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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6일 (토)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⑱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⑱

한의학교육실은 어떤 기구가 돼야 하는가?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실제로 구현하는 ‘교육혁신의 허브(Hub)’

한상윤 교수님(새 사진).jpg


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세요?” 한의과대학 한의학교육실 전임교원이라는 내 소속을 포함한 소개를 하고 나면 으레 따라 나오는 질문이다. 이런 상황은 주로 상대방이 한의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일 때 발생하곤 하는데, 때때로 한의사들도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해 순간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직하여 소속 학교를 변경하였기에 소개할 일이 늘어나 부쩍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은 한의대 교수라고 하면 어떤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하는가 하는 교과목 중심의 사고를 먼저 하기 때문이다. 아직 ‘한의학교육실’이라는 기구가 생소하기 때문일 것이고, 한의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하기야 한의과대학에 근무하는 교원이라 할지라도 한의학교육실의 역할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 모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한의학교육실을 인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 욕심일 것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한의계 전반에서 한의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한의학교육실이 실질적 성과를 내고, 그것을 널리 알리며 우수한 한의사 배출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보다 조금 더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한의학교육실, 한의대 교육의 변화 추진 조직


한의학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의료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변화는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계획이 있어도, 그것을 실행할 구조와 시스템이 없다면 변화는 공허한 구호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변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조직이 ‘한의학교육실’이다.


한의학교육실은 한의과대학의 교육혁신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각 대학의 교육 상황과 여건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교육실은 교육과정 관리, 교수역량 개발, 학습성과 평가, 학생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보증하고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점’이자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교육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육과정의 관리와 질 개선이다. 오늘날 한의학교육은 전통 한의학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의료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교육실은 각 교과목의 편성 및 교육과정의 체계성과 적절성을 점검하며, 시대 변화에 맞추어 개편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진단기기 교육, 근거 기반 한의학,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현대적 주제를 커리큘럼에 반영하고, 과목 간 중복과 단절을 조정하여 학생이 보다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생태계의 플랫폼’


다음으로는 교수역량 강화와 교수법 개선을 들 수 있다. 좋은 교육은 결국 교수자로부터 시작된다. 교육실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법 워크숍, 수업코칭, 동료평가, 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교수자의 전문성을 높인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 중심의 수업, 문제중심학습(PBL), 팀기반학습(TBL), 포트폴리오 평가 등 새로운 교수법이 확산되고 있는데, 교육실은 이러한 교육방식을 실제 수업에 안착시키기 위한 지원을 담당한다. 단순한 전달식 강의가 아니라, 학생의 참여와 사고를 유도하는 수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학습성과 평가 시스템의 구축 역시 교육실 주도로 이루어진다.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교육과정과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관리한다. 필기시험뿐 아니라 임상술기평가(OSCE), 포트폴리오, 태도평가 등 다면적 평가가 확대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교육실은 이러한 평가체계의 설계와 운영을 주도하며, 교수자 간의 평가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학생 개인별 학습성과를 데이터로 관리하여, 학습지원 및 피드백 체계와 연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한의학교육실은 학생 지원과 상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의대생들은 긴 학업과정에서 방대한 학습량과 경쟁 체제로 인한 높은 학업 부담 속에서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교육실은 학생 상담, 학습코칭, 진로지도,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학생이 학업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유급 학생을 위한 개별 학습지원 프로그램의 운영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교육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학업 성취뿐 아니라 정서적 회복력과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학생 중심 교육’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실제로 구현하는 ‘교육혁신의 허브(Hub)’이자, 교수·학생·대학을 잇는 ‘교육생태계의 플랫폼’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교수 개인의 역량과 열정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대학 차원의 체계적 관리와 조직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의학교육실은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앞으로의 한의학교육실은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 기반 교육 관리체계 구축이다. 학생의 학습성과, 강의 평가, 시험 결과, 실습 평가 등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분석하여 교육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둘째, 교수학습 공동체의 운영이다. 교육실이 교수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여,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고 집단적 성찰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와 연결된 교육실이다.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의료계, 지역사회, 정책기관과 협력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 상과 교육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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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교육의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통로


결국 한의학교육실은 한의과대학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두뇌와 심장 같은 존재이다. 한의학교육실이 제대로 기능하며 자리 잡을 때, 한의학의 전문성과 사회적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한의학교육의 변화는 어느 한 교수의 열정이 아니라, 한의과대학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뀔 때 가능하다.


좋은 교육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철학과 헌신, 그리고 그 철학을 실현할 구조가 필요하다. 한의학교육실이 바로 그 기반이자, 한의학교육의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이 기구가 각 대학에서 제 역할을 다할 때, 한의학교육은 비로소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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