는데 있어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협진에 필요한 절차는 복잡한데 협진 매뉴얼이나 교육이 부재한 데다 진료관리 시스템 및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의 불문명함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그 설명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서는 협의진찰료나 약제 급여 청구를 한의과 또는 의과 한쪽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해 박지은 선임연구원은 "이 때문에 1단계 시범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의 경우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자원의 비용보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시범사업 초안에서는 한의과 의과 양쪽의 약제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으나, 건정심에서 한쪽 약제만 인정하는 쪽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양자는 협력보다는 갈등 관계에 있지만 상호보완적 특성을 기반으로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함께 고민해 온 부분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양방 협진의 범주나 선호도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은 협진이 공식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했던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의협 관계자도 "한‧양방 의료기관을 중복 이용하는 의료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윤 추구라는 틀에만 갇혀 협진을 반대하는 양의사들의 행태가 협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대전제 아래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로 갈수 있도록 양의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15일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표준 협진 모형을 적용하고 한의사와 양의사가 상호 협의해 표준 의뢰지‧회신지를 작성하는 식의 한‧양방 협진 2단계 시범사업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표준 협진 모형을 적용해 협진기관마다 매뉴얼을 구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의사와 양의사가 상호 협의해 표준 의뢰지‧회신지를 작성하는 등 협진 효과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부터는 협진병원 인증기준에 적합한 시범기관을 선정하고, 협진인증 및 협진 프로토콜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