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원장 육태한·이하 한평원)이 기존의 2주기 평가인증을 수정 및 보완하고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는 등 평가인증 기준 개발 과정에서 보였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일 삼경교육센터 라움에서 열린 ‘2021년 제1차 평가인증 설명회 및 평가인증 워크숍’에서 이은용·강연석 한평원 이사는 평가인증 개발 과정상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 방향과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먼저 이은용 이사는 ‘한의학교육 평가인증의 절차와 규정 준수의 의미’ 강의를 통해 평가인증 규정 개정 과정의 문제와 2주기 평가인증 기준의 적용방안 등을 설명하고 하반기 제2주기 본평가팀의 일정도 함께 안내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한평원은 교육부 인정심사를 앞두고 평가인증 규정과 시행세칙을 전면 개편하면서 평가인증단 산하 기준위원회를 기준·개발위원회로 분리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 규정 4·5·29·30조와 관련 시행세칙 등이 근거 없이 바뀌거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는 등 공정하거나 객관적인 절차와 거리가 먼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는 교육부 인정 평가인증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규정 개정이었다.
또 상설위원회의 자격이 없는 ‘집행위원회’가 인증기준개발위원회 등 한평원 소위원회를 지휘하거나, 개발된 평가인증기준을 평가인증단과의 논의과정이 배제된 채 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했다. 평가인증 규정 개정 절차를 무시하고 규정 개정 주체인 평가인증단의 의견 없이 소수의 운영위원회에서 규정 개정을 심의·의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평원은 2019년 6월 KAS2021을 처음 소개하는 내용의 공청회를 한 차례만 개최했고 수차례의 공문, 이메일 등 질의에 개별 회신을 하지 않은 채 세부 수정사항만 담은 질의응답을 공문으로 발송했다. 평가인증단과의 회의 역시 한 차례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고 운영위원회 의결과정을 엄밀히 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보고한 후 KAS2021을 2021년 원광대학교에 적용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평가인증 기준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역시 운영위원회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바뀌면서 전문성도 훼손되고, 이는 촘촘한 의견수렴과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KAS2021을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에 확정 공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규정에 따르면 평가인증 기획단계에서 한의학교육 평가인증 방향과 목적에 따라 평가인증을 확정하고 편람을 개발해야 하지만, 공고 이후에도 편람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이사는 2주기 평가인증에 대해 “평가매뉴얼은 보편적인 가이드라인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매뉴얼에 준하는 다른 사례가 있을 경우 평가인증단의 소위원회에 의뢰해 기준 부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향후에도 매뉴얼, 편람 등에 지속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평가인증단은 오는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서면·현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받는 대학의 1차 소명을 제출받은 후 9월 말에서 10월 초에 1차 사후 회의를 개최한다. 이후 2차 소명을 받은 뒤 10월 중순께 2차 사후회의를 개최하고 최종논평서를 작성해 10월 말에 조정논평서를 제출한다. 11월에 인증판정위원회를 개최해 평가인증 결과를 대학에 통보한 뒤 각 대학의 이의신청을 받은 후 12월에 최종공시를 하게 된다.
◇평가인증 기준, 자기성찰 통해 ‘자기 통제’ 기능 가져야
강연석 이사는 한평원의 설립 목표와 한의학교육 평가인증의 지향점을 환기하고 평가인증 기준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2주기 평가인증에 대한 ‘메타분석’으로 효용성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이사는 “한평원의 목표는 한의학교육을 질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양적 기준 등 외적인 면에 치중하기보다 평가인증 기준에 대해 자기성찰을 통한 ‘자기통제(self-regulation)’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 이사는 지난달 27일 채수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의 ‘의과대학 평가인증 메타평가’ 컨설팅 결과를 인용해 KAS2021 개발 과정에서 생략한 2주기 평가인증 과정에 대한 ‘메타평가’를 미래교육과정개발위원회(위원장 강연석)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자기 통제’(self-regulation)의 기능을 발휘해야 하며 타당한 기준을 보유해야 한다. 또한 내실 있는 평가인증 교육이 필요하며 평가자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강 이사는 평가인증 기준의 연속성을 위해 KAS2021 수립 과정에서 이뤄지지 못했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인증기준개발위원회(위원장 이병욱)에서 연말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 기준인 ‘ASK2019’ 역시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과 토론 과정을 거쳐 1·2주기 기준에 대한 합의를 이뤄갔기 때문이다.
강 이사는 “전체적으로 KAS2021은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역량중심교육의 방법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기존의 2주기 평가인증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면서도 “다만 ASK2019를 본따 오면서 일부 근거가 부족한 양적 기준을 도입했는데 이것이 한의학교육의 기본철학과 현장 사이의 불일치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이어 “만약 메타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개발 방법론상 절차가 덜 엄격했다 하더라도 2020년 확정발표 전 의견수렴 과정이라도 광범위하게 실시했다면 현장의 혼란은 덜 했을 것이고 KAS2021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2주기 평가인증기준과 KAS2021은 임상교육, 실기교육, 그리고 의생명교육을 강화해나가자는 전체적인 방향성이나 취지는 같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임상실습을 강화하는 취지보다 결과를 강조해서 이야기하다보니 역량중심교육이라는 목표는 사라지고 임상실습 1500시간, 한평원 제시 OSCE 목록의 80% 이상 수행만 강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OSCE 평가에 대해 강 이사는 ”한평원에서 제시하는 목록의 80%을 수행하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OSCE 목록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평원의 양적기준을 벤치마킹해왔지만 인력, 예산, 시설 등 한의대와 의대 현장의 자원 차이는 인식하지 못했다. 이는 한의학교육평가를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시키거나,서류상 지표만 맞추는 부실교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임상실습 1500시간 기준에 대해서도 “이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학생 30명, 임상교수 15명의 학교에 적용하려면 조마다 6명씩 5개조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교수 1인당 임상실습 시간은 연 500시간이 된다”며 “매주 10시간의 실습수업을 반복하는 부실한 임상교육의 부도수표를 발행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의대 임상교수는 임상실습 외에도 강의실 수업, 연구, 각종 평가인증, 학회 활동, 국가시험 및 전문의시험 출제, 수련의 및 대학원생 지도를 하면서 임상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한평원은 이달까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원광한의대가 2주기 평가인증 기준과 KAS2021 중 하나를 선택해 평가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올 11월까지 평가인증단과 협력해 2주기 평가인증에 대한 의견수렴과 메타평가를 진행해 ‘KAS2022’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