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조정 개시율…의료중재원 설립 최초 절반 넘어서
사망‧의식불명 등 의료사고 자동 조정개시 영향
신해철법이 지난해 시행된 이래 총 278건의 의료사고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3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후 사망 또는 중증장애에 해당해 자동개시된 현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78건이었다. 이 중 사망 271건, 1개월 이상 의식불명 6건, 장애1급 1건으로 나타났다.
◇의료분쟁에 영향 미친 신해철법이란?
신해철법이란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면서 새로 개정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을 말한다.
신해철법은 과거 '예강이법'으로 불렸다. 전예강 어린이는 지난 2014년 1월 코피가 멈추지 않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 예강이는 요추천자 시술을 받던 중 쇼크로 사망했다. 예강이 부모는 세브란스병원측에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의료중재원에 의료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측이 조정을 거부하면서 기각됐다.
그러자 같은 해 3월 정치권에서 나섰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가족이 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조정이 개시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예강이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다 같은 해 가수 신해철 씨의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신해철법으로 불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단체의 지속적인 반발 속에 2년 뒤인 지난해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 법은 통과됐다.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의료사고 당사자가 △사망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제1급을 받은 경우 등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가 충족되면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개시 된다.
◇의료분쟁 자동개시, 올 상반기만 162건
이와 함께 '신해철법'이 시행되면서 올해 상반기 의료분쟁 조정 개시율은 처음으로 절반(56.2%)을 넘어선 것으로도 나타났다. 조정 개시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의료중재원 설립 이래 최초다.
의료중재원이 발간한 '2017년 상반기 지역별‧의료기관 종별 개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정신청 1158건 중 조정이 이뤄진 사건은 650건으로 조정 개시율은 56.2%에 달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개시 된 사건은 총 162건 이었다. 월 평균 27건에 달하는 수치다. 이렇듯 자동개시된 사건으로 인해 조정 개시율에도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실제 조정 개시율은 올해 상반기 49.1%(488건)에 그쳤지만, 자동개시된 조정 건수를 더하면 56.2%(650건)으로 올라갔다.
이는 의료중재원 개원 이후 누적 의료분쟁 조정신청 사건 7394건 중 의료인의 동의를 얻어 조정 절차가 개시된 조정 개시율 43.8%(3229건)보다도 12.4%나 더 많다.
또한 올해 상반기 조정개시 건수를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병원(166건) △상급종합병원(150건) △종합병원(137건) △의원(116건) △치과의원(47건) △요양병원(12건) △한의원(8건) △치과병원(7건) △한방병원(5건) △약국(2건) 순이다.
조정 개시율이 높았던 의료기관 종별은 △약국(100%) △한방병원(83.3%) △상급종합병원(66.1%) △치과병원(63.6%) △병원(61%) △요양병원(57.1%) △의원(55.2%) △치과의원(52.2%) △한의원(47.1%) △종합병원(45.7%) 순이다.
이처럼 의료분쟁 자동개시율이 높아지면서 주무부처인 의료중재원의 인력· 예산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고 남 의원은 밝혔다.
남인순 의원은 "증가하는 사업량을 대비해 인력 충원ㆍ예산 확보 등의 대비를 지속적으로 할 것과 신해철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 의료사고 분쟁조정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 당사자에겐 신속하고도 공정한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건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설립됐다. 그간 환자 입장에서는 보건의료인을 상대로 의료과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 의료과실을 입증하더라도 법정 다툼까지 가기엔 시간과 비용이 늘 부담이었다. 이에 의료중재원을 설치해 한의계 등 보건의료인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들의 검토를 통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실제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에 따르면 보건의료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수술(35.1%), 처치(18.5%), 진단(12.8%) 순으로 의료분쟁이 발생했다. 또한 사건 처리 기간은 평균 85.7일, 조정성립률은 91.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