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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신학회 웨비나로 엿본 한의사의 문신 제거의 전문성김효선 학생(동신대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지난 1월27일 대한문신학회(회장 이승철)가 주최한 ‘2026 제1차 웨비나’는 예비 한의사로서 문신 제거 분야에서 한의사의 독보적인 전문성과 미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한의대생으로서 이번 강의를 통해 문신 제거 분야가 단순한 미용 영역을 넘어, 의학적 전문성과 윤리적 책임이 함께 요구되는 분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웨비나는 대한문신학회가 주관해 문신 제거 시장의 현황과 레이저 치료의 표준화된 접근법, 그리고 임상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문신 제거 시장은 연평균 10∼15%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레이저 시술이 전체 시장의 6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취업, 사회적 인식, 개인적 사정 변화 등으로 인해 문신 제거를 고려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통계와 시장 분석은 문신 제거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의료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신 제거의 정석, ‘광기계적 효과’의 과학적 이해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이승철 원장(대한문신학회 회장·이루다한의원)은 문신 제거의 과학적 원리와 레이저 기술의 변천사를 정교하게 짚어줬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노초(Q-switch ed) 레이저에서 피코초(Picosecond) 레이저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승철 원장님은 충격파가 입자 내부에서 경계까지 전달되는 시간인 ‘SRT(Stress Relaxation Time)’ 이론을 강조했다. 펄스 지속 시간이 SRT보다 짧은 피코초 레이저를 사용할 때, 주변조직으로 열이 확산되기 전에 에너지가 소모되어 열손상이 최소화되면서 잉크 입자를 더욱 미세하게 파쇄할 수 있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인체 면역 체계인 대식세포가 원활하게 색소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한 의료 기술임을 재확인시켜 주었으며 치료자의 물리학적·생물학적 이해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임상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환자 상담과 관리 이어진 세션에서 김재돈 원장(대한문신학회 부회장·다래한방병원)은 풍부한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실제 시술 현장에서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특히 ‘Kirby-Desai Scale’ 중 잉크량과 부위를 강조하며 예상 시술 횟수를 산정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김재돈 원장님은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라는 확답보다는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환자 만족도와 의료분쟁 예방의 핵심 원칙으로 느껴졌다. 상담 단계에서 충분한 설명과 반복 확인이 이뤄질 때, 비로소 치료는 의료행위로서 완성된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또한 레이저 조사 후 발생할 수 있는 ‘역설적 흑화 현상(Paradoxical Darkening)’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법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인의 자세를 실감케 했다. 문신사법과 한의계의 역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33명은 현행 제10조에서 문신 시술의 예외 주체를 의사로 한정하던 규정을 개정, ‘의료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의료인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인’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같은 제도적 변화는 문신 시술과 제거를 의료 영역 안에서 관리하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번 웨비나는 한의사가 그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신 제거는 레이저 충격파를 통해 파괴된 색소 입자가 림프계를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거나, 고출력 에너지 사용에 따른 화상, 저색소침착 등의 위험이 상존하는 고도의 의료행위다. 이처럼 정교한 사후 관리가 필수적인 만큼, 숙련된 한의사가 주도적으로 시술과 제거를 담당하는 것은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자명한 일이다. 대한문신학회가 구축해 나가는 학술적 토대 위에서 한의계가 문신 관련 의료 서비스의 표준을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2)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6년 9월25일 부산광역시한의사회에서는 부산일보사 후원으로 부산호텔에서 동양의학계발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한달 전 중앙회에서 실시한 의료정책세미나에 이어 개최된 행사로서 앞으로 국민의료시혜 확대 시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첫째 한의사가 필수적으로 지역의료책임을 분담해야 함, 둘째 한의학의 활용으로 낭비없는 의료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음, 셋째 의료자원의 극대화를 위해 한의사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세미나에는 100여 명의 부산광역시 한의사 및 각계 인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오승환, 서울시한의사회 회장 이금준, 왕학수 부산일보 사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부산광역시한의사회 정홍교 회장은 “한의학은 서민생활 속에 뿌리 박고 발전해온 민중을 위한 치료의학으로 저소득국민의 한방의료 의존도는 날로 상승일로에 있다”고 말하고 제도 지원에서 한의사의 활용대책은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환 중앙회장은 격려사에서 “국민대중의 애호와 지원 속에서 발전되어온 한의학이 국민의 보건 향상에 기여해온 업적에도 불구하고 의료정책에 깊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한의학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이용도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는 추세를 따라서도 한의사의 일선의료 참여 확대는 정책적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본 세미나는 ‘저소득층의 의료시혜 확대와 한의사의 역할’이라는 제1주제와 ‘의료제도와 한의학’이라는 제2주제로 이루어졌다. 제1주제의 발표는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김명돈이 맡았다. 김명돈은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시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의학 육성이 시급하다고 전제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한의학 연구열에 대비하기 위해, 첫째 원전번역 출판사업, 둘째 한약재 수급계획과 개발사업, 셋째 저소득 국민 무료진료사업 확대, 넷째 한의사 인력수출책, 다섯째 국공립한방병원의 설치, 여섯째 한의사의 1차 진료 참여 필요 등을 꼽았다. 이후 토론은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위원장 박성춘이 진행했다. 동아대 조병태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의계는 가치기준을 설정해서 국민의 일반적인 이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고, 부산일보 상임논설위원 김상훈은 일반인의 한의학에 대한 그릇된 가치기준과 의식구조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금준 서울시한의사회장은 정부가 예방의학적인 분야에서 한의사가 손색없음을 인식해야 할것이라고 했다. 부산시한의사회 김종대 부회장은 의료정책 등 제도적 측면에서 잘못된 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 한의사협회 중앙감사는 한약재 수급 불균형이 의료시혜 저해요인이라고 했다. 제2주제는 ‘의료제도와 한의학’이었다. 김옥룡 의권옹호위원장이 발표하고 학계, 관계, 언론계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옥룡 위원장은 국립한의대 설립, 동양의학연구소 설립, 한방의약행정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2주제 세미나는 문화방송 아나운서 배득성이 진행하였다. 대한구국선교단 부산본부장인 변창남은 당시가 한의학에 대한 眞價를 사회에 반영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기에 정부에도 정확하게 한의학의 위치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영택 해양대학 교수는 양의학과 한의학이 상호 정보를 교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승환 중앙회장은 약사의 한약조제문제의 국민보건 위해의 문제를 언급했고, 최홍배 前 부산시한의사회 부회장은 침사법안의 악법적 요소를 언급했다. 박치양 前 부산시한의사회장은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을 증설해서 우수한 한의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下노용균 변호사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약법제정책연구회 회장 법무법인 명석 구성원 변호사 ▼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上편 보기 (클릭) https://www.akomnews.com/66420 上편에 이어… 6. 법해석 방법론에 관한 반박 가. 사법적극주의 비판에 대한 반론 논문은 대법원 판결이 사법적극주의의 문제점을 보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법해석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법창조적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의료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합목적적 해석을 한 것이다. 의료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의료의 발전과 의료 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의료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 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법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이지, 법창조가 아니다. 나. 죄형법정주의와의 조화 논문은 명확성의 원칙을 근거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더욱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결국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 의미와 적용 범위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여야 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종전의 판단 기준으로는 한의사가 어떤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른 새로운 판단 기준은 ①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②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③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여, 오히려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7. 국민건강권 보장의 관점 가. 의료 접근성 향상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우리나라는 농어촌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한의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또한 농어촌 지역의 보건지소에는 공중보건한의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한의사와 공중보건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주민들은 도시 지역까지 가지 않고도 기본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이 지역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의료 사각지대 없이 의료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원리 및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대법원 판결 참조). 나. 의료 선택권 보장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한의학적 진료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적하듯이,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하여 한의사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8. 한의사의 주의의무와 초음파 진단기기 가. 설명의무와 전원조치의무 대법원은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주의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에 대하여 양약과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 및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이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다. 만약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적절한 설명이나 전원조치를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나. 의료과실 책임의 형평성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 유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은 한의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진단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야 형평에 맞다. 한의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진단 도구의 사용은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한의사를 불합리하게 불리한 지위에 놓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한의학적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 9. 입법론적 해결의 한계 가. 입법 지연의 문제 논문은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을 근거로 “제도적·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 왔지만, 입법부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가 법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법적극주의가 아니라, 사법부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역할 삼권분립원칙상 법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사회 변화를 외면하고 소극적인 해석에 그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진료과목의 설치·운영,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이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각 직역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의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규정하였으나, 막상 각 의료인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이를 구분하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는 입법부가 의도적으로 법원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며, 법원이 이를 해석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가 아니라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10. 결어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한의학을 과거의 틀에 가두지 않고,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동시에 국민들이 한의학적 진료를 받으면서도 현대적 진단기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 접근성과 선택권을 보장하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들은 이원적 의료체계의 본질을 오해하거나, 한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국민건강권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한의학과 양의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의학은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는 한의약을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바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이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 과학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판결이었다. 이제 한의계는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과학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능력을 향상시키며, 한의학과 현대 과학의 융합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국민건강을 지키는 현대적 의료체계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54>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코가 불편해 내원하는 환자들의 비강 내를 살펴보다 보면 정상 모습과 다른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비용종 같은 비강 내 신생물이 있거나 하비갑개 축소술로 갑개 용적이 줄어있는 경우, 또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 이후 중비도 측벽이 열려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번호에서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 이후에 보이는 비강 내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불편감을 겪는 환자의 치료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내시경적 부비동 수술(Endoscopc sinus surgery·ESS)은 비부비동염이 충분한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진균성이거나 비용종 같은 신생물이 부비동까지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 부비동으로 가는 자연공을 넓혀 비강 내 염증산물을 제거하고 이후 넓어진 자연공으로 환기와 배설이 수월하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먼저 정상적인 중비도 측벽의 모습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학부시절 배웠던 것처럼 비강 측벽에는 선반 모양의 3개의 갑개가 있으며, 이 중 이번호에 주요하게 볼 부분은 중비갑개다. 중비갑개는 비중격과 비측벽 사이로 선반이 넓게 내려왔다고 생각하면 되고, 내시경으로 관찰시 앞에서 봤을 때 조롱박 같이 보인다. 이 중비갑개와 비측벽 사이에는 여러 구조물이 있다. 중비갑개를 제거했을 때의 모식도를 보면 사골포, 구상돌기 등이 보인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중비도를 살펴보다 보면 중비갑개가 2개인가 싶을 때가 있는데 이는 구상돌기가 잘 보이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모습으로 중격쪽이 중비갑개, 측벽쪽이 구상돌기다. 부비동 내시경 수술은 중비갑개와 비측벽 사이의 구조물인 구상돌기를 제거하고 개구비도단위(OMU, ostiomeatal unit. 상악동·전사골동 등 부비동의 환기·배액을 담당하는 비강 내의 핵심 구역)의 폐쇄를 해소하는 것으로 환기·배액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시행한다. 다음은 물혹 수술을 한 환자의 좌측 비강측벽의 수술 전후 모습이다. 중비갑개 옆으로 넓어진 새로운 공간이 열리면서 상악동, 사골동, 접형동으로의 소공(Ostium patency)들이 송송 뚫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는 환자가 미리 말을 해주지 않아도 비강을 살펴보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과거에 어떤 이유로든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했구나’라고 먼저 이해할 수 있다. 환기와 배설, 배액이 원활해진다는 이론 하에 부비동염 등이 호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다른 문제가 생겨 힘들기도 하다. 부비동 내시경 수술의 합병증으로 안와 합병증 또는 두 개 내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임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는 수술 후 이차성 위축성 비염이 발생하거나 여기에 더해 비강에 기류를 감지하는 장애물이 줄어들면서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어 질식감, 불안, 공황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빈 코 증후군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2025년 11월4일 63세 여자환자가 후비루로 내원했다. 오랜 기간 있었던 비염으로 2010년부터 두 차례 부비동염 수술을 한 후 여전히 후비루가 있어 2025년 9월에 세 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어 내원하게 됐다고 한다. 기존 병원에서는 수술이 잘 되었으니 더 내원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코막힘, 끈끈한 콧물과 후비루, 안면통, 귀 먹먹함, 비강내 건조함, 냉감 등의 순으로 불편해 일상이 힘든 상태라고 했다. 영상검사로 확인한 상태는 수술로 비강 내부가 넓게 뚫려져 있으면서 사골동과 특히 우측 상악동으로는 여전히 분비물들이 보였다. 코는 넓게 뚫려있지만 건조로 인한 코막힘은 아주 심하고 분비물은 점조하여 구인두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는 이차성 위축성 비염이였다. 염증은 여전하고 여기에 수술 후 발생한 건조가 더해지면서 분비물은 점조하여 더 이물감이 심했던 것이다. 기능이 저하된 비점막의 재생을 돕고 윤활능력을 높여 비강의 분비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형개연교탕을 처방하고 자하거 약침액을 비강 내 점적했으며, 비강 내 가습을 위해 침 치료시 한약재 증기 흡입을 병행했다. 가정에서는 비전정과 하비갑개로 자운고를 도포하고 콧망울 위쪽을 마찰하는 灌漑中岳을 하도록 설명했다. 주 1회 총 16회 치료시기인 2월28일의 환자 상태는 코막힘과 건조함은 없어졌고 콧물 vas2, 후비루가 vas4, 안면통은 없다가 일주일 전 감기로 인해 발생해 금일 기준 vas1∼2 정도의 상태였다. 비강 내 수술을 하면 환기와 배설은 용이해 질 수 있으나 환자에 따라서는 건조감이 극심해지면서 일전보다 더 힘든 경우가 있다. 부비동염의 치료에 있어서 수술을 한 경우라도 수술이 마지막 치료가 아닌 중간 과정이며 이후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 한의의료기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
“라오스에 전한 전통의학의 온기와 치유의 시간”[한의신문] 지난 1월 11일,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보다는 어떠한 책임감에 가까웠다. 한의사로서의 삶을 일구어 온 지 어느덧 십여 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그래서 어리숙했던 한의사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다시 KOMSTA의 단복을 입고서 라오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나는 왜 봉사를 다시 가게 됐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은 평화로운 산간 지방의 고대 도시다. 하지만 그 풍경 뒤에는 인프라 부족과 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의료의 손길이 닿지 못해 만성 통증과 질병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서구화되기 시작한 식단과 풍족해진 설탕 등으로 인해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진료 당일 우리가 자리를 잡은 루앙프라방 주립병원에서 수많은 현지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역의 도움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했지만 환자의 통처를 만지고 맥을 살피면서는 그의 통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농사일로 햇볕에 타버린 피부 위에 침을 놓으면서 더 오랜 기간 동안 진료를 못 해주는 것이 아쉬웠고 중풍이 발병한 지도 몰라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환자가 치료 후 나가면서 진료실의 봉사단원들에게 일일이 말해주는 컵차이(고맙습니다)는 고단함을 잊게 해주었고, 선물로 받은 귤은 봉사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국경을 넘는 한의학의 가치와 함께여서 가능했던 나눔 인종이 다르고 기후와 환경이 달라도 환자에게 한의학으로 진단과 치료를 하면서 환자들이 차도가 있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한의학이 틀리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전통의학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끔 했다. 1월 18일, 다시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면서 다시 생각했다. 내가 왜 이 곳을 왔던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봉사를 통해 마음이 평온해졌고 봉사를 온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환자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라오스에서의 의료봉사는 봉사란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고 또한 진실하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고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고민하게 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제182차 KOMSTA WFK 한의약해외의료봉사에서 18명의 봉사단원과 사무국, 현지통역분들이 모두가 각자 책임을 다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서로가 나서서 도왔기에 봉사가 순조롭게 끝날 수 있었다. 다들 다른 봉사현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
네팔과 히말라야가 전하는 겸손* 겸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긴 머리를 자르고, 반백의 모발을 염색하고 다소곳한 세월을 만든다. 늘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네팔을 만나러 간다. 일주일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괜히 잠을 설친다. 분주하고 허둥대고 얼굴이 근엄해지는 것은 마음이 이미 네팔과 히말라야에 갔기 때문이다. 설렘이 벌써 비행기에 탑승하고 저 높은 곳으로 떠난 상태이다. 서울 속에 네팔이 존재할 것이다. 육체는 정신을 지지하고 지탱한다. 새벽 산책을 하고 아파트 계단을 무심히 오른다. 근력을 키우고 정신을 단단히 한다. 맑은 정신으로 네팔에 가야 한다. 목욕하고 삼배 적삼 입고 조상 제례를 지내는 선비의 엄중함이다. 서서히 기대가 증폭된다. 진한 사랑의 시작이고, 애무는 오르가즘의 전 단계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꿈꾸었다. 네팔과 히말라야는 겸손의 교훈을 준다. 물질과 자연의 균형을 주문한다. 그 거친 산을 오르며 작은 자신을 발견하고 나대지 말라며 타이른다. 작은 존재 안에 그 가치가 있으니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심장은 가히 우주의 박동이다. 산을 오르는 트레커의 스틱 소리는 히말라야를 울린다. 무릎과 허리가 약해지는 세월을 전하며 건강에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보인다. 지갑의 몇 장 지전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고층 아파트에 산다고 고급 인생이 아니다. 삶에서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며 사물을 보는 눈을 길으라 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엄한 가르침이다. 겸손(humility)은 자비(humanity)와 연민(compassion)을 바탕으로 하는 내면의 세계이다. 척추와 관절은 해부학적 구조인데 자비와 연민은 인간의 정신적 영역이다. 그들은 인성과 품격을 만든다. 안거 기간 묵언 수행하는 선승처럼 고민하고 갈등하고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갈구,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몸부림이니 열정이다. 높고 깊은 히말라야를 찾는 까닭이다. 벅차다. * 네팔은 그리움이다 기다림이 없는데, 그들에게 약속한 것도 아닌데, 부채는 더더욱 없는데 그 곳을 찾는다. 그리움이다. 의료 진료의 현장을 잊을 수 없다. 몇 초 만에 작은 액정에 표시되는 혈압과 혈당. 요술 같은 자동혈압계와 혈당측정기는 그들에게 생경하다. 70 평생 처음이라는 검게 그을린 주름진 네팔 어르신, 천진한 맑은 눈의 어린이들, 순하디 순해 차라리 바보처럼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진료를 통한 공감, 교류, 교감, 그리고 소통이다. 진료는 미소다. 살찐 서울의 한의사에게 침 치료받고 한방 엑기스 한약 한 봉지 받은 네팔인은 웃는다. 서로 반갑다고, 고맙다고, 또 만나자고 웃는다. 내가 당신의 존재를 존중한다고 두 손 모아 인사한다. 나마스테. 초라한 차림새이지만 쉽게 보면 안 된다. 그들의 내면은 옹색하지 않고 넉넉하다. 말이 없다고 속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수직적 사회구조가 아니라 정신과 인성의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산다. 쉐르파족, 따망족, 네와리족 동족의 형제애를 나누어 얼굴이 맑고 밝다. 경제보다 포옹을 우선한다. 나눔은 그들의 공동체 의식이다. 그들을 통해 삶의 내면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침통을 챙기고 떠난다. 네팔과 히말라야는 순수이다. 태초 지구의 탄생이고, 네팔인은 그 안의 존재이다. 척박한 다락논을 일구며 숲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또 하나의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는 네팔이 있어 그 존재 가치가 있고, 네팔인은 히말라야를 통해 그 존재를 인정받는다. 자연합일, 방문객은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추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감성적 서정의 풍경뿐만 아니라 네팔과 히말라야, 그들의 내면을 사유하는 인문학적 서사를 찾고 싶다. 아직 더디다. 좀 더 진화된 존재로 다가가야 하는데 미숙하여 그곳을 찾는다. * 봉사는 소통의 의식 이번 의료봉사활동은 네팔 에이전시의 권유로 산간 마을이 아닌 카트만두 인근 지역으로 정했다. 의료 환경과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네팔인 중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네팔 정부에서 우리의 노숙자 같은 분들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다. 수용시설, 요양기관. 진료실은 그들의 숙소에 테이블을 놓고, 침대에서 침 시술을 한다. 2월 찬 바람이 부는데 난방 시설이 없다. 그래도 하얀 가운을 입은 외국 의사가 많은 약재를 가져와 명절 대목 같은 분위기이다.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실에 들어온다. 2명 중 1명은 휠체어 신세이다. 깜밥진 손으로 어렵게 자신의 휠체어를 굴린다.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이 춥게 보인다. 무표정한 표정, 하지만 무언가 회한이 남은 얼굴들이다. 진료실 밖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밝고 맑은 음율이 수용소를 배회한다. 아마 잠들기 전까지 음악은 쉬지 않을 것 이다. 어둡고 차가운 사람들에게 밝고 따뜻한 음악을 전한다. 용기와 미래를 가지라는 주문이고 부탁이다.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통역은 그동안 필자의 진료와 트레킹 때 동행한 네팔 현지인 N이다. 영어에 능하고 서툰 한국어는 소통의 통로이다. 가져간 300개 구충제를 노인 분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껍질을 까 직접 입에 넣어 준다. 절대 식사 후 복용할 것 같지 않아 N이 직접 경구 투여한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달바트를 먹는 네팔인들. 필자는 의료봉사시 항상 구충제를 준비했다. 2~30% 환자는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 가족의 버림받고 배회하는 인생이다. 친구도 없이 거리에서 살다 죽음 직전에 당국으로부터 구출된 삶은 척박하다. 면회 오는 사람 없는 모두 고아인데 서로 애정을 나눌 힘조차 없다. 환자가 오면 먼저 전자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손끝에서 피 한 방울 채혈하여 혈당을 측정한다. N에게 결과를 알려주고, N은 환자에게 고혈압 당뇨병의 유무를 알려준다. 하지만 압박골절로 하반신 마비된 중년 아저씨에게 혈압 혈당이 그리 중요한 건강지표가 아니다. 압박골절을 치료하지 못하고 평생 불구로 휠체어 신세인데 차라리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저 세상으로 떠나는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체념, 절망에 익숙한 시간을 보낸다. 몇 차례 수술과 회복과정을 거쳐야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텐데. 첨단 의료시설과 수준 있는 외과 의료진, 그리고 벅찬 진료비. 그들에게 가당치 않은 세상일 뿐이다. 수용소에서 제공하는 하루 두 끼 달바트가 유일한 즐거움이고 생명줄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장애와 반신불수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기다린다. 왜 이리 중풍 후유증 환자가 많은지. 고혈압인지 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과다 염분, 지방식이 건강에 해로운지 모르고 섭취한 까닭이다. 힘든 생활 얼마나 신경썼을까? 한쪽 팔은 덜렁덜렁하고, 한쪽 다리는 질질 끌고, 어눌한 입은 무겁다. 말 못하는 어린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는지 모른다. 파킨슨병, 팔을 흔들고 의식은 차츰 몽롱해진다. 동공이 풀린지 오래다. 많은 불면증 환자. 침 한 번으로 약 며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던가? 아! 한탄이다. 의학의 한계, 의료인의 무능. 진료실에 먹구름이 내려앉는다. 도움을 주겠다고 찾은 그 먼 길이 무색하다. 무력하다. 2일째 진료-한국에서 온 한의사가 한약 엑기스도 주고, 침 치료와 간혹 뜸과 부항 사혈해 주니 신기하고 고맙다. 입소문인지 공짜 치료 때문인지 환자 대기 줄이 길다. 해외의료봉사. 비행기로 그 먼 나라를 찾는다. 숙소를 마련하고 진료실을 마련하고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한다. 이익이 없는 진료, 어쩌면 의시대고 폼 나는 일이다. 의학 지식이 풍부한 의료인이 병들고 마음 약한 환자에게 치유의 영역을 마련한다. 하지만 의료 봉사가 힘 있는자의 약자에 대한 혜택으로 정의하면 매우 옹색하다. 일방적인 베품의 상하 관계가 아닌 좌우 ‘소통’의 의식이어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서로의 인성과 인정을 나누는 행위일 뿐이다. 네팔인과 히말라야처럼, 그들의 동질성처럼. 아침 일찍 시작한 진료는 해지고 저녁 9시 뉴스 시간쯤 끝이 난다. 공진단이나 우황청심환 한 알 챙겨 먹고 싶은 피로감이다. 꽉 찬 하루, 오랜만에 삶의 가치를 느낀다. 2일간 170명 진료. 수용시설 측에서 2일 추가 진료를 요청한다. 진료 받지 못한 200명 가까운 환자가 있단다. 준비해 간 한약이 거의 소진되고, 의료인도 탈진 지경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합장을 한다. 서둘러 수용시설을 빠져나왔다. 비겁한 자비심. * 감동이 크면 묵언이다 이제 트레킹 일정이다. 안개 때문에 4시간 늦게 도착한 포카라 공항에 가이드 겸 포터 꺼멀이 기다리고 있다. 준비한 지프(Jeep)를 타고 트레킹 출발지로 향한다. 벌써 도착하여 한창 오를 시간인데 이제 출발하니 일정이 무너진다. 네팔 국내선 비행기는 보통 2~3 시간 지연 출발이 다반사다. 제시간 출발이 비정상이다. 출발 1시간 후, 작년에 트레킹한 마르디 히말(Mardi Himal) 출발지 카레(Khare)를 지나 나야폴(Naya pul, 1070m)에 도착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 출발지이다. 그런데 요즘 지프뿐만 아니라 버스까지 운행할 수 있는 산간 도로가 생겼다. 정부에서 관광객을 위해 히말라야에 지프 로드를 만들고 있다. 깊숙한 곳까지 산길을 만들어 관광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곳에서 30달러 지불한 입산 허가증(permit)을 제시해야 한다. 히말라야는 거의 입산 통행요금을 낸다. 은둔의 땅 무스탕의 경우 1인당 500달러이니 만만하지 않지만 네팔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니 인상 쓰지 말아야 한다. 일행은 나야플에서 목적지 왼편 고레파니로 향한다. 산악도로가 있어 지프를 이용하기로 했다. 차는 차츰 굉음을 내고 심하게 흔들린다. 크고 작은 웅덩이를 피하고 큰 돌을 비켜나가야 한다. 특히 왼편 낭떠러지는 절벽으로 아찔하다. 잘못되면 시신 수습도 어렵다. 커브에서 혼을 크게 울려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반대편 차량과 비좁은 산길에서 만나면 낭패다. 뒤뚱거리고, 촐싹거리고, 오래된 타이어는 조금씩 밀려 승객은 불안하다. 작은 마을과 계곡, 차츰 고도를 올린다. 물질을 이용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비겁한 가짜 트레커는 먼지를 맞으며 산길을 오르는 진짜 트레커에게 미안하다. 대개 유럽 사람 몇 사람이 팀이 되어 히말라야를 오른다. 아마 중간 어느 산간 마을에서 하룻밤 묶을 모양이다. 걸어서 트레킹하는 사람은 여유로운데 지프로 오르는 짝퉁은 저 깊은 계곡으로 추락하는 상상에 공포스럽다. 울레리(Ulleri, 2080m)를 지나 차가 높이 오를수록 절개지의 속살이 드러난다. 포크레인이 산 허리를 잘라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난 산길이 거칠고 험하다. 다른 지프로 바꾸어 탄다. 도시형 지프는 사륜구동인데, 전문 산악용은 기어가 두 개 이다. 운전석 왼편(네팔 차는 운전석이 우측)에 일반 기어 1개와 그 아래 발쪽에 또 다른 보조 기어 1개가 설치되어 있다. 사륜구동 기어가 2개로 4*4 DW로 표기되어 있다. 가파른 산길과 질퍽한 빗길도 힘있게 오른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꾸준히 오른다. 원래 반탄티(Banthanti. 2300) 까지 지프를 이용하고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해가 기울고 있다. 그곳에 제법 큰 롯지가 1개 있는데 한적해 하룻밤 묶어도 좋을 듯하다. 산속의 정적과 함께 지내면 히말라야의 깊이를 알 수 있다. 할 수 없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목적지 고레파니(Ghorepani. 2750m)까지 올랐다. 지프는 롯지가 운집한 마을까지 들어간다. 산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도 히말라야를 가까이 즐길 수 있다. 필자가 20여 년 전 1박 2일 걸으며 오른 코스인데 지프로 3시간 만에 땀 흘리지 않고 올랐다. 애기주머니가 튼튼한 임산부는 이 산길을 피해야 한다. 자연의 현대화 활용인지 퇴행인지 모른다. 히말라야의 포옹인지, 인간의 탐욕이 빚은 재앙인지 모른다. 가이드 10년 이상의 꺼멀은 전망 좋은 롯지로 안내한다.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설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방문객들은 숨을 죽인다. 저만큼 히말라야가 벅차게 반갑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8267m),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south, 7219m), 히운출리(Hiun Chuli, 6444m), 마차푸차레(Machapuchare,6993m)가 산맥을 이룬다. 맑고 밝은 만년설이 위용을 드러낸다. 고단한 일상은 치유되고, 잡다한 생각은 소멸된다. 만년설이 가슴으로 들어와 눈물이 된다. 울컥하다. 감동. 한동안 이런 풍광은 보지 못했다. 하얀 만년설을 보고 있으면 가슴속의 번뇌와 분노가 사라진다. 특히 ‘하얀 산’의 뜻을 가진 다울라기리는 유난히 하얗다. 태초의 순백색, 방문객은 순수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구에서 제일 착한 백색이니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야 한다. 그림 그리는 화백은 캔버스에 저 백색을 표현하지 못해 미칠 것 이다. 직접 히말을 찾아 미치고 마십시오. 거대한 바위에 걸친 만년설은 오랜 세월 거친 바람과 태양을 받아 수행한 자연이니 인간이 표현하기 힘들 것 이다. 저 백색, 저 설산은 석가가 되고 예수가 되니 가히 신앙이다. 바람이 불고 시간이 흐르고 일몰의 태양이 히말라야에 걸친다. 히말은 서서히 변신, 붉게 변한다. 황금산(gold mountain). 황금 가사를 걸친 부처가 된다. 환희, 감탄, 환호.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 히말라야를 닮은 소녀 푼힐(Poon Hill, 3210m) 전망대는 고레파니에서 1시간 거리. 히말라야 트레킹의 초보 코스로 적은 고생으로 많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일출을 보러 많은 세계 트레커들이 헤드랜턴을 켜고 새벽 산길을 오른다. 서서히 일어나는 히말라야가 생명체로 다가온다. 고레파니 롯지에서 본 히말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넓게 볼 수 있다. 고산증도 없이 히말라야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한다. 가볍게 갈릭(Garlic) 수프와 삶은 계란이면 족하다. 롯지 마당 테이블에서 히말을 보면서 식사를 즐긴다. 세계에서 제일 럭서리한 조찬이다. 저 맑고 밝은 히말의 기운을 흡(吸)한다. 정신적 육체적 식사이다. 식사를 마치고 꺼멀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히말을 닮은 아주 평온한 사진이 나온다. 새벽부터 만년설과 같이 지내 트레커는 그 설산을 닮았다.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의 사진이다. 2일째 타다파니로 향한다. 1시간 좀 지나 작은 능선 작은 전망대 타프라단다(Thapla Danda, 3165m)이다. 돌계단에 걸쳐 차를 마신다.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등이 눈앞이다. 더 밝은 햇살을 받은 히말은 더욱 건강하고 친근하다. 어쩌면 이번 트레킹의 정점이다. 엄숙한 시간이 흐르는 것은 고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저 만치 힘들게 올라오는 트레커가 보일 뿐 사람이 없다. 운집한 새벽 푼힐 전망대하고 비교가 된다. 꺼멀과 단둘이 저 장엄함을 즐긴다. 고요해야 산의 내면을 볼 수 있고, 그 엄숙함이 방문객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한적한 겨울, 또 호젓한 타프라단다 언덕은 보기 드문 뷰 포인트이다. 다소곳한 히말라야를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고레파니에서 2시간 산행하면 데우랄리(Deurali, 2990m). 좁은 계곡 사이에 2개 롯지가 몰려있다. 소녀가 먼지를 일으키며 앞마당을 쓴다. 강한 태양에 그을린 얼굴의 소녀가 정숙하다. 어쩌면 카트만두 한번 나가지 못하고 이 깊은 산속에서 히말라야 햇살과 바람과 성장했을 것이다. 물질보다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을 소녀에게 준비해 간 선물(양말, 볼펜, 노트)을 건네주니 당황한다. 쑥스럽다. 그리고 이내 방으로 쏙 들어간다. 아마 밤새 삼색 볼펜으로 일기를 썼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대도시 한번 나가지 못하고 그 산골에서 살아갈지 모를 그 소녀에게 ‘히말라야 딸’이라고 위로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지. 고레파니에서 목적지 타다파니(Tadapani, 2710m) 구간은 V형 산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가고, 또 한참 올라간다. 등산객들이 제일 싫어하는 지형으로 극기를 요구한다. 그 거친 산길을 20kg 넘는 짐을 지고 오르는 짐꾼 포터들을 만난다. 맨몸도 걷기 힘든 산길인데 빵빵한 배낭 3~4개를 노끈에 묶어 등에 메고 이마에 걸치고 거친 땀을 흘린다. 고된 노동의 대가는 1일 25달러, 그 중 5달러는 여행사가 떼어간다.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비를 받는 것과 같다. 한센인 콧구멍에서 마늘씨를 빼먹는 격이다. 노동 강도는 쎈데 한국 근로자의 1/10 수준이다. 나마스테. 지랄. 도착한 타다파니는 제법 큰 롯지가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룬다. 짐을 방에 두고 코카콜라(작은 패트병 4,000원)를 꺼멀과 나누어 마신다, 갈증이 풀려 따뜻한 유기농 레몬티(1,500원)를 들고 롯지 옥상에 오른다. 구름이 배회하는 히말라야가 신비롭다. 겨울 히말라야는 오후 2시가 지나면 구름이 끼기 시작하여 서둘러 감상해야 한다. 푸른 숲 저편의 만년설이 차갑다. 따뜻한 감성보다 차가운 이성의 산군들이 벅차다. 따뜻한 찻잔을 감싼다. 온기를 느낀다. 오늘도 벅찬 하루였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연속인 그 험한 산길을 걸었다. 중간 롯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산행을 즐기면 좋았을 텐데, 평소 벌떡증이 발생했다. 끝없는 전진, 중단 없는 전진의 DNA. 꺼멀이 6시간 코스인데 4시간 만에 도착했다며 대단한 체력이라고 감동한다. 하지만 그 칭찬은 비아냥일 것이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다. 지랄. *병. * 물질과 자연 3일째 타다파니에서 간드룩(Ghandruk, 1990m)으로 향한다. 아침 트레킹을 떠나면 하룻밤 묶은 롯지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짧은 인연이라 아쉽고 한편 짠하다. 롯지 자녀인 10대 소년 소녀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아침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수줍게 웃는 모습이 히말라야의 일출을 닮았다. 서서히 빛을 건네는 태양의 조심스런 일출처럼 소박한 미소를 사진에 담아 간직한다. 준비한 초콜릿과 단백질바를 건네며 아쉬움을 달랜다. 간드룩 가는 산길은 환상적이다. 높낮이 없는 능선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간혹 왼편 숲 사이로 하얀 히말라야가 존재를 드러낸다. 잠시 멈추고 눈을 마주쳐 예의를 갖춘다. 평탄한 흙길 3시간이면 간드룩에 도착한단다. 어제처럼 급하게 가지 않기, 힘들지 않아도 휴식하기, 다시 못 올 길이니 가슴에 담기 등등. 그래도 12시 전에 도착할 것이다. 그럼 오후 내내 넘치는 시간이 문제이다. 간드룩은 매우 큰 마을로 학교도 있고 설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풍광이 좋단다. 하룻밤 묶으며 설산을 감상하는 것도 좋으리라. 그런데 정오 전에 도착하면 포카라로 향하는 버스가 있단다. 그 버스를 타면 바로 포카라로 갈 수 있고, 호텔에 따뜻한 샤워와 시원한 맥주가 있다. 그동안 설산 충분히 보았으니 하산해도 좋지 않은가. 하얀 만년설 그 산이 그 산이 아니던가. 오후 내내 무엇을 할지? 선택, 갈등, 고민. 한편 하루 일찍 도시로 내려가도 반기는 사람 없고, 오기 힘든 히말라야인데 굳이 빨리 도시로 갈 필요가 없다. 평소 여유있게 자신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는데, 설산을 보면서 여유를 찾는 것도 좋지 않은가. 멍석을 깔아주면 놀지 못하는 우리들 아닌가. 여유로운 시간 속에 무엇인가 얻기 위한 품격의 여행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간드룩에 도착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 히말라야를 닮은 음악 간드룩 마을 중간쯤 작은 공터가 있다. 오토바이, 지프, 버스, 마을버스 등이 머물러 있는 나름 터미널이다. 포장되지 않아 먼지가 푸석하지만 세계에서 경치 좋은 정류장이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군들이 마을을 지키고 승객들을 환영한다. 어쩌면 폐차장에 있을 버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신차 출고 이후 세차를 한 번도 안했을 것이 확실하다. 고물차가 여행객들은 안달이지만 네팔인들에게는 매우 친근하다. 사람만 고물이 아니면 된다.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한다. 트레킹을 마치고 만년설과 이별이다. 이별은 달달한 쓴맛이 있다.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가고, 차창의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가 서서히 멀어진다. 운전기사는 무엇이 신나는지 음악을 튼다. 굉음, 경쾌한 타악기와 관악기가 연주를 하고 높은 옥타브로 네팔 아가씨들이 음률에 맞춰 노래한다. 경쾌한 장조인데 왠지 내면에 슬픔이 젖어있다. 아픈 사연을 감추었을 뿐이다. 척박한 민족의 아픔을 즐겁게 표현하며 위로와 연민을 전한다. 좀 경쾌한 아리랑 같다. 아리랑은 아리랑이다. 나쌈 피리리 네팔의 음악이 히말라야를 닮았다. 감성적 안정과 정신적 풍요를 노래한다. 왠지 울컥하고 눈시울이 시린 것은 히말라야와의 이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트레커는 얼른 선글라스를 찾는다. 반대편 지프에서 일으키는 먼지가 확 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음악은 더욱 경쾌해진다. 서서히 마을을 내려가는 버스는 먼지를 남기고, 산길은 아쉬움을 남긴다. 뒤편으로 설산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승객은 더 많아진다. 힘든 진료와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역시 뽕 한 대 제대로 맞은 기분이다. 중독성 있는 네팔과 히말라야는 정신 건강에 좋은 마약이다. 오면 힘들지만 떠나면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아마 귀가하면 다음 트레킹 코스를 인터넷 검색하느라 분주할 것 이다. * 수척한 세월 산에서 도시로 내려와 제일하고 싶은 것은 따뜻한 사워다. 호텔 욕실은 트레킹 내내 그리웠다. 끈적이는 몸과, 떡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설산은 순수의 감동을 전하지만 사람 꼴을 유지하기 힘들다. 도시로 돌아온 트레커는 면도기를 들고 욕실 거울에 선다. 잠깐 숨을 멈춘다. 그리고 놀란다. 모발처럼 검정일 거라는 코와 턱수염을 보고 경악한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치루는 가임여성의 생리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머리 염색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염색한 머리처럼 콧수염도 검게 나올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염색으로 세월을 감춘 음흉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무대의 주인공으로 착각한 현실을 깨닫는다. 청춘으로 착각한 광대는 이제 서서히 무대를 떠나야 하는 슬픈 세월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인가 검은 커튼이 내려올 순간을 예측한다. 광대의 대사는 힘이 빠지고 관객은 객석을 빠져나갈 것 이다. 하지만 광대는 더 큰 목소리로, 더 우아한 율동으로 품격있는 연극을 즐기기로 했다. 주인공으로 존재하는 당찬 몸짓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자위한다. 히말라야는 여윈 세월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준다. 하얀 수염을 검게 만든다. 나마스테. -
같은 수익, 다른 세금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제마는 2024년 해외지수 추종 국내 상장 ETF에 투자해서 4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제마는 매우 뿌듯했다. 그런데 담당세무사와 2025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면서 보니, 위 금융투자 소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납부하여, 세후 수익률이 20%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제마는 2025년에는 투자금을 달러로 환전한 뒤,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미국상장 ETF에 투자했다. 2025년을 결산해 보니 이번에도 약 40%에 가까운 수익을 얻었다. 제마는 담당세무사로부터, 올해 5월에 낼 세금은 작년보다 대폭 줄게 될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제마는 전년도와 같은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여 결과적으로 거의 같은 수익을 얻었는데, 왜 부담하는 세금이 다르다는 걸까? 개원가에서 자산관리 이야기가 나오면 “어떤 상품에 투자하면 더 돈을 많이 벌까”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처럼 자산시장이 요동하고 있을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세전 수익률보다 세후 수익률이 중요하다. 앞의 제마의 사례에서처럼, 본업을 통해 상당한 종합소득을 얻고 있는 당사자라면 투자수익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과세되면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어, 경우에 따라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번 돈은 비과세, 펀드로 번 돈은 과세?” 주식 등의 양도로 인한 수익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 과세대상으로 본다. 이는 부동산의 양도로 인한 수익을 양도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일반 투자자가 주로 접근하는 상품인 국내 상장주식은 대주주가 아닌 한 그 매매차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주식의 장외거래, 보유중인 주식의 가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코스피 기준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세법상 ‘대주주’의 장내거래만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 이는 국내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일반투자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국내 주식시장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기 위함이다. 한편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해 얻는 수익은 배당소득 과세대상이다. ETF 또한 상장이 되어 장내에서 거래되는 펀드이므로, 펀드에 대한 과세방법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런데, 국내 상장 주식에 직접 투자해 얻은 매매차익에는 세금을 내지 않음에도, 펀드를 통해 국내 상장 주식에 간접투자하면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옳을까?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만을 매수·매도하며 수익을 내는 펀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개인이 장내에서 삼성전자를 100주 샀다가 팔아서 번 돈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오로지 삼성전자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위와 같은 금액만큼 매수하면, 경제적으로는 삼성전자 100주를 매수하여 보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펀드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가 팔아서 번 돈이 모두 배당소득 과세대상이라고 한다면, 일견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우리 세법은 펀드 내부에서 발생한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로 인한 손익 등 비과세인 수익·손실을 세금을 매길 때 고려하지 않도록, 펀드의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과세대상 손익만을 집계하여 세금을 매긴다. 펀드나 국내 상장 ETF로부터 얻은 수익은 원칙적으로 배당소득 과세대상 레버리지 ETF나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국내 상장 ETF라면 크게 보아 펀드의 과세방식인 ‘배당소득 과세’를 적용받게 되고, 펀드를 구성하는 개별 자산군들 가운데 과세대상 항목의 손익만을 따로 모아 배당소득 과세표준을 산출하여 그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을 매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 보자. (i) 해외주식에만 과세하는 펀드이거나 해외주식만을 투자하는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모펀드 등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은 그 전부를 배당소득 과세대상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다. (ii) 레버리지 ETF 상품에 투자하여 매매차익으로 1천만 원의 수익을 얻었는데, 그 구성을 살펴보니 국내 상장 주식의 매매차익이 300만 원이고 장외파생상품의 매매차익이 7백만 원이라면, 과세대상인 장외선물옵션 매매차익 7백만 원만이 과세표준이 되어 그 차익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을 매긴다. (iii) 반대로, 레버리지 ETF의 매매차익이 1천만 원인데, 그 구성을 살펴보니 국내 상장 주식의 매매차손(손실)이 300만 원이고 장외선물옵션의 매매차익이 1,300만 원이었다면, 과세대상인 장외선물옵션의 매매차익인 1,300만 원만을 과세소득으로 본다. 다만 최종적으로 세금을 매길 때는 매매차익인 1,000만 원을 한도로 과표를 계산하여 부과될 세금을 산정한다. 이 경우에는 결국 1천만 원의 수익 전부에 대해 배당소득 과세가 되는 셈이다. 배당소득이 일정금액 이상이 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의 합계액이 한해 2천만 원을 넘지 않으면 15.4%의 원천징수로 세금 부담이 종결된다. 그러나 만약 그 합계액이 한해 2천만 원을 넘는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대상이 돼 최종적으로 자신의 종합소득구간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원천징수를 통해 납부한 세액이 해당 금융소득에 종합소득세율을 곱한 금액에 미달하면,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내에 그 미달하는 금액만큼 추가로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뜻한다. 해외상장주식과 해외상장 ETF는 양도소득 과세대상 한편, 해외상장 주식과 해외상장 ETF는 매매차익을 양도소득으로 분류한다. 레버리지 상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매매로 인한 손익은 모두 ‘주식 등’의 양도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식 등’의 양도소득으로 인식되는 해외상장주식, 해외상장 ETF, 해외상장 레버리지 ETF의 매매로 인한 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연간 손익을 통산한 뒤 250만 원의 기본공제 후 국세 20%, 지방세 2% 합계 22%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수익이 난 거래만을 집계하여 세금을 매기지 않고 연간으로 손익을 통산하므로, 일응 합리적인 세 부담만을 지우게 된다. 예컨대, 김제니 원장이 2025년 애플 주식에 투자하여 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TQQQ에 투자하여 3,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다른 주식 등의 양도차손익이 없다는 전제 하에 김제니 원장의 양도소득세는 연간 통산된 수익 2,000만 원에서 250만 원의 기본공제를 뺀 1,750만 원에 22%의 세율을 곱하여 산출한 값인 385만 원만큼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매매로 인한 차익은 배당소득 과세대상이다. 만약 김제니 원장이 애플 주식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매매를 통해 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TQQQ와 같은 자산으로 구성된 펀드에 투자하여 3,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3,000만 원의 손실을 입은 펀드 매매는 세무상 고려하지 않은 채 5,000만 원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진다. 동일한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에 투자하면서도, 일반 펀드와 해외상장 ETF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제마의 세금이 달라진 이유는?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제마는 2024년에 국내 상장 ETF에 투자했으므로 그 수익이 배당소득으로 인식된다. 제마가 같은 해 빈번하게 사고 판 행위를 반복했다면 수익을 본 경우에는 그 수익을 기초로 세금을 낼 뿐, 손실을 본 경우에는 이를 수익에서 차감해 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여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한층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반면, 2025년에는 해외상장 ETF에 투자했으므로 그 수익이 양도소득으로 인식되고, 같은 해 빈번하게 매매하였다면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본 거래와 손실을 본 거래를 통산하여 순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기본공제까지 적용된 결과, 같은 수익에 대해 보다 적은 세금이 매겨지게 되었다. -
세계인들은 한의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③조익준 한의사 •한의신문 인턴기자 •침구의학과 전공의 유럽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불편 사항이 있다. 스위스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잇는 한가운데 자리하고, 알프스 산맥이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여행지인데도 유로화를 안 쓴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815년 빈 회의 이후 확보한 영구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덕에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경제포럼(WEF) 등 다수 국제기구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보건기구(WHO) 본부도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스위스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침술 보장 현황도 함께 알아본다. 스위스 스위스는 독특한 의료 보장 체계를 갖고 있다. 의무(義務)건강보험을 여러 민간 비영리 보험사가 운영하도록 일임한다. 연방 보건청에서 이를 감독한다. 모든 국민은 반드시 해당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각 보험사는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한다.1) 민간 보험 추가 가입을 선택할 수도 있다.2) 침술은 건강보험법이 시행된 1996년부터 의무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있다.3) 관련 전문 교육을 추가로 이수한 의사(MD)가 시행하면 질환에 제약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위스 적십자에서 관리하는 의료 전문직 중 하나인 중의학(TCM) 전문가가 시술할 수도 있지만, 추가 민간 보험을 통해서만 치료비 환급이 가능하다. 한의사 면허를 가지고 TCM 전문가 면허 취득을 시도해볼 수 있다. 스위스 적십자 소정의 동등성 평가를 거쳐,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016년 기준, 7,693명이 TCM 전문가로 활동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4) 2009년 스위스는 국민투표에서 67% 찬성률로 다음과 같은 연방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5) 제118조a(대체의료) 연방 및 주는 각 권한범위 내에서 대체의료를 고려하도록 하여야 한다.6) 해당 조문 및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근거로, 2017년 6월 스위스 연방정부는 TCM과 한약(Herbal medicine)을 포함한 4가지 대체의료를 의무건강보험에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정규 의료인이 추가 자격을 갖춘 뒤 시행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7)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자주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색창에 ‘스위스 국민투표’를 입력하면 다양한 주제로 짧은 주기에 많은 투표가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부 주류 언론 평가에 따르면, “포퓰리즘적 제안은 대부분 투표를 통과하지 못 했다.”8) 법안 하나마저 까다롭게 검수하는 시스템에서, 개헌까지 해가며 침술, 한약 등으로 의료의 빈 틈을 메우려 했다. 안전성, 유효성 데이터가 쌓이자, 공적 보험에 전면 편입할 수 있었다. 선진 집단지성은 한의약을 증명해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일반 조세를 통해 의료비를 보장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는 공공 의료 서비스를 SSN(Servizio Sanitario Nazionale)이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 일부 자율 운영도 가능하다. 침술의 공적 보장은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SSN에서 일반적으로 치료 비용을 보전하지 않는다. 토스카나 주만 2005년부터 필수 의료 급여 항목에 침술, 한약, 동종요법을 폭넓게 포함시켰다.9) 그 외 지역에서는, 민간 보험에 가입한 경우 프로그램에 따라 환급 받을 수 있다. 시술은 의사(MD)만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10) 스페인 스페인도 이탈리아와 같이, NHS 체계를 기본으로 지역에 따라 의료 보장에 일부 자율을 허용하고 있다. 공공 의료 서비스 명칭은 SNS(Sistema Nacional de Salud)다.11) SNS에서도 대부분 침술 비용을 보전하지 않는데, 17개 자치주 중 안달루시아와 카탈루냐는 보장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지역이라면 민간 보험에 가입해 환급 받을 수도 있다. 공식 의료기관에서는 의사(MD)만 시술할 수 있다. 규제가 부족한 실정으로, 사적 건강관리센터 등에서는 비전문가가 침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참고문헌 1) 동아일보, “[건강보험 유럽에서 배운다]<3> 민간의료보험제 채택 스위스” 2)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약연구원, 한의사의 유럽 진출 가이드북 3) 김동수 외 3인,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17년 12월, 스위스에서의 국민투표에 의한 보완의학 건강보험 급여화 사례 연구 4)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약연구원, 한의사의 유럽 진출 가이드북 5) 김동수 외 3인,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17.12, 스위스에서의 국민투표에 의한 보완의학 건강보험 급여화 사례 연구 6) 스위스연방 헌법 개정조문, 국회도서관, 2024 7) Dachverband Komplementärmedizin(보완의학 연합 기관) 보도자료(https://vithoulkas.b-cdn.net/wp-content/uploads/2017/06/I-E_20170616_Communique_Fedmedcom-Union_int_E.pdf) 8) 조선일보, “스위스, 국민들이 포퓰리즘 또 거부… ‘수퍼리치 증세’ 80%가 반대” 9) Katia Belvedere 외 3인, Integr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2019, The Process of Integration of Complementary Medicines in Public Healthcare Service of Tuscany (Italy) 10)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약연구원, 한의사의 유럽 진출 가이드북 11) 국제의료정보포털(https://www.medicalkorea.or.kr/ghip/nationInfo/view?srchCtgry=GHI_NATION_7&nationCode=ES&detailCd=GHI_DETAIL_2&detailCnCd=GHI_DETAIL_2_1#none) -
“태국 설탕세 도입해 만성질환 유병률 등 감소”태국 건강증진재단의 국제협력부서 담당자인 Mrs. Milin Sakornsin Ruddit [한의신문]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윤해창 조교수는 보건학 박사 과정 중 태국이 건강증진과 관련해 아시아에서 선도적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윤 조교수는 태국 건강관리재단의 연구방문(Study Visit) 신청 기회를 이용해 재단의 사업을 접하고, 재단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설탕세 등을 도입 중인 태국의 국가건강증진 사업에 대해 국내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윤 조교수는 지난달 23일 태국 건강증진재단의 국제협력부서 담당자인 Mrs. Milin Sakornsin Ruddit과 인터뷰했다. Mrs. Milin은 태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다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마친 후 태국 건강관리재단에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국제협력 선임 담당관(Senior International Relations Officer)이다.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1년 설립된 태국 건강관리재단은 담배와 주류에 부과되는 2%의 세금으로 운영되지만(Sustainable Budget) 정부로부터 독립 체계를 갖고 태국의 건강관리 정책과 집행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에 있어 오타와 헌장을 토대로 하며 지식(Knowledge), 사회운동(Social Movement), 정책 권한(Power of Policy)으로 구성된 3요소 권력 모델(Tri-power model)을 채택해 학교, NGO 등과 함께 연간 2천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Q. 재단에서 제공한 소개 자료 중 태국의 평균 수명은 약 78.1세, 한국은 약 84.6세로 양국 모두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태국의 사망원인 1위가 만성질환, 한국의 경우 1위는 악성 종양이다. 이 같은 차이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 태국은 설탕 소비량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탄산음료와 기름진 음식 섭취가 많아 당뇨와 고혈압 발생률이 높고, 이로 인한 합병증(뇌졸중, 심부전)이 주요 사망 원인이 된다. 이러한 점이 한국과 태국의 사망원인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Q. 한국도 설탕세 도입이 논의 중이고, 태국은 아시아 최초로 2017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설탕세가 도입 10년 차가 됐으니 제도의 명암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A. 설탕세가 도입되자 음료 회사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거나 설탕이 없는 이른바 제로 음료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설탕 섭취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만성질환의 유병률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Q. 설탕세가 음료에만 부과되고 있는데, 왜 설탕 자체에 부과되지 않고 음료에만 부과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A. 태국민의 설탕 섭취가 탄산음료를 통해 이뤄지는 비중이 높습니다. 특히 태국민은 어렸을 때부터 탄산음료 소비가 매우 많다. 따라서 음료에만 설탕세가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식약처와 협력해 Healthier Choice Label 제도를 시행해 설탕 함량이 낮은 제품에 인증표시를 부착해 국민들의 건강한 소비를 돕고 있다. Q. 태국 역시 건강에 미치는 여러 요인 중 먼저 주류(음주)의 판매 정책부터 보면, 세계 여러 곳에서 주류 판매를 별도로 관리하는 경우는 종종 봤지만 주류 판매 시간을 제한하는 곳은 태국이 처음이었다. 가장 강력한 음주 관리 정책이라 생각되는데. A. 맞다. 주류 판매 시간 제한은 태국의 음주 관리 정책의 주요 사항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전에는 저녁(17시~00시)에만 판매하던 것이 오전(11시~14시)에도 판매하도록 확대됐다. 중간 판매 제한 시간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우리는 반대하고 있다. Q. 그런데 주류 판매 시간이 확대된 것은 판매 시간과 음주량의 관계가 적기 때문 아닌지? A. 통계에 따르면 음주량과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주류 판매 시간이 확대됐다. 그러나 계속해서 주류 판매 시간이 늘어난다면 음주량이 늘어나고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Q. 태국의 전자담배 금지가 인상 깊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추진 중인 것은 반대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A. 그렇다. 태국의 흡연율은 높은 편이며 계속 감소세에 있으나 최근 전자담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Q.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자담배가 문제가 될 수 있는지? A. 슬프게도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전자담배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실질적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도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자료를 제작해 교육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Q. 2022년 태국의 대마 합법화 전후와 2025년 다시 대마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는 데 있어서 태국 건강관리재단의 역할이 궁금하다. A. 정책적 결정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뤄진다. 태국 건강관리재단은 대마 합법화로 인해 국민들의 대마에 대한 건강문해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대마 판매업소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마가 특정한 목적에 의해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가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여가 목적으로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을 이해하기 쉽게 홍보 자료를 만들어 제공했다. Q. 건강문해력 증진을 위해 어떤 교육과 자료가 제공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단순히 홍보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대마에 대한 건강문해력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교육도 함께 이뤄지나? A. 관련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재단의 홈페이지에도 게시돼 있다. (https://en.thaihealth.or.th/resource-center/) 대국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우리는 국민들의 대마에 대한 건강문해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오남용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대마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것으로 귀결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마 규제 정책에 따라 다시 필요한 자료를 만들고 정책 시행을 돕고 있다. Q. 나는 전통의학을 배경으로 보건학을 공부했다. 검색해보니 태국 건강증진재단도 건강 문제 중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전통 신체 활동인 ‘루시 다똔’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알고 있다. 지금도 전통의학을 활용한 건강증진 프로그램, 정책이 있다면? A. 지금은 전통의학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Q. 태국은 국공립병원에 전통의학 부서가 개설돼 진료 중이라고 들었다. 이러한 부서들과 유기적으로 건강증진을 위해 협력한 사례가 있는지? A. 내가 알고 있는 사례는 없어 확인 후 알려주겠다. 협력 사례는 아니지만 보통 태국 병원의 전통의학 부서에서는 산전, 산후 관리 또는 질병 예방을 위한 여러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나도 평소 마사지를 즐겨 받는 편이다. Q. 한국에서는 방문진료, 재택의료 등 시설이 아닌 거주지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차의료가 강조되고 있다. 태국의 일차의료에 대한 상황은? A. 태국 의사의 전문의 비율이 약 40%, 일반의 비율이 60%다. 그래서 일반의가 일차의료를 전담하고 있다. Q. 혹시 태국 건강의료재단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중 전통의학을 전공한 분이 있는지? A. 제가 알고 있는 분은 없어서 확인 후 알려주겠다. -
통합의학 병동·임상 참관…“한의학의 임상적 가치·미래 가능성 확인”[한의신문] 상지대 한의대는 지난 1월 12일부터 22일까지 대만 화련 자제대학병원에서 글로벌 인턴십을 진행, 학생들이 통합의학 환경 속에서 전통의학의 임상과 교육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제대학병원은 자제공덕회 산하의 대표적 통합의학 병원으로,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을 아우르는 진료·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진료 참관, TCM Gynecology 강의, 전통 침술 교육, 입원환자 증례 토의 등에 참여하며 실제 임상 과정을 폭넓게 경험했다. 이에 본란에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소회를 통해 통합의학 현장에서 확인한 전통의학의 가치와 가능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증 환자 진료 현장에서 확장된 한의학 임상의 시야” - 이소연 학생(상지대 한의대 본과 3학년) 본과 3학년으로서 임상에 대한 이론적 학습은 어느 정도 진행해 왔지만 중증 환자를 직접 마주하고 진료 전 과정을 가까이에서 참관한 경험은 이번 대만 자제대학병원 글로벌 인턴십이 처음이었다. 2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의학 임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향후 진로와 학습 방향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자제대학병원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규모가 매우 크고, 진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서양의학과 중의학이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협진하는 구조였다.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결과, 기존 진단명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면서도 한의학적 변증과 맥진을 통해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모습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줬다. 인턴십 기간 동안 종양 환자, 만성 신질환 환자, 자가면역질환 환자, 고령 환자 등 중증도가 높은 다양한 환자를 연속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폐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말기 대장암 환자, AFP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환자의 진료를 참관하며, 한의학이 단순 한 증상 완화를 넘어 전신 상태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또한 음허로 설태가 소실된 환자, 장부 기능 저하로 변비와 야뇨를 호소하는 노인 환자 등 실제 환자의 혀와 맥을 바탕으로 처방을 결정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소화기, 부인과, 면역질환, 종양 등 다양한 외래 케이스를 접하면서 환자의 생활습관, 식이, 기후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방을 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고령 환자에서 나타나는 기혈 허약, 심·신 기능 저하, 순환 장애를 기능적으로 해석하는 접근이 특징적이었으며, “심장이 약하면 야뇨가 많다”, “변이 처음에 단단한 것은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설명은 증상을 장부 기능과 연결하는 임상적 사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IPD 케이스 리뷰를 통해 상한론이 단순한 고전 이론이 아니라 현재 임상에서도 유효한 사고 틀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병을 단순한 표증이 아니라 ‘정기가 외사를 저항하고 있는 상태’로 해석하는 관점, 猪苓湯과 五苓散의 적용을 열의 잔존 여부로 구분하는 방식, 그리고 결대맥의 호전을 증상이 아닌 맥의 변화로 판단하는 접근은 맥진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했다. 환자들의 한약에 대한 인식 역시 인상 깊었다. 한의 진료가 의료 시스템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어 한약 복용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으며, 처방과 조제 과정에서 파우더 제형을 활용해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점도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로 느껴졌다. 이는 한국의 한의 의료 환경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인턴십을 통해 한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처방을 암기하고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전신 상태와 삶의 맥락을 이해하며 서양의학적 정보와 한의학적 판단을 통합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아직 임상 경험은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한의학이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통합 병동에서 확인한 한의학의 임상적 위상” - 박규환 학생(상지대 한의대 본과3학년) 타이베이 자제병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물리적·심리적 장벽이 없는 협진’이었다. 내과 부장 Dr. P.C. Hsieh 교수님의 병동 회진(IPD on call)을 참관하며 본 장면은 한국의 병원과는 사뭇 달랐다. 중의사가 서양의학 병동을 자유롭게 오가며 환자를 진료하고, EMR을 통해 양방 의료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뇌졸중 급성기 환자나 대사 질환 환자에게 서양의학적 처치와 중의학적 침 치료, 한약 투여가 동시에 이뤄지는 모습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이는 협진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을 넘어 의료진 간 깊은 신뢰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의학이 보완적 수단을 넘어 필수적인 치료 파트너로 자리 잡은 현장을 보며, 향후 상지대병원 실습에서도 의·한 협진을 더욱 깊이 탐구해야겠다는 동기를 얻었다. 침구과 Dr. C.T. Lee, Dr. Y.Y. Shen 교수님의 지도 아래 접한 침구 임상은 교과서보다 훨씬 입체적이었다. 특히 ‘동씨침법(Master Tung’s Acupuncture)’과 ‘전식침법(Holographic Acupuncture)’의 실제 적용을 직접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환부가 아닌 원위 취혈만으로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 과정은 경락 체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확장시켰다. 또한 중의 정형외과 Dr. H.F. Huang 교수님의 진료를 통해 강도 높은 수기 요법을 접하며 한국의 추나요법과 비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이번 인턴십의 가장 큰 성과는 대만의 의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한국 한의학(KTM)과 대만 중의학(TCM)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게 된 점이었다. 첫째, 대만의 유연한 통합 시스템은 한국이 참고할 가치가 크다. 타이베이 자제병원에서는 진단 단계부터 서양의학과 중의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치료 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한국 역시 협진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공간적 분리가 존재한다. 병동 회진과 차트 공유를 기반으로 한 통합 진료 체계는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는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 한의학의 표준화된 치료 기술 역시 중요한 경쟁력이다. 대만의 수기 요법은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한국의 추나요법은 해부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약침 요법과 고농축 탕전 시스템 등 한국이 발전시켜 온 치료 기술 또한 중요한 강점이다. 대만의 과립제 중심 처방이 가진 복용 편의성과 한국 탕약의 치료 효과를 질환별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임상적 효과는 더욱 향상될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 동아시아 전통의학 간 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의 가능성이다. 대만은 국제 교류와 학술적 개방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은 임상 기술의 표준화와 발전된 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한다면 전통의학의 국제적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예비 한의사로서 대만의 협진 모델과 다양한 침법을 배우는 동시에, 사암침법과 추나요법 등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을 계승하는 의료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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