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2026 전국한의학학술대회(중부권역)’의 ‘한·일 학술교류 심포지엄’을 앞두고 국제동양의학회와 일본동양의학회 관계자들이 국내 한의 통합암치료의 임상·연구 현장을 찾았다. 수술·항암·방사선치료 환자에 한의치료를 단계별로 연계해 부작용 관리부터 전이·재발 억제, 완화·돌봄까지 이어가는 ‘한국형 통합암치료’가 일본 측에 소개됐다.
일본동양의학회(회장 타하라 에이치·이하 JSOM) 및 국제동양의학회(회장 모토오 요시하루·이하 ISOM) 관계자들은 지난달 22일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공동센터장 조정효·유화승)를 방문해 통합암치료 프로그램과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양국 전통의학의 암 치료 경험과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이날 방문에는 △동서암센터 유화승 공동센터장·김수진 수련의·김영은 수련의 △JSOM 타하라 에이치 회장 △ISOM 이종안 사무총장·요시토미 마코토 이사·야마오카 덴이치로 이사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위원회 강서원 이사·박성주 위원 등이 참석했다.

◎ 임상서 근거·인재까지…한의종양학 30년 ‘산실’
1991년 개설된 동서암센터는 국내 최초의 한의대 부속 한방병원 암센터로, 전통 한의치료를 기반으로 현대의학적 암치료를 협력·보완해 환자별 최적의 진료전략을 모색하는 전문 통합암센터다. 30여 년간 한의종양학의 임상·학술적 근거와 치료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다수의 국가 연구과제를 통해 SCI급 논문 125편과 국내 논문 144편을 발표했다.
연구영역도 한약·침을 활용한 암 치료와 증상 관리에서 △수술·항암·방사선치료 부작용 관리 △전이·재발 억제 △면역기능 △생존·예후에 관한 장기 임상연구 △종양미세환경·항암면역 기전 등으로 확장해 왔다. 한의 암 전문인력 양성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사)대한통합암학회로부터 ‘통합암 인증기관’ 인증을 받아 한·의사가 함께 참여하는 환자 중심의 통합암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통합암 인증의과정을 이수한 의료진이 진료하고, 전문가과정 또는 코디네이터과정을 이수한 인력이 상담에 참여하는 등 전인적·근거 중심의 진료를 제공한다.

◎ 암세포 넘어 ‘치료의 전 과정’으로…K-통합암치료
센터는 병원 리모델링을 통해 전문 암병동을 갖추고 통합암치료를 위한 진료환경을 강화했다. 이날 JSOM 관계자들은 탕전실을 시작으로 전문 암병동과 검사실, 한방 좌욕·족욕시설, 옥상정원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한국형 통합암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구현되는 과정을 살폈다.
방문단은 고주파 에너지를 활용하는 온열치료와 심박변이도(HRV) 등을 분석해 교감·부교감신경의 활성도와 균형을 파악하는 자율신경 기능검사 등 센터에서 운영 중인 검사·치료 프로그램도 살펴봤다.
이날 유화승 공동센터장은 JSOM 방문단에게 동서암센터가 구축해 온 ‘한국형 통합암치료’의 개념과 실제 임상 적용과정을 소개했다.
한국형 통합암치료는 암세포 자체뿐 아니라 암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다양한 기전과 종양미세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술·항암제·방사선치료 등 현대의학적 치료에 한의치료를 단계별로 결합해 부작용을 관리하고 전이·재발 위험 감소와 환자의 기능 회복을 함께 추구한다.
진료과정은 크게 △병행치료 △전이·재발 억제 △완화·돌봄의 3단계로 운영된다. 1차 치료기에는 수술·항암·방사선치료 전후 부작용 완화와 신체 회복력 강화에 집중하고, 표준치료 이후에는 전이·재발 위험과 면역기능을 관리한다. 재발 이후 2차 치료기와 완화·돌봄 단계에서는 통증·불안·피로 등 암 관련 증상을 관리하며 환자의 일상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항암면역 활성과 암 염증환경 조절, 암세포 분열·증식 및 혈관형성 억제 등 여러 경로에서 종양미세환경에 접근하는 한의치료 전략도 제시됐다.
◎ 암 아닌 ‘암환자’를 치료한다…30년 다듬은 전인적 치료모델
동서암센터가 30여 년간 임상·연구를 통해 발전시켜 온 ‘수레바퀴 암치료법’도 방문단에 소개됐다. 이는 △한방약물치료 △대사활성치료 △호흡명상치료 △항암식이치료를 네 축으로 구성한 전인적 암 관리 프로그램이다.
한방약물치료와 침·약침·온열치료 등 대사활성치료에 호흡·명상·상담 및 항암식이치료를 결합해 환자의 신체·심리·영양 상태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타하라 에이치 회장은 “일본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장비와 치료법을 갖추고 통합적으로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접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온열치료 등 여러 치료기술을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보험진료의 범위 안에서 시행할 수 있는 치료가 제한돼 있어 한국처럼 다양한 치료기술을 폭넓게 병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여러 치료수단을 환자의 상태에 맞춰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 통합암치료의 강점으로 보이며, 일본에서도 이러한 의료기관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화승 공동센터장은 “이번 방문은 JSOM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발전시켜 온 통합암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전통의학을 현대 암 치료와 접목해 온 환경과 경험이 서로 다른 만큼, 각자의 강점을 공유한다면 통합암치료의 임상적 가치를 높이고 근거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만남이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한·일 한의종양학의 임상·연구 교류로 이어져 양국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통합암치료 모델을 함께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동서암센터는 이번 일본 관계자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암 치료 경험과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학술교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