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어쩌다 어른’ 등에서 연자로 활동해 온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리더십이 거창한 담론보다 먼저, 자신의 시간·습관·감정·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하며 ‘미루기(procrastination)’와 ‘동기부여(motivation)’를 한의사의 리더십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냈다.
경기도한의사회(회장 이용호·이하 경기지부)가 1일 경기지부 회관과 온라인(ZOOM)을 통해 개최한 ‘2025 경기도 한의약 리더십 최고위과정’ 세 번째 시간에서 이동귀 교수는 ‘우리는 왜 미루고, 무엇에 움직이는가?’를 주제로, 한의사 리더에게 필요한 심리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7시간 수면, 취침시간 미루기…리더의 컨디션 관리도 역량”
먼저 리더십의 조건으로 충분한 수면을 통한 컨디션 관리를 강조한 이동귀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으로, 이보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수면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불리한 경향이 있다”며 “환자뿐 아니라 리더인 한의사 자신도 수면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심리학에서 주목하는 ‘취침시간 미루기’ 개념도 소개하며 “이제는 스마트폰, 특히 ‘숏폼(짧은 영상)’에 빠져 수면도 미루게 된다”면서 “이는 뇌 회로를 빠르게 자극해 중독성이 높고, 깊은 수면 진입을 방해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면은 그날 배운 것을 뇌에 저장하는 과정이며, 아이들뿐 아니라 평생 공부하고 진료해야 하는 한의사에게도 ‘잘 자는 능력’은 학습·판단·공감의 기초 역량”이라면서 “수면상담·생활지도는 환자뿐 아니라 리더 본인의 자기관리이자 리더십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유있는 ‘작심삼일’…3일 하고, 4일째는 쉬어라”
‘작심삼일’을 호르몬과 스트레스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교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급격히 올라가는데, 몸은 이를 버티기 위해 3일 정도 스트레스를 방어해주는 호르몬을 밀어 올린다”며 “4일째가 되면 이 호르몬의 도움이 사라지면서 의지가 급격히 꺾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3일은 밀고 나가고, 4일째는 아예 ‘쉬는 날’로 계획하라”면서 “중요한 건 4일째 죄책감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늘은 원래 쉬는 날’로 인정하고, 5일째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이때는 처음 3일과 똑같은 루틴이 아닌 약 10%만 다르게 설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뇌는 10%만 달라져도 ‘새롭다’고 느끼는데, 50%를 바꾸지 않아도 10%만 변주를 주면 지루함과 저항을 줄이면서 습관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 그동안 이 리듬을 진료·학회 활동·연구·조직운영에 적용한 ‘3일 몰입–1일 회복–10% 변주’를 실천 전략으로 제시했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90%…리더는 ‘착수의 벽’을 낮춰야”
이 교수는 미루기 과정을 △계획지연 △착수지연 △지속지연 △완수지연 네 단계로 나누며 “시작의 의미는 50%가 아니라 90%로, 사람들 대부분 좋은 계획 수립에도 시작을 못 하는데, 실제 연구에선 처음 계획 실현에 착수하지 않은 사람은 나중에도 진행할 확률이 매우 낮고, 첫 주에 시작한 사람은 이후에도 이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루는 사람들을 △시간·난이도를 과소평가하는 ‘비현실적 낙관주의형’ △한 번 미루면 자책·우울·무기력의 악순환에 빠지는 ‘자기비난형’ △자유 침해에 예민해 지시에 반발하는 ‘현실저항형(반항 유형)’ △기대에 떠밀려 겉으로만 완벽한 사람 역할을 하다 실패 두려움 때문에 시작을 못하는 ‘사회부과 완벽주의형’ △새 일은 잘 시작하지만 3일을 넘기지 못하거나 마감 직전 압박감에서만 움직이는 ‘자극추구형’ 등 다섯가지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리더는 구성원을 ‘게으르다’라고 단순 규정하기보다 어떤 유형의 미루기가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효과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며 “특히 현실저항형에게는 잔소리와 통제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강조했다.

“꾸짖지 말고, 시작을 도와라”…D-2 전략과 5분·15분 법칙
시간관리 전략으로는 ‘D-2 인생’과 ‘5분·15분 법칙’을 제안한 그는 “데드라인이 12월 3일이라면, 다이어리에는 12월 3일이 아닌 12월 1일에 마감이라고 적어야 한다”면서 “내 인생의 데드라인은 항상 D-2로 가져가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경기지부 회원들에게 “해야 할 일이 떠올랐을 때 5분 안에 시작하고, 시작했으면 최소 15분은 지속하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1시간짜리 계획을 세우느라 정작 5분도 시작하지 못하는데, 행동은 생각보다 작고 빠른 출발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리더가 미루는 구성원과 일할 때는 마감 중심 언어가 아닌 시작 중심 언어로 소통하라”면서 “언제까지 끝낼 거냐고 다그치면 불안과 회피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초안을 언제 같이 볼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작고 구체적인 시작을 같이 설계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리더십의 핵심 개념으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꼽고 “리더의 역할은 모든 걸 대신 완벽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서 “리더십은 거창한 연설보다 매일의 작은 스몰토크·시작을 도와주는 말 한 마디, 제때 건네는 구체적인 칭찬에서 자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