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척추전방전위증에 추나·침 한의치료군이 신경주사를 포함한 양방치료군에 비해 다리·허리 통증을 더 효과적으로 완화시킨다는 임상 결과가 미국과 한국 연구팀의 대규모 공동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척추전방전위증은 뼈가 밀려 나가면서 척추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좁아져 협착증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신경이 눌려 허리·다리·엉덩이 부위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며 오래 걷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런 전방전위증은 보통 뼈가 밀려나가기 때문에 나사를 박는 척추유합술을 많이 권유받는다.
이런 가운데 모커리한방병원·미국 메이요클리닉 공동 연구팀은 미국과 한국에서 다리 증상이 있는 척추전방전위증 환자 115명을 동시에 모집해 한의치료 효과와 신경주사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비교 검증했으며, 관련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ayo Clinic Proceeding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9년 발표된 두 병원간 첫 번째 협착증 임상연구에 이은 것으로, 첫 연구보다 더 큰 규모의 임상연구로 진행됐다.
준비기간까지 10년 가까운 연구 통해 결과 도출
김기옥 모커리한방병원장이 총괄책임자를, Wenchun Qu 메이요클리닉 통증센터 박사가 교신저자를 맡은 이번 임상연구에서는 총 115명의 환자가 무작위 배정됐으며, 한방 근육신경재활치료군은 58명, 양방치료군은 57명이었다.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진행된 다국적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치료가 끝난 후 약 2년간 후속 평가가 시행됐으며, 본격적인 임상연구 환자 모집은 2017년에 시작됐지만,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10년 만에 완성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전방전위증 환자들은 연구참여 기준이 기립이나 보행 시 신경성파행증상이나 다리방사통이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정도로 상태가 심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한방 근육신경재활치료군(이완추나, 침치료) △양방치료군(신경주사, 진통제)으로 나눠 치료를 주 2회, 5주 연속 진행한 후 96주간 후속 평가를 했다. 임상시험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한·양방의 동일한 표준화된 치료가 진행됐으며, 약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이번 임상연구에서 진행한 모커리 치료는 근육신경재활치료법으로 한의치료는 교정추나가 아닌 이완추나와 침치료, 생활관리법 교육으로 진행됐으며, 평가 항목에는 허리 통증척도(VAS), 다리 통증척도(VAS), 삶의 질 평가 등이 포함됐다.
연구에서 활용된 이완추나는 틀어진 뼈를 맞추는 교정치료가 아니고 연부조직, 특히 뭉치고 뒤틀린 근육들을 풀어 척추의 좌우 밸런스를 잡아 척추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다.

한의치료 안전성·유효성, 대규모 임상시험 통해 입증
연구 결과 한·양방 치료군 모두 허리·다리 통증이 호전되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방치료군이 양방치료군에 비해 월등한 개선 차이를 보였다.
먼저 허리 통증의 경우 한방치료군이 -25.14점, 양방치료군이 -14.88점으로 한방치료군이 양방치료군보다 10.27점 더 큰 감소를 보였다. 또한 다리 통증도 한방 근육신경재활치료군이 -29.16점, 양방치료군이 -17.25점으로 한방치료군이 양방치료군보다 11.91점 더 큰 감소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이번 임상연구는 협착증 증상을 보이는 전방전위증 환자에 대한 추나와 침, 생활관리법 등 한방 근육신경재활치료 효과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국적 115명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통해 밝혀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총 96주간의 후속 평가 기간을 통해, 한방 근육신경재활치료군이 양방치료군보다 허리 통증 및 다리 통증 완화에 지속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전방전위증 대해 수술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비수술적 치료임을 객관적·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원 통한 집중치료, 치료효과 상승
이에 앞서 연구팀은 입원을 통한 집중치료를 진행할 경우 치료효과가 높다는 것을 1차 공동연구 논문으로 입증한 바 있다.
1차 연구에서는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에 대한 한의치료 효과를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한 것으로, 협착증 증상을 가진 743명 중 중증 환자 34명을 선별해 4주 동안 입원집중치료를 실시했다.
한방치료군(추나·침·한약)과 양방 치료군(진통제·스테로이드주사 및 물리치료)으로 나눠 시행한 결과, 한방치료군은 통증 없이 걷는 거리가 68m에서 748m로 증가해 11배 향상된 데 비해 양방치료군은 60m에서 203m로 3.4배 증가에 그쳤다. 또한 허리·다리 통증 감소율도 한방치료군이 더 우수했으며, 관련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된 바 있다.
김기옥 병원장은 “세계 최고 의료기관인 메이요클리닉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앞서 1차 연구 협착증뿐만 아니라 이번 2차 연구 전방전위증까지 한의치료에 대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면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척추질환에 대해서 시술 또는 수술적인 치료로만 호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협착증·전방전위증 환자에게 비수술 한의치료가 효과적이고 우수한 치료법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