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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6일 (토)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

한의학 웰빙 & 웰다잉 41
“임종을 앞둔 환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김은혜 교수님(최종).jpeg


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내용에 앞서 ‘의료는 cure와 care로 나뉜다고 생각한다.’의 문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시작하고 싶다. 두 번째 질문도 있다. ‘cure와 care 모두 치료이다.’의 문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cure와 care에 대한 각자의 상이한 정의가 대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cure는 완치 또는 질병의 소실일 것이고, care는 질병의 관리로 해석될 것이다.

 

오랜 시간 임상 현장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이 두 문장에 의문이 들 수 있다. ‘관리를, 의료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더 나아가면 보다 근본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의료인이라면 질병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를 행해야 진정한 의료 행위지.’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이야기를 잠시 미뤄두고, 몇 가지의 예시 상황을 말해보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에서 췌장암이 확인된 약 2만 명의 환자 중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또는 4기로 진단된다. 

 

통계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3기 췌장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년이며, 4기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약 6개월이다.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3기 췌장암 환자는 2년으로, 4기 췌장암 환자는 1년으로 생존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항암치료를 받은 4기 췌장암 환자의 50%가 1년 내로 임종하신다는 뜻이며, 다시 한 번 바꿔 말하면, 4기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처방하는 의사 역시 이 사실을 알고서도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의사들을 비판할 수 없으며, 이들이 처방하는 항암제를 ‘치료’로 정의하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이 환자들의 항암치료를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으며, 감히 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췌장암은 워낙 힘든 암으로 알려져 있음을 감안하고, 다른 암종을 조사해 봐도 비슷한 맥락이다. 표준암치료를 받는 4기 폐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5년으로 알려져 있다. 

 

4기라고 하면 전신에 이미 암이 다 퍼져있는 중환자의 이미지가 떠올라 1.5년이라는 기간이 크게 이질적으로 안 느껴질 수 있지만, 폐암에서는 그저 폐 양쪽 모두에 암이 확인만 되면 자동적으로 4기로 진단되게 됨을 고려했을 때 4기 폐암 환자의 외형은 건강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처방되는 항암치료는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김은혜 교수님2.jpg

 

그렇다면 마지막 상황을 살펴보자.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말기 선고와 동시에 6개월 정도의 여명을 들은 4기 췌장암, 4기 폐암 환자가 있다. 환자 스스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당연하며, 그 와중에 점점 빠지는 체중과 점점 가빠오는 숨 때문에 좌절감, 두려움, 걱정 등등이 오만가지로 섞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몸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표준암치료를 받지 않으니 이전처럼 적극적인 추적관찰은 어려우며 컨디션을 보면서 일단 6개월 뒤에 예약은 잡고 가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환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래, 6개월 남았다 치자. 그럼, 이 6개월 동안은 누가 나를 돌봐주는 거지? 내가 점점 더 밥을 못 먹게 되면? 언젠가 내가 집에 있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게 되면? 아니, 집에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기는 하나? 집에 있는 게 무서워지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환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이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책임은 환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것에 있으며, 건강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적·사회적 안녕에 대한 의료는 누가 담당하게 되는 것일까.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말기 암을 포함해서 임종을 앞둔 환자까지 모시는 의료 행위를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정의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들이 소위 웰다잉(well-dying)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직역해서 좋은 죽음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잘 돌아가실 수 있도록 행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좋고 싫음은 개개인의 사유와 철학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감히 그것을 의료인이 의료 행위를 통해 쥐어주겠다고 단언할 수 없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감이 이전 대비 나아지도록, 그것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는 것을 목표로 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려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 

care라면, 이것은 진정한 의료 행위인가 아닌가.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임종을 앞둔 환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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