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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한의진료로 전세계에 한의약 위상 높일 것”김광겸 회장 / 광주광역시한의사회 신임 시도지부장에게 듣는다(2) 반회·분회 등 바닥부터 다진 회무 경력으로 광주 첫 직선제 회장 당선 지자체 한의 난임사업·회관 건립·사무장병원 척결 목표 [편집자 주] 전국 시도지부 대의원총회가 성료된 가운데 10개 지부에서 새로운 지부장이 선출됐다(연임된 서울·제주 지부는 제외). 본란에서는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지부장들 중 김광겸 광주광역시한의사회(이하 광주지부) 회장으로부터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지부 사업 및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광주지부 첫 직선제 회장으로 선출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처음’이라는 자리가 갖는 의미는 늘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이 되는 것 같다. 회원이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회원들의 사소한 의견 하나까지 챙기는 지부장이 되고 싶다. Q.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광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2000년 1월 광주에서 개원한 이후 처음 자리잡은 곳에서 지금까지 묵묵히 한의사의 길을 걸어왔다. 19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반회 반장부터 시작해 서구 분회장 6년을 거치면서 한의사로서 불합리한 현실을 마주했다. 그 때마다 한의사로서 느끼는 자존감보다 좌절감이 커지더라. 고민하고 공유하는 가치가 비슷한 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지역 사회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그대로 묻는 것보다 경험들을 살려 가치 있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 Q. 이사진은 구성했는지, 과정에서 고충은? 총무이사를 제외하고 이사진 구성은 완료했다. 이사진 인선을 마무리하기까지 회원들의 많은 조언과 도움이 있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고마운 뜻도 주셨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 많이 아쉬웠다. 흔쾌히 뜻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공석인 총무이사를 구하고 있다는 점,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웃음) Q. 그간 회무에 참여하면서 느낀 고민과 한계는? 후배들이 우리와 같은 여러 가지 고민을 더 겪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불합리한 규제라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기 사용을 비롯해 한의계에는 비급여가 상당히 많다. 정부 시범사업에서도 한의는 배제되고 소외된 경우가 너무나 많았고 불러주지도 않았다. 물론 우리 한의사들도 단순히 전통의학의 개념에서 벗어나 근거중심의 과학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확립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Q. 다른 지부와 차별화된 광주지부만의 자랑거리, 특성은? 광주지부가 이만큼 발전하고 소통이 잘 되는 배경에는 박옥희 사무국장의 숨은 공로를 빼놓을 수가 없다. 현재 한의계 전국 시도지부 중 유일한 여성 국장이라 채용 당시 고민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키며 여성으로서 유연하게 일처리를 하면서도 매사에 일처리가 확실하고 똑부러진 분이다. 업무 능력에서도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매일 지부 사무국에 올라오는 회원들의 불만 사항이나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지부는 복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Q. 광주지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인구 145만명의 도시 광주에는 2019년 4월3일 기준 814명의 회원들과 317곳의 한의원, 79개의 한방병원, 68개의 요양병원 및 2개의 대학한방병원이 있다. 문제는 타 지역과 비교할 때 한방병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그래도 2016년 120여개에 달하던 수에 비하면 현재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한의사회는 일반 개원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단체다. 대형병원 틈바구니에 끼어 골목상권이라 할 수 있는 개원의들이 자리를 못 잡고 있다면, 이런 부분에서 회원들이 상호간의 관점과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한방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받는 곳도 많다. 이번 집행부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Q. 3년의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첫 번째는 우선 코앞에 닥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준비다.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양질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도록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부 차원의 한의난임사업이다. 아직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단계라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회원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전국 지자체가 한의 난임사업에 관심을 갖고 훈풍이 불고 있는 시점인 만큼 이러한 바람을 잘 타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 번째는 광주지부 회관 건립이다. 광주 회원들 그리고 후배들에게 구심점과 긍지가 될 수 있는 회관을 건립하고 싶다. 적어도 임기 중에는 회관이 들어설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Q. 평소 생각한 지부와 중앙회의 관계, 발전적 방향은? 이·취임식에 참석한 최혁용 회장과 나이가 동갑이라 친구를 하기로 했다. 중앙회와 지부가 이렇게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반자 관계로 나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부나 중앙회 모두 추구하는 목표는 회원들의 권익 신장으로 똑같기 때문에 끊임없이 서로 대화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중앙회와 지부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칭찬할 때는 칭찬해주고 박수칠 때는 박수쳐주고 상호 존중으로 한의계의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서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Q. 광주지부장 이후의 삶의 목표, 한의사로서, 개인 김광겸의 삶의 목표는? 반장부터 시작해 분회장을 거쳐 지부장까지 올라왔다.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정해놓고 한 일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지부장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아직 어떤 그림을 그리거나 따로 정해놓은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주어진 길을 따라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또 다른 길이 열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박한 바람을 얘기하자면 고등학교 절친과 나중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우선 오토바이 면허부터 따놔야 하지 않을까. Q. 남기고 싶은 말은? 8일부터 시작되는 추나요법 급여화에 이어 올해 또 다른 목표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해 중앙회를 중심으로 공고하게 결속, 대동단결해 반드시 뜻한 바를 이뤄내는 올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한의사들이 진료실 외에 지역 사회 일과 정책적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갈 때 우리의 권익이 신장되는 그날이 올 것이다. 관심과 참여의 방법은 많다. 지부 사업과 봉사활동, 언론참여 등의 다양한 활동들이 회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
“정책사업 뒷받침하는 학술적 근거 마련에 최선 다할 것”조남훈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개원의들의 임상사례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학술 풍토 조성 보수교육, 평점 취득 위한 교육 아닌 평생 재교육의 의미로 자리매김 최선 잦은 민원 제기되는 규정의 개정 등은 회원의 입장에서 처리해 나갈 것 Q. 학술이사를 맡게 된 계기는? “대한한의사협회 송미덕 학술부회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인해 중앙회 학술이사를 맡게 됐으며, 지난 1년여간 학술이사로서 맡은 바 회무를 수행코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미덕 부회장과는 ‘한의사를 위한 임상아카데미’라는 모임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Q.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학술’과 ‘국제’ 파트로 나뉘고, 학술에서는 △보수교육 관리 △온라인 보수교육 콘텐츠 제작 △한의사전문의자격시험 관리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Q. 학술 분야에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올해는 오는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통의 계승과 미래에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일본동양의학회 학술대회에 직접 참석해 임상의들의 증례 발표를 살펴볼 계획이다. 향후 이를 토대로 2020년 개최되는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에서 한국 한의사 임상의들도 직접 자신들의 임상 경험 및 사례, 성과 등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임상의들의 임상자료를 논문화해서 그것을 국제학술대회와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 발표하게 하는 것을 돕는 일을 중앙회 학술 파트에서 하는 것이고, 올해에는 이러한 학술적인 풍토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회무에 임할 계획이다.” Q. 최근 진행되는 정부사업에서는 학술적인 근거가 요구되는데, 이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회무는 무엇인지?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한의학의 위상 강화 및 한의사 회원들의 의권 확장, 한의의료 영역 확충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바로 ‘근거’이다. 특히 정부 사업일수록 학술적인 근거를 요구하면서 학술 분야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학술적 근거를 구축코자 현재 한의사 역량 강화를 위한 분야별 보수교육통합안 제작 및 온라인 보수교육 강의를 제작 중에 있으며, 더불어 한의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표준화된 교안을 통한 보수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학술 파트인 만큼 대한한의학회 및 산하 회원학회와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다. “현재 보수교육을 중앙회와 전국 시도지부가 주도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회나 지부는 전문적인 학술단체가 아닌 만큼 한의학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모두 담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서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대한한의학회 및 회원학회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보수교육을 통해 다양한 학문적 성과와 임상례를 회원들이 수시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향후에는 보수교육이 보수교육 평점을 얻기 위한 보수교육이 아닌, 졸업 후 자신이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고, 최신 지견을 습득하는 등 평생 재교육을 목표로 한 보수교육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Q. 최근 ‘한의학’ 용어 정의 재정립,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 등이 이슈다. 회원들과의 소통 및 의견 수렴이 중요할 것 같다. ‘한의학’ 용어 정의 재정립이나 한의사전문의 제도 개선 등과 같은 사안은 한의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회원들의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통일된 정책 추진이 필요한 것 같다. 회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청빈협에 가끔 방문해 협회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회원들에게 직접 연락하기도 하고, 협회 업무에 대한 여러 의견을 수시로 듣고 있다. 또한 민원이 접수된 회원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통해 민원 내용을 파악하고, 최대한 회원의 입장에서 민원을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보수교육 등 민원의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 “회원들로부터 제기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특히 회원들이 제기하는 민원 중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되는 규정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침 및 보수교육규정, 회원 형평성 등을 고려해 최대한 회원 편의를 위하는 방향으로 개정 논의하고 있으며, 빈도가 잦은 민원에 대해서는 매뉴얼화해 안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쇼팽의 ‘녹턴’을 즐겨 듣는다.” Q. 향후 계획 내지 목표는? “나는 관찰자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을, 그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들의 행복을, 불행을, 그리고 인연을 기록하고 싶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중앙회 학술이사로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임원직을 마치고 나면 평회원으로 돌아가 협회에 대해서 애정 어린 시선을 유지하고 싶다.” -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정우열 명예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지난 2월 14일, 새벽 4시 38분, 김포 우리병원에서 나는 사랑하는 아내 한솔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꼭 20일 만이다. 6년 전 진단 받은 ‘폐 섬유성질환’이 합병증인 기흉(氣胸)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20일 동안 아들, 딸과 함께 아침(10시반), 저녁(5시) 두차례씩 면회하면서 아내의 임종 때까지의 모습을 지켜 봤다. 물론 아내도 본인의 병이 현대 의학기술로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미리 했다. 불치성 질환이란 걸 알고 6년 전 이곳 김포로 이사 온뒤 매주 수요일 마다 장애인복지관과 청수성당에 나가 서예봉사를 했으며, 남편을 따라 의료봉사도 했다. 지난해(2018년) 11월엔 남편과 함께 건강보험공단에 가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했고, 각종 사회단체 및 종교단체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사금도 보냈으며, 밀렸던 외상값도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본인이 나가고 있는 운양동 성당에 건축건립금은 물론 차동엽 신부가 운영하는 ‘미래사목연구소’에도 많은 기부금을 냈으며, 시어머니(윤안나)와 본인을 위한 연미사 헌금도 내어 자신의 사후 준비까지 철저히 했다. 이러한 사실은 아내가 간 뒤 확인됐다. 또한 힘든 중에도 남편 제자 딸 결혼 축하글도 써 주고, <경주정씨황산공종중사> 제자(題字) ‘뿌리를 찾아서’도 썼다. 이들 작품이 마지막 유작으로 남았다. “여보, 그동안 고마웠어, 잘가!” 아내의 수첩에는 하느님 아버지께 드린다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께 제 마음을 드립니다. 저는 이석표 아녜스입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원인도 모르는 폐섬유성질환이란 병명을 받고 지금 고통 중에 있는데, 5월 19일 기흉이라는 병이 또 찾아와 수술하고 여지까지 밖에 걸어나갈 수 없어서 집에 있는데요, 걷기만 해도 기침이 너무 나와서 누구와 이야기도 할 수 없어요, 갈길이 먼 길을 걷고 있어요, 희망을 심던 소중한 시간들이 다 허물어져 가는가 하고 슬퍼도 하고 한탄도 해봅니다.” 하느님을 향한 애절한 호소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가슴이 메어지는듯 아팠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마 이글은 지난해 5월19일 아내가 기흉 수술을 받고 출입을 못한 채 집안에만 있을 때 쓴 것 같다. 사실 아내는 기흉 수술 뒤 바깥 출입을 못하고 휠체어로 겨우 출입을 하다 끝내 갔다. 14일 그날 새벽, 1시부터 4시38분까지 3시간 38분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으며, 또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꺼져가는 불을 보듯 안타까운 심정으로 아내의 임종을 지켜 봤다. 아들, 딸과 함께 열심히 기도했다. 평생 그렇게 기도 한 적은 없다. 난 그의 눈을 감겨 주며 “여보, 그동안 고마웠어. 잘가!” 그리고 그의 입술에 “여보, 사랑해!”하며 마지막 키스를 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아들, 딸은 물론 간호사도 숙연해 했다. 정말 아들과 딸이 아니었다면 아내의 마지막 길을 이렇게 거룩하게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들 남원이, 딸 혜원이에게 아버지로서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직접 엄마의 임종은 지켜 보지 못했지만 멀리 뱅쿠버에서 엄마의 임종 소식을 듣고 통곡했을 큰아들에게도 위로를 보내고 싶다. 아내를 보낸 며칠 뒤 난 <한의신문>(2019.2.18, 제2201호)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글을 우연히 읽었다. 그 글에서 좋은 죽음이란 사람들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이라 했다. 그런 뜻에서 보면 분명 아내의 죽음은 좋은 죽음이었다.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해 놓고, 남편과 아들,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갔으니 말이다. 만일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결정을 안했더라면 아들, 딸들이 인공호흡기 착용(기도절개) 문제로 혼란해 했을 것이다. 또한 기도 절개를 했다면 지금까지 연명해 있을 줄 모르나 본인은 물론 자식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연명의료는 현대 의학으로는 더는 치료할 수 없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의학적 시술 가운데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018년 2월 부터 이 법이 실시 됐고, 금년 3월 28일부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또는 가족이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의 종류가 혈압상승제 치료나 체외생명유지술 등으로 확대됐다. 또 연명의료의 중단은 환자 본인의 의사뿐만 아니라 행방불명자를 제외한 환자 가족의 동의로 중단할 수 있는데, 가족 중 연락이 되지 않아 동의를 받기 어려운 행방불명자의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야 좋은 죽음이다 보사연, ‘죽음의 질 제고를 통해본 노년기 존엄성 확보 방안’ 보고에 의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해 가족들이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35,7%), 자주 접촉하여 사랑을 표현하는 것(23.5%), 신체 통증 감소를 위한 관리(21.0%)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및 태도에 대해선 ‘임종 때 정신이 온전해야 좋은 죽음이다’라는 항목에 대해 전체의 80.9%가 (매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와 관련해서는 전체의 63.3%가 ‘가능한 오래 살다 죽는 것만이 좋은 죽음은 아니다’라고 인식했다.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야 좋은 죽음이다’와 관련해서는 전체의 87.5%가 동의 했으며, ‘죽을 때 가족들의 관계가 나빠지면 좋은 죽음이 아니다’에 대해서는 88.2%가 동의했다. ‘간병비나 병원비로 가족을 고생시키고 죽는 것은 좋은 죽음이 아니다’에 대해서는 86.5%가 동의 했고, ‘죽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95.0%가 동의 했다. ‘사람들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84.9%가 동의 했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84.3%가 동의 했다. 또한 ‘죽은 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어야 좋은 죽음이다’에 대해서는 68.1%가 동의했고, ‘좋은 죽음이 되려면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본인이 해야한다’에 대해서는 90.2%가 동의 했다. 이와 관련, 정경희 선임연구위원은 좋은 죽음이란, “첫째, 좋은 죽음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은 자기 결정권이며, 둘째, 두려움 없이 담담히 맞이할 수 있는 죽음, 셋째, 본인, 가족, 보건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있어야 적절한 죽음 준비를 통한 좋은 죽음이 가능하다”면서 “웰다잉도 삶을 잘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단계 중 하나임을 인식시키고 웰다잉을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강화되어야 하며, 웰다잉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을 검토하여 여러 죽음의 형태에서 웰다잉이 구현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 안해 사람을 평가 할 때 ‘개관논정’(蓋棺論定)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사람에 대한 논의를 결정할 때는 관뚜껑을 덮을 때 하라는 뜻으로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란 어렵다는 말이다. 관뚜껑을 덮기 전에는, 그새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엄정한 평가는 죽은 뒤에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죽음을 기점으로 잡을까?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삶의 공덕과 허물을 따지는 일의 선후 때문일 수도 있다. 일생 내내 옳지 못한 짓을 하다가도, 도중에 마음이 돌아와 죽을 때까지 제대로 살았으면(先惡後善), 관뚜껑을 덮는 순간에 평가하기를, 그래도 개과천선(改過遷善)했으니 큰 허물을 덮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젊은 시절에는 정의에 불타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하더라도, 말년에 변절하여 구차한 생으로 마감한 이(先善後惡)는, 그 죽음에도 손가락질이 쏟아지기 쉽다. 오늘 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논제의 글을 보면서 남편인 동시에 생명윤리학자로서 아내의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 한솔의 죽음은 거룩했으며, 또한 아름다웠고, 생명윤리학자의 입장에서는 시대적 선구자였다. 이런 의미에서 난 아내를 존경하며 영원히 사랑한다. “여보, 사랑해!” 톨스토이의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말로 오늘의 일기를 맺는다. 2019. 3.31. 새벽에 김포 하늘빛마을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적다 -
“연극처럼 소외된 한의학, 대중화되는 날 오길”연극 ‘51대49’ 오재균 연출 "구안와사 치료받고 한의학에 대한 편견 깨져"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한의신문 구독자에게는 처음으로 인사드린다. 연극배우 오재균이라고 한다. 본업은 배우지만 최근 상영하는 연극 ‘51대49’에서는 극작과 연출을 담당하게 됐다. 연기자가 아닌 작가와 연출 역할을 함께 하다 보니, 뭐랄까 항상 가는 중국집이지만 매일 짜장면만 시켜먹다 모처럼 코스요리를 시켜먹는 기분이다. 새롭고 즐겁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연극 ‘51대49’는 어떤 작품인지? 한때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몰락의 길로 들어선 한 남자와 애초부터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던 또 다른 한 남자가 30년만에 다시 만나서 기억이라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태생과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남자가 과거에 벌어졌던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통해서 가능한지를 관객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 지난해 닷새 동안 짧게 초연을 해서 아쉬웠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이번에 재공연의 기회를 갖게 됐다. 4월 4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공연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극중 인물의 심리가 한의학에서 말하는 탈영실정(脫營失精)과 닮았다. 한의학에서도 탈영실정이라는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최근에서야 알았다. 극중 등장하는 배영광이라는 인물이 그렇다.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어려서부터 촉망받는 인재로 자라나서 금융권에 입성,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어느 순간 더 강한 라이벌을 만나고 가정생활도 순탄치 못해지면서 가졌던 사회적 위치도 상실하고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인물로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질병이기도 한 것 같다. ◇한의학에 대한 기억이나 한의원에 내원한 경험은? 사실 2년 전쯤에 일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구안와사’에 걸린 적이 있다. 처음에는 큰 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하더라.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얼굴 마사지나 꾸준히 하면서 회복되기를 기다려보자고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한의원을 추천받아 인근 한의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었는데 약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아보니 많이 회복이 되는 게 신기했다. 평소 병에 걸리면 한의학보다는 양의학에 많이 의존했던 터라 치료를 받으면서 한의학에 대해 편견이나 오해 같은 것이 스스로 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의학이나 한의학이나 모두 그간의 축적된 경험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행하는 의료행위인데도 왠지 한의학이 양의학에 비해 비과학적일거라는, 그야말로 비과학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말씀처럼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가진 분들이 아직도 많다. 한의학의 대중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연극인으로서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TV나 영화 같은 분야들에 비해 연극은 소수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그다지 대중적인 분야라고는 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연극을 좀 더 보고 즐기게 하려면 우선은 재능을 가진 많은 인재들이 연극을 많이 보고 배우고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돈이 좀 안되고 대중적 인지도가 적다고 할지라도 꾸준히 인재를 양성하고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징들을 더욱 개발하고 홍보한다면 관객들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그 길을 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의 대중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찌 보면 연극과 한의학도 소외된 약자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또 둘 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기능이 있으니까 한의학만의 강점을 살린다면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극이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일정 부분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기능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공연 ‘51대49’가 관객들에게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보살필 수 있는 작은 동네 한의원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오는 10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4월 (가칭)한약급여화협의체서 첩약·한약제제 급여화 논의 의원급 한·양방 협진이 의료일원화 및 의료기기 해결의 단초 ‘한의약 혁신 기술개발사업’ 예산 확보로 한의약 R&D 지원 정책 입안 초안부터 한의계가 정책 당사자로 참여하도록 할 것 우선순위 정해 갈등은 완화하되 해결할 수 있는 접점 찾아야 보건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1999년 1년여 정도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실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한 후 20여년 만인 지난 2월 한의약정책관으로 다시 돌아온 이창준 국장. 그는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큰 틀에서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은 한의약계의 상황이 안타깝다.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한의학의 과학과, 표준화는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으며 한약의 안전성 역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하는 상황일 뿐 아니라 갈 길이 먼 보장성 확대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OECD 평균보다 낮아 여기에서 발생하는 틈을 메우는데 한의약이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충분히 있는 만큼 한의약이 정부 정책에 효과적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다만 한의계가 중장기 비전과 로드맵을 갖고 보다 멀리 내다보면서 관련단체와 협력하고 융합해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 나갈 것을 조언했다. 다음은 한의계 현안에 대한 견해와 나아갈 방향을 막힘없이 제시한 이창준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1. 올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 안을 마련, 오는 10월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애초 첩약급여화협의체를 만들기로 했으나 대한약사회에서 첩약 외에 한약제제 보장성 확대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가칭)한약급여화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 첩약과 함께 한약제제 문제까지 담아내기로 했다. 첩약과 관련해서는 첩약 수가 결정과 처방 및 조제 문제까지 다룰 분과협의체와 시범사업 모델을 만드는 분과협의체를 둬 투트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약제제 분업, 한약사 제도 개편 등 여러 한약을 둘러싼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분과협의체도 운영되는 것이다. 협의체는 4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2. 첩약 급여화를 위해 처방공개, DUR 시스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조제한약 내역 공개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단체, 소비자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우선 원산지, 규격품사용 여부를 공개하는 것에 합의했다. 다만 함량까지 공개하게 될 경우 한의의료기관 외에서 임의조제가 이뤄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일단 보류하되 한약 전반에 본격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될 때 다루는 것으로 결정했다. 앞으로 첩약이나 한약제제 급여화 시 DUR 시스템에 어떻게 편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관련 작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3. 추나요법 급여화가 4월8일부터 시행된다. 한의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 추나요법이 급여화됐지만 여전히 그 효과성에 대한 문제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급여정지신청 소송까지 내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추나를 이용했더니 효과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되 지나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니터링 기간 동안 안전성과 효과성 논란이 없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4. 의료일원화 합의가 무산됐다. 장관님은 국정감사에서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합의점을 계속 찾아나가겠다는 생각을 밝힌바 있다. 의료일원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는데 회원들에게 전달되면서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아 의과에서 여러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교육과정 통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고 통합한 이후 배출될 인력의 정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세부적으로 논의해 나가면 될 것 같다. 다만 기면허자의 통합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의과에서는 한의학이 의과의 한 분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이고 한의에서는 대등한 통합을 기대하는 사항이다 보니 어떻게 절충안을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병원급뿐 아니라 의원급에서도 공동개원이나 교차고용을 허용하는 제도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서로 갈등하지 않고 협력해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소통하며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관련해 보건의료정책관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협력해 기본적인 합의정신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의료계가 투쟁모드로 가고 있지만 투쟁이 투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앞으로 협상테이블로 들어올 것으로 본다. 5. 한의협은 올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는가? 그동안 국회에서도 입법발의가 됐지만 의과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밀어붙여 해결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식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법부에서도 한의사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배웠는지, 관리책임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의약정책관의 입장에서는 한의계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아무래도 추나 급여화, 첩약 및 한약제제 급여화 등 전체 한의학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과 맞물려 진행돼야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가려 한의계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의료기기 사용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진행해야할지를 복지부와 한의계가 함께 고민해서 풀어가야한다. 헌재 5종과 관련해서는 사법부에서 비용여부와 상관없이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단 허용한 사항이다. 다만 한의의 경우 급여화해야할 비급여 부분이 많은데 헌재 5종은 급여화하더라도 혜택 받을 한의사가 그렇게 많지 않으면서 논란은 클 것으로 보여져 이러한 부분까지 적정히 판단해 적용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고 건강보험국에서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6. 한의물리요법에 대한 급여화가 늦어지고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보험급여과장으로 있으면서 한의 물리치료를 비급여로 하는데도 의과의 반대가 심했다. 급여화할 때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물리치료사 지도감독권을 가질 것인지 여부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아직 정리가 안된 것으로 안다. 우선 한의계 내부의 정리가 필요하고 만약 물리치료사 지도감독권을 가져오기로 한다 하더라도 의사, 물리치료사와의 갈등에 부딪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항이어서 당장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추나요법 급여화가 제대로 정착되는 것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7.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4차 계획을 2021년 시행하도록 돼 있어 올해와 내년에 준비가 필요한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미래의학이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여기에서 한의학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AI 활용과 융합의료 등 변화될 미래 상황에 맞춰 표준화와 과학화, 건강보험 진입 시 안전성 문제에 대한 근거 마련 등 종합적인 중장기 비전을 만들고 이를 위한 단계적 접근 방향을 제시해 이를 계기로 한의약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계획이 만들어 지도록 할 것이다. 8. 공공보건의료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미흡하다. 고령화사회가 빠른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건강수명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틈을 메우는데 한의계가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주치의제나 커뮤니티케어 등 각각의 정책마다 그러한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단지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공공보건의료에 한의계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보고 실질적으로 한의계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9.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의계가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배제되는 부분이 많다. 한약분쟁의 결과물로 국단위 정책관실이 만들어지다 보니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한의계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한의약정책관실이 별도로 있으니 거기서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보건의료, 건강보험, 보건과 연계된 복지의 전체 틀에서의 연계나 협력이 미흡했던 것 같다. 이점이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건의료, 건강보험 등 두루 다 경험해봤기 때문에 정책 입안 초안부터 한의계가 정책 당사자로서 참여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의계에서도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보다 의과나 약사회, 한약사회 등 관련단체들과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권리로서 찾아야할 것은 확보하는 노력을 통해 일방적 주장만 하기보다 협력하고 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여러 정책에 효과적으로 한의계가 필요로 하는 사항들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10. 한의계에서는 제제 한정 의약분업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한약제제와 관련된 협의체에서 올해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이에 맞춰 새롭게 구성될 협의체의 분과에서 분업 관련 논의를 해 나갈 것이다. 분업도 중요하지만 한약제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확대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병행해 검토해 나갈 생각이다. 궁극적으로 첩약도 급여화가 필요하지만 국민의 복용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약제제가 더욱 확대돼야 하고 첩약도 제형이 바뀌어야 한다. 한약제제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한약제제가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협의체에서 빠른시일 내에 만들어 가도록 할 것이다. 11. 한의약 산업이 침체돼 있다. 한의약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기본적으로 표준화, 과학화를 통해 국내외 경쟁력을 갖추고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떠한 기전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경로를 밝히는 R&D를 활성화해 국제적으로 한의학에 관심이 많은 중앙아시아, 베트남, 일본 등에서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진출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행정적 지원은 물론 복용이 편한 다양한 제형의 한약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한의약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2. 한의약 R&D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이 올해 일몰될 예정이어서 추가로 10년 간 2600억 원 규모의 한의약 혁신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이를 통해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각 대학 한방병원에서 임상시험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미흡한 측면이 있다. 한의학의 우수성과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센터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13. 한의난임치료 지원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자체별로 한방난임에 대해 여러가지 비용지급을 통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데 그 성과를 점검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부분과 마찰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예를들어 산부인과에서 난임시술을 원하나 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아 난임시술을 할 수 없는 경우 보조적으로 한의난임시술로 호르몬 분비를 도와 난임시술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갈등 없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이다. 14. 세계의과대학목록에서 한국 한의대가 빠져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한국 내부에서의 갈등이 미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들이 세계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아야하기 때문에 제가 한의약정책관으로 오기 전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정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단체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의약정책관 입장에서 최대한 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5. 6월에 한약진흥재단이 한의약진흥원으로 변경된다. 기대하는 바는?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화된 치료기술과 한약제제 개발, 그리고 한의 의료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치료를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표준화된 한약제제, 한의치료기술을 만들어 한의약의 실용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데 기여하는 공공기관으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16. 지불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불제도 개편은 여러 논란이 크고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상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려면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는 포괄지불수가제 형태로 한의계가 한번 운영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한의는 치료가 종결되는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에 의과에서도 해본 바 있기 때문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처음부터 치료가 마무리될 때까지 포괄형태로 지불제도를 만들어 보는 것도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도 한의계와 얘기해 보려고 한다. 17. 한의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2000년 초반 첩약 급여화를 한의계가 반대했다. 그때 받아들였다면 지금보다 쉽게 제도권 내로 진입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한의계가 요구하고자 하는 부분을 검토할 때 보다 멀리 내다보고 판단해야 한다. 당장 급한 사안들이 많겠지만 우선순위를 따져봐서 한의계 전체가 혜택받고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정부와 함께 협력해 보장성을 확대하고 필요한 안전성과 과학화 노력을 기울여 나갔으면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 반목하지 않도록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가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의원급 협진을 통해 한의사와 의사가 잘 협력해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의료기기 사용문제도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민하다 보면 갈등을 완화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의계의 목소리를 듣고 의과를 설득하는 노력을 해나가고자 한다. 한의계도 우선순위를 갖고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저출산시대에서 본 동의보감 속 생명의 탄생과 성장정우열 명예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동의보감 생명관-천지자연 相通 저출산 문제 해결 ‘自然의 감응’ 한의임상례 한의약 정책에 반영 허준박물관 개관 14주년 기념, 저출산 주제 학술세미나 개최 저출산 극복, 한의약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강서구 가양동 소재 허준박물관(관장 김쾌정)이 지난달 22일 개관 14주년을 맞이하여 ‘저출산 시대에서 본 동의보감 속 생명의 탄생과 성장’이란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석준 원장(흙살림동일한의원)의 ‘저출산시대의 생명’에 대한 주제 발표와 김미림 교수(한국외국어대)의 질의 및 토론, 나우권 고려대 교수의 ‘동의보감에 더해진 의림촬요와 언해태산집요 영향 고찰’ 발표와 조영숙 성균관대 교수의 질의 및 토론, 김경원 대구한의대 교수의 ‘현대의학과 비교한 동의보감 부인편’ 발표와 이병삼 원장(이병삼경희한의원)의 질의 및 토론 등이 있었다. 주제 발표를 한 동의과학연구소 박석준 소장(흙살림동일한의원)은 저출산의 문제가 난임과 불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신 기피에도 있다고 보고 저출산은 생물학적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 진단했다. 또한 박 소장은 저출산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로 첫째, 경제성장 둔화, 둘째, 노인층을 부양하는 젊은층의 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의 “자본주의가 탄생하면서 가족과 공동체는 해체되고 거의 모든 것을 국가와 시장이 대신하게 되었다”를 인용하면서 마치 그 원인이 자본주의 탄생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박 소장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동의보감’의 생명관을 들었다. 즉, 그는 ‘동의보감’ 권1 내경편(內景篇)의 내용을 총결해 사람을 1.기(氣)로서의 사람–자연적 존재 2.감응하는 존재 3.생식하는 존재 등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첫째 ‘기로서의 자연적 존재’란 서양과학에서 말하는 ‘원자’(原子)가 아닌 ‘원기’(原氣)를 말한 것이고, 둘째 ‘감응하는 존재’란 ‘천인상응’(天人相應) 사상을 말하는 것이다. 천인상응 사상, 사람과 천지자연은 相通 또는 相類의 상호관계 천인상응 사상은 사람과 천지자연(天)은 상통(相通) 또는 상류(相類)의 상호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발전하여 사람의 건강과 질병도 자연환경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 하여 인간인 ‘작은 우주’(小宇宙, microcosmos)와 대자연인 ‘큰 우주’(大宇宙, macrocosmos) 사이에는 조응관계(照應關係)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상은 서한(西漢)의 동중서(董仲舒)에 이르러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으로 발전하였다. 셋째 ‘생식하는 존재’란 ‘食色, 性也’라 했듯이 인간의 본성을 말하는 것이다. 본성인 식욕, 색욕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생명 유지와 종족 보존을 위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본성(本性)이라 하며 본성적 행위는 죄악시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본성을 넘어 지나친 욕심을 탐욕(貪慾)이라 하여 죄악시 했다, 오늘날 ‘me too 운동’이 한 예다. 그래서 한자에서는 본성적 욕을 ‘欲’, 탐욕적 욕을 ‘慾’으로 나누어 표기했다. 이 발표에 대한 토론자 김미림 교수는 저자의 1.기로서의 사람, 2.감응하는 존재로서의 사람, 3.생식하는 존재로서의 사람에 동의하면서 다만 첫째 기로서의 사람에 ‘精, 氣, 神’을 추가했고, 둘째 감응으로는 코멘트 없이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셋째 생식하는 존재로서의 사람에서는 난임이나 불임의 원인이 자연이치 때문이 아닌 사람이 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토론자는 전적으로 발표자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아울러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자연의 감응’에 있다는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즉 그는 저출산 해결이 양육비의 문제가 아니며 불임이나 난임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감응, 사람끼리의 감응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동체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발표자가 말하는 ‘공동체’란 개념은 무엇인가? 전통사회 즉 농경시대의 가족, 씨족 부락, 취락 부락의 두레를 의미하는 것인가?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미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 다문화사회 등 사이버시대와 4차 산업시대에 접어 들었다. 따라서 출산에 대한 필요성이 적어져가고 있다. “자연과 사람간의 감응없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되지 않아” 즉 전통사회에서는 가문의 계승과 노동력의 수급이 절대적으로 요구됐다. 유교의 종법제도(宗法制度)에서 조상의 제사를 모실 아들을 출상하지 못하면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가문에서 쫓겨 났다. 한의학 부인과에 ‘求嗣門’이 있는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여기 ‘嗣’는 대이을사자로 제사를 지낼 대를 이을 사람, 즉 아들을 뜻한다. 또한 당시 자식이 많은 것은 노동력의 증가로 집안의 자산이었다. 하지만 전통적 농경사회가 무너지면서 산업사회를 거쳐 사이버 시대와 4차 산업시대로 들어온 현대사회에서는 출산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의 저출산 문제는 생리학적 불임이나 난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출산할 수 있는 사람도 피임을 하는데 있다. 여기서 불임이나 난임의 생리학적 문제도 그 원인이 사회적 변화 즉 성문화의 변화에 있다. 이에 저출산 문제 해결은 그 원인을 근인(近因)과 원인(遠因)으로 나누어 찾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중 난임, 불임 문제는 서양의학의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등에만 지원을 하고 한의학에는 대부분 지자체에서의 자체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2013년 국민복지카드로 임신과 출산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서양의학에만 편향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나우권 교수의 ‘동의보감에 더해진 의림촬요와 언해태산집요’, 김경원 교수의 ‘현대의학과 비교한 동의보감 부인편’은 한의학의 난임 및 피임을 해결하는 이론적 근가가 된다. 그 중 간호학을 전공한 김경원 교수의 임신, 출산, 산후 등 임신부에 대한 관리를 동서의학적으로 비교하면서 서양의학의 한계와 한의학의 장점을 제시한 것은 높이 평가된다. 또한 토론자 이병삼 원장의 임상가로서 현장에서 실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경험한 임상례들은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정책에 반영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기에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시점에서 개최된 이번 학술세미나의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다만, 주제 발표의 내용이 너무 ‘동의보감’의 권1 내경편에만 국한되어 텍스트를 강독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동의보감에 더해진 의림촬요와 언해태산집요 영향 고찰–부인문을 중심으로’에서 임신에서 남성의 수양(修養)을 여성의 조경(調經)못지 않게 강조한 것은 괄목할 만했다. 주제 선택 못지않게 충분한 시간갖고 발표 논문 철저히 준비 또한 김경원 교수의 ‘현대의학과 비교한 동의보감 부인편’은 간호학 전공자로 ‘동의보감의 부인편’을 현대의학적 관점을 통해 비교, 분석하여 여성 건강의 의미와 그 관리 방법을 탐색한 것은 매우 뜻있는 작업으로 높이 평가할 만 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간호사로서 어떻게 여성 건강관리를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적으로 논문들의 내용이 깊이가 깊지 못했던 점은 논문을 쓰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 주최 측에서는 세미나에 대한 기획을 보다 일찍 시작하여 논제에 맞는 발표자와 토론자를 선정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논문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
“지부장은 회원들의 뜻과 정서를 중앙회에 전달하는 연결고리”이학철 회장 / 부산광역시한의사회 신임 시도지부장에게 듣는다(1) [편집자 주] 전국 시도지부 대의원총회가 성료된 가운데 10개 지부에서 새로운 지부장이 선출됐다(연임된 서울·제주 지부는 제외). 본란에서는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지부장들로부터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지부 사업 및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한의 공공의료 영역 및 보험급여 확대, 의료기기 확보에 매진 ‘치미병’(治未病)하는 한의학이야말로 미래에 기대되는 분야 Q. 부산시한의사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회원들의 직선제 투표 결과 투표자의 96.08% 찬성으로 제34대 부산시한의사회장으로 선출됐다. 막상 회장으로 당선되고 나니, 제일 먼저 느껴지는 점이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산적한 한의계의 문제를 얼마나 잘 풀어갈지, 그리고 지부장으로서 역할의 한계가 있을 텐데 얼마나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두려움도 있지만, 이왕 맡은 김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의 업황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후배들이 진출할 수 있는 자리가 조금이라도 넓혀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저의 조그만 희생이나 봉사는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회장으로 출마한 계기는? 저는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한의사협회의 일을 맡게 됐다. 부산시한의사회 대의원과 학술위원을 거쳐,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부산에서 제일 많은 회원이 소속돼 있는 부산진구한의사회의 분회장을 맡게 됐다. 그 후 분회장을 2번 역임하고, 제 자신의 충전시간을 갖고자 모든 회무에 손을 떼게 됐지만, 일복이 많아서인지 부산시한의사회 감사로 선출돼 10여년간 감사의 직분을 수행하게 됐다. 평소 한의원 업(業)을 하면서, 비록 적더라도 이만큼의 생활을 누리는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주변의 환자분들이 그만큼 믿고 신뢰해주신 덕분이고, 그러한 혜택을 주위의 이웃들에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협회의 일도 저를 이끌어주신 선·후배와 동료들에 보답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흔쾌히 맡았었고, 그러한 결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Q.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방향은? 우선 공공 부문의 의권사업을 확대코자 한다. 현재 부산의 16개 구·군 보건소 중 한방진료실이 개설돼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모두 임시 계약직의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키 위해 부산시 내의 전 보건소에 한방진료실 개설을 추진하는 한편 신분도 계약직이 아닌 5급의 의무사무관이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의사가 공공 부문에서 소신있게 진료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후배들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 친숙한 한의사의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와 함께 오는 8일부터 시행되는 추나요법 급여 외에도 보험급여 부분 확대와 의료기기 사용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해 의료기기 확보와 내장기추나 등 미래 제도권 진입을 위한 회원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Q. 회무에 오랜 기간 참여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부산시한의사회는 선배들의 역사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데다, 경상도 특유의 선·후배간 화끈한 단결력과 화합이 큰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한의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그러한 전통이 많이 쇠퇴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앞으로는 회원간의 소모임을 활성화해 선·후배간 교류의 장을 넓히고, 회원의 의견이 협회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Q. 지부·지부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부와 지부장이란 회원들과 중앙회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즉 중앙회의 정책들은 회원들의 생사여탈권을 결정짓는 법안이 된다. 이러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회원들의 뜻과 정서를 연결하는 역할이 바로 지부와 지부장의 책무인 것이다. 한번 정책이 잘못 결정되면 많은 회원들의 미래에 치명상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 일을 하다보면 평소 한의원 안에서만 근무할 때는 잘 몰랐던 많은 능력있는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럼으로 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인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회원들이 처해있는 어려운 업황을 단시간에 어떻게 회복하지 못하는 점은 제일 안타깝고 힘든 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처럼,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하다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부장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려고 한다. Q.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저는 한의사로서의 삶이 제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복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좌우명은 ‘한의사로서 받은 혜택을 주위의 이웃에게 나누는 삶을 살자’이다. 좌우명을 생활 속에서도 실천해 나가자는 생각으로 종교는 다를지라도 주위의 교회나 성당에서 주최하는 ‘무료진료봉사’에 수년 동안 참가했었고, 금전적으로는 사회복지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에 정기적으로 매달 후원하고 있는 것이 벌써 20년 이상 됐고, 부산가톨릭대학교에도 적은 금액이나마 매월 후원하고 있다. 또한 부정기적이지만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과 유니세프도 후원하고 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경제적인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 최소한 제가 한의원 업(業)을 하는 한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대체적으로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영역을, 단지 한의약적으로 치료한다는 좁은 의미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제 자신부터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진료실에서 진료만 하다보니,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못 가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외국 등으로 여행을 많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못 사는 나라에 가보면 우리의 과거를 볼 수 있고, 비슷한 나라에서는 현재의 우리와 비교해 볼 수 있으며, 잘 사는 나라에선 우리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산업도 각 나라들의 경제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과거가 좋았다고 현재도 꼭 좋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 현재가 암울하다고 하여 미래에도 꼭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과거의 장점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 어려운 현재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며, 미래의 트렌드를 잘 헤아려 나간다면 새로운 한의약 영역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과 과학의 발달로 국민들은 더욱 오래 살게 되며, 은퇴 이후 생활이 더욱 길어지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 또한 더욱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치미병(治未病)하는 한의학이야말로 미래의 기대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가 어렵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췄으면 바람이다. -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11바닷가로 유배된 사대부의 양생법(養生法) 안상우 박사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우암 송시열, 장기(현 포항시)로 유배돼 고역 감당 『우암선생적거기(尤庵先生謫居記)』, 유배생활 기록 해안가 인접 지역 생활, 질병 발생 의약지식 명료 경주와 포항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충격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엔 지진 발생의 원인을 두고 자연재해가 아닌 지열 발전의 탓이라는 조사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포항 지진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포항의 지열발전소는 우연찮게도 다산과 우암이 처음 유배갔던 장기에 이웃해 있는 흥해의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그런 까닭에 유배시절 우암의 유배생활을 기록한 『우암적거기』가 뇌리에 떠올랐다. 잘 알다시피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은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으로부터 김집, 김장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맥의 종장으로 『주자대전차의(朱子大全箚疑)』,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를 지어 조선 성리학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병자호란 이후 청에 당한 치욕을 씻고자 절치부심하며 효종과 북벌 논의를 추진함으로써 당대 정국을 주도하였던 정치 사상가이자, 예송논쟁으로 불거진 정치적 갈등의 선두에서 당쟁의 주역이었던 인물이다. 그는 학문과 사상, 그리고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열하고 격정적인 일생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83세라는 노경에 이르러서까지 유배길의 고역을 감당해 내었으며, 정읍에서 사사(賜死)될 때까지 정계 복귀 의지를 잃지 않았다. 이렇듯 그의 초인적이라 할 수 있을 생에 대한 애착과 건강 유지의 비결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근래 향토사학자에 의해 발견된 『우암선생적거기(尤庵先生謫居記)』(이하 우암적거기)란 문헌사료를 통해 이러한 궁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은 우암이 경상도 동남쪽 끄트머리 장기로 이배된 이후 다시 거제로 귀양지를 옮기기까지 근 5년간에 걸쳐 해안가 외딴 곳에서 이루어진 유배생활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우암은 1675년(숙종 1) 처음에 함경도 덕원에 유배되었다가 그해 윤5월 15일 남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헌부 요청에 따라 멀리 경상도 동남해안의 끝자락인 장기(長鬐, 현재는 포항시에 편입)로 옮겨 가게 되는데, 이곳은 경상북도 포항 구룡포와 경주 감포 사이에 위치한 해안 지역으로 매우 외진 곳이었다. 우암이 장기에서 지낸 120여년 뒤에 이곳에 귀양온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훗날 이 고을에 대한 인상을 ‘瘴鄕陳荒之地’라고 적어 놓았다. 이 말은 곧 ‘역병이 잦고 풍토병이 생기는 지역이자 잡초가 우거진 척박한 곳’이라는 의미이다. 표면상으로는 추운 북쪽의 변경지역보다는 훨씬 남쪽의 바닷가로 이배되었기에 유족해 할 수 있으리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지역은 해무가 많은 바닷가에 인접한 해안지역이며, 왜구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어서 애초부터 노구의 유배객에게 안락한 휴양처가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쟁의 와중에서 실각하여 한양에서 천리 머나먼 외지로 귀양길에 올라 가시울타리로 에워싸 위리안치(圍籬安置)된 중죄인에게 일상을 맘대로 영위할 수 있는 선택권이나 의식을 해결할 여건이 충족될 수 없는 처지였다. 69세 노인인 우암에게 동해에 인접한 장기라는 궁벽진 해안가 마을은 건강에 불리하고 지내기가 매우 불편한 곳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암사적비에 따르면, 우암은 장기에서 만 4년간을 지내면서 마산촌의 집주인 오도전을 비롯한 많은 제자를 길러내는데, 그들은 나중에 우암을 기리는 영당과 죽림서원을 창건하고 유배생활의 실상을 기록한 『우암적거기』를 기록하여 후세에 남긴다. 기록은 숙종 원년(1675) 윤5월 우암이 덕원으로부터 장기로 이배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우암이 장기에 도착한 것은 그해 6월10일이었다. 당시 우암의 나이는 이미 69세로 고령인데다가 함경도 북쪽에서 영남 해안까지 귀양지를 옮겨 다니는 일이란 몹시 힘겹고 건강에 위태로운 일이었다. 사실 장기는 서울 한양으로부터 천리나 떨어진 먼 지역으로 함경도에서 한양을 거쳐 다시 장기로 옮겨 가는 유배길 자체가 중죄인에게 내리는 징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우암적거기』는 다음과 같은 말로부터 시작한다. “우암 선생이 덕원으로부터 장기현으로 이배되어 올 때 당시 선생의 동생 시훈, 시걸 등이 함께 따라왔으나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이 때 선생의 연세는 69세였다.” 우암 일행이 처음에 장기현(馬山村)에 머무를 곳을 정했는데 거처가 해안과 너무 근접해 있었다. “馬山村은 해안(海門)과 서로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산람장기(山嵐瘴氣)가 특히 심해 선생이 거처하는 방밖 처마 밑에 별도 이중벽을 치고 출입문을 별도로 만들어 놓고 다니셨다. 또한 뜰 안에 바람막이를 만들어 놓고 해풍을 막기도 했다.” 여기서 ‘산람장기’란 바닷가나 큰 강이 있는 지역에서 짙은 안개가 자주 끼고 해풍이 내륙으로 밀려오면서 산이나 숲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을 피게 하는 것인데, 대개 이러한 표현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풍토병과 토질이 많은 지역임을 뜻하는 수사이다. 한의학에서 ‘산람장기’ 혹은 ‘불복수토(不伏水土)’라 하여 흔히 날씨가 무더운 남방의 습지나 수질이 좋지 않은 해안에서 물갈이로 배탈,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질적 풍토에서 섭생이 곤란하고 이상기후에 적응장애가 수반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중부내륙 지역인 회덕이나 대전지역을 연고로 살아왔던 우암에게는 매우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는 나름대로 이에 대한 방비책으로 주변 환경을 보완하는 방법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선생이 거처하는 방밖 처마 끝에 별도로 이중벽을 세우고 그 사이에 출입문을 만들어 놓고 다니셨다. 또한 뜰 앞에 초막(假家)을 지어 바닷바람(海風)을 막게 하였다.” 위의 행적으로 보아 우암은 해안가에 인접한 지역의 습기로 인한 침해와 이에서 질병이 비롯될 수 있다는 의약지식을 명료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며, 적극적인 방비책을 강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면관계상 다음 호에 계속하기로 한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⑩한상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허준이 다시 돌아온다면 벌써 3년이 흘렀다. 교내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필자는 학우들과의 소통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한의대 학생들의 언론기구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언론기구가 있다면 전국의 한의대에 똑같은 정보가 주어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 멀리 있다 할지라도 학생 교류가 활발해 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다. 전국의 각 한의과대학 편집위원장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한 명씩 연락을 취해 소개와 함께 이러한 취지를 설명했고, 결국 모든 편집위원장들이 의기투합하여 서울에서 회의를 거쳐 ‘전국 한의과대학 편집위원회 연합(전편련)’이 결성되었다.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했던 작업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촉구하는 공동 대자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 자료 조사를 했으며 각자가 분량을 맡아 글을 썼고 공동으로 교차 검수를 거쳐 대자보가 나오게 되었다. 현재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는 무엇이 있으며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할 때 무엇이 논란이 되는지, 의협과 한의협의 입장 차이는 어떠한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다른 학교와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하나의 목표를 정해, 시간을 쪼개어 나름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이었기에, 서로 약속한 날 동시에 전국 한의과대학에 대자보를 게시하며 감격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한의사협회가 주축이 되어 줄기차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요구했으며 예비 의료인인 한의대 학생들까지 이렇게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답보상태에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역시 교육 문제이다. 주로 의사협회에서 주장하기로는 한의대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진이 많아질 수 있으므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현재 한의대에서 이뤄지는 의료 진단기기 관련 교육은 의대에서 하는 교육에 비해 매우 부실한가? 그렇지 않다. 한의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의대 본과 4년간 평균 54학점으로 1567시간 동안 해부학, 진단학, 영상의학 및 유관 과목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준이 아닌, 6년제 의과대학에서의 교육과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이 부족하다면 보수 교육이나 추가 교육으로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정말 교육이 문제라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한의대의 커리큘럼을 개편하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하면 된다. 현재보다 훨씬 밀도 있는 교육을 한다면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찬성으로 돌아설 것인가. 그렇다면 그 교육의 양적, 질적 기준은 무엇으로 잡아야 할 것이며 어떠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 한의계의 자체 검증은 믿을 수 없으니 의사협회가 참여할 것인가. 그러한 검증을 통과한다면 의사와 한의사가 같이 의료기기를 쓸 수 있도록 찬성할 것인가. 점점 우스운 가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이 문제에 있어서 교육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요즘 하는 말로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의료기기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도구이다. X-ray와 초음파 기기들이 갈수록 소형화되고 휴대용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는 추세에서 특정 의료 직역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스럽다.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규명하며 연구 성과를 배출하는 것은 한의학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혜택이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본다. 만약 허준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려는 한의사들을 한심하게 생각할까? 정말 이런 기기들의 사용은 한의학이 아니라며 싫어할까? 아니면 望,聞,問,切의 四診에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체 안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적극 활용하여 진료하고 연구할까? 반대로, 조선시대에 X-ray, 초음파 기기가 있었어도 굳이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맥만 짚었을까? 쓸데없는 생각인줄 알기에 더욱 쓴웃음이 나온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 기요틴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결방안 없이 양의계와 한의계의 갈등만 반복, 지속되고 있다. 여러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연합하여 대자보를 작성하던 그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보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작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
침 치료,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인한 관절통 개선에 ‘효과’[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KMCRIC 제목 과연 침은 유방암 환자의 수술 이후 아로마타제 억제제 복용으로 발생된 관절 통증을 유의하게 개선시킬 수 있는가? ◇서지사항 Hershman DL, Unger JM, Greenlee H, Capodice JL, Lew DL, Darke AK, Kengla AT, Melnik MK, Jorgensen CW, Kreisle WH, Minasian LM, Fisch MJ, Henry NL, Crew KD. Effect of Acupuncture vs Sham Acupuncture or Waitlist Control on Joint Pain Related to Aromatase Inhibitors Among Women With Early-Stage Breast Cancer: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8 Jul 10;320(2):167-76. doi: 10.1001/jama.2018.8907. ◇연구설계 무작위배정, 세 그룹 (침, 가짜침, 대기군), 다기관 비교임상연구 ◇연구목적 침 치료가 아로마타제 억제제 복용에 따른 유방암 환자의 관절통 증상을 경감하여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지 가짜침군, 무치료군과 비교하여 연구하기 위함. ◇질환 및 연구대상 · 미국 11개 기관에서 모집된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 수술 시행 이후 항호르몬 제제인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연구 등록일 3개월 전부터 복용 · 향후 최소 1년 이상 복용 예정자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 복용 이후 발생되었거나 증가된 관절통이 Brief Pain Inventory-Short Form (BPI-SF) 최악의 통증 항목에서 3점 (0~10) 이상인 환자 ◇시험군중재 침 치료군 (n=110) 1) 정경혈 외관 (TE5), 합곡 (LI4), 족임읍 (GB41), 해계 (ST41), 태계 (KI3) 2) 이침혈 신문, 신장, 간장, 폐장, 교감 3) 관절 부위혈 어깨: 견우 (LI15), 견료 (TE14), 노수 (SI10) 손목: 양곡 (SI5), 양지 (TE4), 양계 (LI5) 손가락: 후계 (SI3), 팔사 (EX-UE9), 삼간 (LI3) 허리: 요양관 (GV3), 근축 (GV8), 신수 (BL23) 엉덩이: 환도 (GV30), 현종 (GV39) 무릎: 음릉천 (SP9), 혈해 (SP10), 양구 (ST34) · 침 치료는 내원시 정경혈에 20~25분간 유침하며, 혈자리당 1회씩 득기 자극을 준다. 이후 추가 10분 동안 통증 부위별 최대 4개 부위까지 혈자리에 침 치료 시행 및 득기 후 10분간 유침한다. · 이침은 내원시마다 양쪽 귀에 번갈아 가면서 붙여준다. · 첫 6주 동안은 주 2회 치료, 그 이후 연속 6주간 주 1회 치료하여 총 12주 침 치료 시행 ◇대조군중재 1) 가짜침군 (n=59) · 미리 정해놓은 경혈과 같은 구역에 있지만 경혈에서 떨어진 위치에 얕게 자입하는 침 자극 (superficial needling) 2) 대기군 (n=57) · 침 치료를 하지 않음. ◇평가지표 일차 평가 변수 · BPI-SF 항목 중 최악 통증 항목 NRS 점수 측정 · 침 치료 시작 전과 6주 후에 측정시 2점 이상의 감소를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으로 설정함. 이차 평가 변수 · BPI-SF, M-SACRAH (Modified Score for the Assessment and Quantification of Chronic Rheumatoid Affections of the Hands), WOMAC (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Osteoarthritis Index), FACT-ES (Functional Assessment of Cancer Therapy-Endocrine Symptoms), PROMIS PI-SF (PROMIS Pain Impact-Short Form) 설문지를 이용하여 최장 52주까지 효과를 평가함. ◇주요결과 · BPI 항목 중 최악 통증 점수가 침 치료군에서는 2.05점 감소된 반면, 가짜침군은 1.07점, 대기군은 0.99점 감소하였다. · 침 치료군이 가짜침군에 비해 0.92점 (95% CI, 0.20-1.65; P=.01), 대기군에 비해 0.96점 (95% CI, 0.24-1.67; P=.01)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저자결론 최근 암 환자에게 통합의학적 치료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관심을 받고 있고 그중에서도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방암의 통합의학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2014년에 처음 발간되고 매 3년 주기로 발간되어 지난 2017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1,2].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제시되는 다양한 치료 중 침 치료는 C등급으로 다른 대체의학적 치료법인 명상, 이완, 요가, 마사지보다 등급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가짜침 치료와 비교 연구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이지 못한 연구들 때문이다. 따라서 침 치료는 임상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Placebo 대조군이 설정되지 못한 치료법보다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본 연구는 3-arm 연구 디자인으로 가짜침에 비해 침 치료의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으므로 암 경험자의 여러 증상에 대한 NCCN 가이드라인상에서도 저평가된 침 치료의 임상적 근거 수준을 올려줄 것이다 [3]. 본 연구에서는 기관별 시술자에 따른 침 시술 차이를 보완하여 표준화하려고 노력하였고, 침 치료에서도 득기감이 없으면 다시 치료를 시행하도록 하여 동양의 침구 시술과 유사하도록 노력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임상연구 등록 사이트인 Clinicaltrial.gov에서 확인해보니 2012년 2월에 연구 계획이 등록되고 2017년 10월에 종료된 것으로 보아 장기간에 걸쳐 임상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미국 내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침 치료 여건, 시술자 교육, 환자 모집 등에 어려움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한편 침 치료의 인프라가 지난 5년 동안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 역시 눈가림을 하지 못하였고 12주 평가부터 가짜침군과 통계적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는데 이 역시 가짜침 치료의 설정 및 침 연구가 기존 약물 임상연구와 같은 연구 디자인 적용이 여전히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가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JAMA’라는 저널에 실릴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침 연구의 한계점이 있다고 해서 동일한 잣대로 유효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열린 시각과 달리 국내 양방 의료진은 최근 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리뷰 모임 [4]에서 외국의 의료기관 80%에서는 침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침 치료와 다르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이 클 뿐이다. ◇참고문헌 [1] Greenlee H, DuPont-Reyes MJ, Balneaves LG, Carlson LE, Cohen MR, Deng G, Johnson JA, Mumber M, Seely D, Zick SM, Boyce LM, Tripathy D.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on the evidence-based use of integrative therapies during and after breast cancer treatment. CA Cancer J Clin. 2017 May 6;67(3):194-232. doi: 10.3322/caac.21397. https://www.ncbi.nlm.nih.gov/pubmed/28436999 [2] Greenlee H, Balneaves LG, Carlson LE, Cohen M, Deng G, Hershman D, Mumber M, Perlmutter J, Seely D, Sen A, Zick SM, Tripathy D;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on the use of integrative therapies as supportive care in patients treated for breast cancer. J Natl Cancer Inst Monogr. 2014 Nov;2014(50):346-58. doi: 10.1093/jncimonographs/lgu041. https://www.ncbi.nlm.nih.gov/pubmed/25749602 [3] https://www.nccn.org/professionals/physician_gls/pdf/survivorship.pdf [4] http://www.ksmo.or.kr/abstract/2018_asco/program.html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80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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